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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폴리피자 Jun 02. 2023

일기 쓰기와 산책

내 인생의 기적을 불러올 작지만 아주 강한 것.

진짜 내 인생을 기록해야겠다. 그렇게 마음먹고 대형서점에 갔다.


기록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대하다. 내 발자취를 확인할 증거다.


그래서 나는 기록하는 게 즐겁다. 내 흔적을 남기는 유일한 방법이다.


영상으로 찍어서 사실 그대로 보는 것도 좋다. 그러나 글 쓰는 것으로 남기는 것은 어쩐지 생각할 여백을 제공한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오는 긴장감을 통해 글쓴이의 심경을 헤아릴 수 있다.


다이어리가 넘쳐난다. 그러다 한 권의 다이어리에 눈길을 두었다.


3년 다이어리. 한 권에 3년의 역사를 기록할 수 있다.


아! 이거면 충분하다. 이 한 권을 다 쓰고 나면 내 역사는 시작되고 완성된다.


그렇게 2020년 5월부터 내 역사는 기록이 되었다.


거침없이 썼다. 누군가 엿볼까 의식하지 않았다. 내 생각과 마음, 들키고 싶지 않은 욕망까지 내려 갈겼다.


속이다 후련하다. 그렇게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어느덧 23년 1월이 됐고, 이번에 또 마련했다. 쓰는 행위만으로도 내 마음을 다스리는 효과가 있다.


내 무의식에 끊임없이 써넣는다. 되새긴다. 반복된다. 그래서 그렇게 된다.


아침엔 일기를 쓰고 볕이 좋거나, 해가 질 무렵 산책을 간다.


개천가를 걷기도 하고 근처 대학교를 걷기도 한다. 


일이 잘 안 풀리고, 나 스스로 어쩐지 히키코모리 같고, 어딘가 숨고 싶고, 이 길이 맞나 싶고


복잡하다 복잡해하면 걸었다.


나는 퇴사를 했고 내 길을 걷고 있고, 살기 위해선 돈도 벌어야 하는데, 지금 하는 이 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당장 수익이 없는데 이걸 몇 년간 즐기면서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의심이 가득하다.


에라 모르겠다.


걷다 보니 에라 모르겠다. 그래 해보자. 하다 보면 되겠지 상쾌한 기분과 함께 나의 감정이 순화되기 시작했다.


잠시라도 복잡하고 답답하다면, 무조건 걷는 게 답이다.


미친 듯이 꽉 막혀서 죽어라 해도 안 될 거 같아 포기하고 싶더라도 잠시 그 감정에서 벗어나려면 일단 걸어야 한다.


그냥 걸으면 안 된다. 미친 듯이 저 멀리 보고 마음껏 신나게 걸어보자.


부담감은 점차 사라지고, 용기를 얻는다.


한 번 사는 인생, 내가 선택했고 까짓것 당연히 어려운 것이다. 쉬운 게 처음부터 없다. 그건 사기다.


당장 결과가 안 나오고, 설령 못하더라도 그건 당연한 것이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다만,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비가 오나 밤이오나 꾸준히 해야 한다. 그래야 실력이 쌓인다.


1, 2년 해서 승부날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더 큰 목표와 꿈은 그렇게 쉽게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년을 진정성을 가지고 온전히 나를 위해 정직하게 몰입했나?


걷다 보면 이렇게 생각이 정리가 된다.


일기와 걷기는 비용이 들지 않지만, 아주 강력한 셀프케어 수단이다.


이 좋은 것을 왜 안 할까? 


나는 내 인생이 소중하고 내 하루가 귀하다. 이 모든 것을 기억으로만 남기고 싶지 않다.


가만 생각해보니 3년 전 브런치에서 떨어졌지만, 이 번에 브런치 작가 응모에 된 것은 아마도 일기쓰면서 레벨업 된 글쓰기 실력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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