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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폴리피자 Jun 01. 2023

어딘가에 미친 듯이 몰입했더니...

그냥 좋아서 아무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빠져본 적 있나요? 

직장생활에 미친 듯이 빠져서 즐기고 성과를 냈으면 참 좋았으련만 그렇지 못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자연히 늘다 보니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도 늘었다. 나의 30대 사회생활, 회사생활은 실패였다. 나는 그렇게 정리했다. 


실패를 통해 배울 것이 많다 보니 미친 듯이 실패 사례를 뜯어보았다. 그러다 문득 반대로 내가 잘한 것은 무엇일까? 내가 미친 듯이 집중하고 몰입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흠뻑 취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알고 보니 퇴근 후 운동시간에 그랬다.


회사생활은 나라는 어떤 분신이 여기저기 흩어지고 소모된다면, 퇴근 후 운동은 어떤 중심으로 나를 모으고 나에게 집중하는 그런 것이었다. 그래서 더욱더 시간을 많이 쏟고 몰입하고 즐겼다.


여기저기 회식자리에 불려 다니며 뱃살이 붙고, 팔다리는 가늘고 나 스스로가 별로다 싶을 때 운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재미 들린 게 피트니스다. 피트니스는 중독요소가 있다.


몸이 변하는 것은 오히려 느리다. 어떤 종목을 해냈을 때 그 고통의 순간을 참고 견딘 후 몰려오는 짜릿함이 좋다. 


숨이 거칠어지고 때론 주저앉을 것 같아도 다시 나를 절벽으로 내미는 심정으로 그렇게 한 세트 더 수행을 한다.


그게 반복이 되다 보면 하루의 운동이 끝난다. 그리고 밀려오는 마음의 안정과 뿌듯함은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내 30대는 그렇게 헬스에 미쳐있었다. 일 보다 더 연구하고 고민하고 더 찾아다녔다. 그렇게 중독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피트니스 트레이너 자격증도 취득을 했다.


그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 또한 돌이켜보니 추억이 됐다. 그렇게 보람이 됐던 순간,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순간은 오히려 기억에 오래 남는다.


아이러니하게도 회사에서 8년을 다녔는데, 이렇다 할 추억이 없다. 이게 참 뭐랄까 통으로 내 인생의 한토막이 절단된 것 같다.


오히려 순수한 마음으로 몰입했던 그 순간으로 기억을 떠올리려 애써본다.


20대 시절, 미친 듯이 가슴 뛰고 설레던 그 순간들 하나하나 추억하며 그 기분을 되새겨본다. 


마찬가지로 10대로 돌아가 아주 작지만 감성 충만한 그 순간, 그 찰나를 떠올려본다.


순수한 마음으로 내가 즐겁고 가슴이 뛰던 그 순간과 그 기억 모두는 나를 살아 숨 쉬게 만드는 생의 축복이다.

앞으로도 나는 이런 느낌과 감정을 잘 간직하며 몰입하는 삶을 살 것이다.


나는 지금 홀로 일한다.


퇴사하고 뭐 하지? 고민했던 그 순간, 나를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다.


때론 부끄럽고 때론 상처가 되기도 했던 내 모든 과거와 현재를 있는 그대로 보았다.


그리고 나를 더 잘 알기 위해 노력했다.


시간을 추억하기 위해, 나는 동네를 걷곤 했다. 더 과거로 돌아가 나를 알기 위해 더 오래 더 멀리 걷곤 했다.


그렇게 나를 알면 알 수록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서서히 윤곽이 드러났다.


나는 조용한 곳에서 혼자서 온전히 집중하고 몰입하는 일을 좋아한다.


과거 내가 일했던 일터는 전혀 프라이버시가 지켜지지 않을 만큼 개방적이었고 비좁았다.

통화 내용이 옆 사람에게 들리기도 했고, 이래저래 민망한 상황이 참 많았다.

늘 감시받는 기분이었고, 인터넷 검색조차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나 스스로 공부하고 실전에 적용하고, 실패하면 수정하면서 성과를 냈을 때 엄청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다. 누군가가 방해하거나 옆에서 감시하거나 잔소리를 하면 정말 참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 어떤 결과를 내기 위해 새로운 분야에 몰입 중이다. 비록 이렇다 할 시원한 성과는 없지만, 벌써 3년 차에 접어들었다. 내 시간과 정신을 즐거운 마음으로 썼다. 물론 결과가 미미하거나, 이게 될까? 하는 의문이 들 때면 당장이라도 포기할까 수백 번 고민했다.


그러나 헬스를 했을 때 마음으로, 당장의 결과는 눈에 미미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좋게 나온다는 믿음으로 퇴사 후 3년을 보낸다.


누군가는 자본주의에서 성공하는 패턴은 J형 커브 그래프라고 말한다. 일종의 멱법칙 같은 것이다.

머리론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끝날지 모르는 터널 끝을 기다리는 것도 마음이 불안하다.

그래도 살면서 이렇게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을 때 결과는 실패든 성공이든 반드시 나왔다. 그리고 그 결과에 겸허히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내가 선택을 했기 때문에 후회가 없다. 누가 시켰다면 이렇게 안 했다. 


헬스에서 깨우친 몰입의 즐거움이 현재 내가 선택한 일에서 그대로 적용이 된다. 온전히 나와의 싸움이다. 나는 나 자신을 컨트롤하는데 그래도 익숙하고 잘하는 편이다. 이렇게 한 단계 레벨업이 되면, 나는 또 다른 분야에도 이렇게 적용해 볼 것이다. 생소한 분야에 호기심을 갖게 되고, 진득하게 학습 후 적용해 보고, 수정해서 결과를 내는 것. 회사에서 해보지 못하는 일종의 실험을 밖에서 하고 있다.


그 자체만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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