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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폴리피자 May 28. 2023

퇴사가 별거냐? 자랑이냐?

별거 아니기까지 꼬박 걸린 시간 3년

마음은 늘 퇴사를 꿈꿨고 퇴사를 했지만, 직장을 대체할 새로운 일이나 대안은 전혀 준비를 하지 않았다.


회사를 다니며 또 다른 길을 마련하는 것은 내 능력 밖이었다.


하루가 고단하고 집에 오면 잠들기 바빴고, 눈 뜨면 출근에 해지면 퇴근하고 챗바퀴의 전형이었다.


뭐 먹고살지?


퇴사하겠다고 큰소리친 것도 아니고, 마음속으로 까짓것 굶어 죽기야 하겠어?라고 생각만 했다.


생각이 많아지면 걱정이 늘고 그러면 어떤 것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일단 저질렀다.


그렇다고 회사 안에 있으면 월급은 꼬박 받겠지만, 회사에서 나의 입지는 좋아 보일 것이란 희망이 없었다.


승진의 대한 절박함을 아는 팀장은 나를 더 부려먹거나 괴롭히는 게 눈에 보였고, 처음 한 두 번은 맞추려 노력했지만, 이 정도면 됐다 싶었다.


어김없이 찾아온 월요일, 나는 더 이상 회사를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간 곳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스터디 카페였다.


나에겐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번잡스럽고 산만했던 과거 8년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고, 기울어진 삶의 축을 원래대로 돌려놓을 필요가 있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길러진 사고, 생활습관, 태도, 행동 이 모든 것을 다 바꿔 놓아야 했다. 회사 밖은 회사생활을 했던 방식으로 접근하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


찌든 직장인의 모습을 털어내고 나 다워지기까지 3년이 걸렸다.


나는 과거 3년 어쩌면 회사생활 보다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했다. 오롯이 나와의 싸움이었고 나만 잘 통제하면 됐다.


스터디카페에서 나는 책을 읽고, 자격증 공부를 했다. 그리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퇴사 후 시간은 회사 다닐 때 보다 더 잘 간다. 왜냐면 1분 1초가 너무나 아깝고, 이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월급 받고 헌납하는 시간이 아니다.


온전히 내 인생, 내 시간이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책은 읽고 싶었던 책을 마음껏 읽었다. 자기 계발서, 사업 관련 책, 인문학, 투자 관련 등 마음 닿는 대로 읽었다. 그리고 자격증 공부를 6개월 간 했다. 결과는 낙방.


머리가 굳었나 암기가 잘 안 되더라. 좌절했다. 무언가 정해놓고 목표를 향하는 것 그 자체가 참 즐거운데, 새로운 목표를 또 찾아 나서야 했다.


그 과정에서 잠시 방황하기도 했고, 뭔지 모를 고독감, 두려움 걱정이 나를 짓눌렀다. 무엇보다 사람들과 연락하는 게 서서히 부담스러웠다.


회사 나가서 잘 살고 있나 확인 차 전화를 주곤 했는데, 기분이 별로 편하지 않았다. 


나를 자극하는 모든 외부 요소를 철저히 차단했다. 모임에 나가는 것을 끊었다. 


이미 나의 가치관이나 사고는 과거의 그것과 다르게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퇴사하고 고등학교 친구 모임에 나갔는데, 왜 퇴사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당연히 오랜만에 만났으니 내 마음속 길을 알리가 없지...


나는 분명한 인생관을 가지고 산다. 나의 기술과 능력으로 조직에 의지하지 않고 나 스스로 생존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런 독립에 관한 인생관은 회사 다니기 이전부터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인 사고다.


퇴사 기념으로 훌훌 털고 해외여행 다녀오는 것, 이 얼마나 멋지고 낭만적인가.

그러나 나는 하지 못했다. 월급이 끊기니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바로 긴축모드로 들어갔다. 물론 코로나로 비행기 타고 어딘가 가는 것도 감히 상상하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여행은 잠시 기분전환이 되지만, 근본적인 어떤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나는 나를 마주하는데 모든 시간을 썼다. 


반성과 성찰의 시간 그 자체였다. 어쩌면 무엇을 하려고 발버둥 친 것보다. 곰곰이 과거를 곱씹으며 나를 알고자 노력했던 그 순간과 시간이 나를 성장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됐다. 더할 것은 더하고, 버릴 것은 버리고 나 스스로 나를 정확하게 인식하기 위해 매일 같이 도려내고 또 도려냈다.


사람들은 저마다 일터로 분주히 아침부터 어디론가 가는데, 나는 동네를 벗어나지 못했고, 불안과 우울감은 이내 체중 증가로 이어졌다.


헬스장 출입은 막혔고, 먹는 양은 늘었다. 뭔지 모를 불안을 먹는 것을 해소했고, 앉아있으니 조금씩 살이 쪘다. 그리고 거울을 보니 역시나 눈에 띄게 살이 붙었다.


하지만 그것 또한 등가교환의 법칙으로 생각했다. 까짓것 헬스도 미친 듯이 해봤겠다 살이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쳐낼 수 있다. 나는 칸막이 안에서 나와의 대화에 신경을 썼다. 책을 읽으며 내 인생을 반추해보기도 했고 동네 산책을 하며 사색을 하기 시작했다.


온전히 나를 마주하는 것은 어쩐지 불편했다. 내가 나를 정확히 본다는 게 참으로 낯설고 어색했다. 하지만 이런 과정 속에 나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1년이 지났다. 천천히 나를 알게 되었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도전해보고 싶은 새로운 분야를 알게 됐다. 퇴사하고 1년이 지난 후에 나에게 흥미로운 목표가 생겼다. 


나는 늘 목표를 정하고 달성하고, 성취하는데 재미를 느낀다. 그게 내 삶의 동력이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다.

그렇게 새로운 시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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