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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폴리피자 May 31. 2023

막상 나와보니 갈 곳이 없네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데, 소속감이 중요한가요?

아침에 눈 뜨면, 다들 분주하게 어디론가 향한다. 99%는 일터, 직장이겠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마시면서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도 있고,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무표정으로 무심하게 길을 걷는 사람도 있다.


나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내가 선택한 삶에는 더 이상 직장이 없다.  


누구는 직장을 좋아한다. 그래서 일에 빠져서 본인의 커리어를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 너무나 부럽고 멋지다. 


누구는 직장이 끔찍하게 싫다. 사회생활이 피곤하다. 상사 눈치도 싫고 험담하는 직장동료도 지겹고, 매일 무한 반복되는 굴레에서 언제 벗어날 수 있을까 멍하니 하늘만 본다.


그래도 소속이 있어야 하고, 직장이 있어야 하는 것일까?


퇴사 후 3년이 지났다. 나는 직장도 없고 사회생활 개념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치열하게 사람들과 얼굴 맞대고 보이지 않는 감정선을 서로가 넘나들며 엉켜있던 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하루에 몇 마디 섞을 사람도 없다. 복잡한 감정이 서로를 혼란하게 하는 상황도 없다.


그냥 감정의 기복이 없다. 여기에 익숙해졌다. 이게 좋은 것일까? 내가 원하는 대로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신경이 곤두서있다가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준다. 그렇게 인간은 적응한다. 모든 감각이 평온을 되찾는다.


나도 마찬가지다. 돈벌이도 시원치 않고 나가는 직장도 없는 무직인데, 평온하다.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 돈을 벌기 위해 꾸준히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누가 보면 재택근무라도 하는 줄 알겠다.


육아와 살림도 챙겨야 하고 돈 벌 궁리도 해야 하고, 이 모든 것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한다.


코로나 탓인지, 내가 더 이상 사회생활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연락도 없고 얼굴 보자고 하는 사람도 없다.

다들 바쁘게 사느라 정신이 없는데, 한가하게 시간이 많은 백수가 맥락 없이 연락하는 것도 어쩐지 이상한 것 같아 연락을 안 했더니, 더는 연락을 못할 것 같다. 


너무 뜬금없이 연락하는 것 같아서, 혹시나 돈 빌려달라고 생각할까 봐 다가가기 어렵다.


어쩌면 나는 너무 이른 나이에 정년을 채운 퇴직자의 삶을 체험 중이다. 


다시 일터를 찾아보고 나가야 할까? 내가 목표로 세운 것을 끝내 달성할 수 있을까? 하루에도 수십 번 머릿속에서 맴도는 질문이다.


헬스장 가서 미친 듯이 땀을 흘려야 그나마 복잡한 머릿속을 비워낼 수 있다.


하루는 짧다. 하루는 분명 24시간인데, 하루가 3시간처럼 짧다. 


회사에서 미친 듯이 이리저리 치이고 바쁘게 보냈어도 하루가 길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밖은 다르다. 그냥 내 인생이 팍팍 쓰나미처럼 지나간다.


나는 다짐한다. 흔들림 없이 내가 세운 목표를 향해 절대 포기하지 말고 될 때까지 해보자.


후회 없이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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