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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폴리피자 Jun 04. 2023

넌 생각이 너무 많아

내가 쳐 놓은 그물에 내가 걸려 꿈쩍하지 않는다.

차라리 생각 없이 사는 편이 더 행복하고 편한 것 같다.


생각의 90%는 어쩌면 망상일지도 모르겠다. 상상 속에서 허웃적거리며 무아지경에 빠지는 것이다.


이 땅에 두 발을 내딛는 한, 상상 속에서 빨리 벗어나는 게 그래도 한 걸음 나아가는 길이다.


돌이켜 보니 나는 행동하고 부딪히며 문제를 해결하고 성취를 했을 때 감동을 느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생각이 늘기 시작했다. 아마 회사 생활을 하면서 그 생각의 끝이 없었다.


누군가의 입장을 생각해야 했고, 누군가의 생각을 살펴야 했고, 서서히 그 경우의 수가 복잡해지다 보니 내 머릿속이 헝클어지기 시작했다.


쓸데없이 퍼즐을 풀려고 이렇게 저렇게 머릿속을 조합을 해보지만, 그건 상상 속 허구에 불과했다.


그러는 동안 시간을 버리고, 그냥 간단히 끝날 것들이 주저하다 타이밍을 뺏기기도 했다.


내가 실패한 이유의 90%는 쓸데없는 상상의 나래에 시간낭비한 결과다.


내 현재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고 잘못되었다면 그것은 온전히 내 모든 것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하는 생각이나 그로 인한 의사결정이 틀렸을 가능성이 99%다.


그렇다면 결론은 생각하지마가 답이다.


생각하지 마 그냥 해.


때론이 아니다. 대부분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생각하지 마 그냥 해'가 더 편할 때가 많다.


이 사람 저 사람의 입장과 생각을 정리하고 조율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기도 했고, 그 생각에 나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고민하고 생각하다 느려터진 결정은 한다.


생각은 결국 나의 발목을 잡는다.


당장 처한 난관은 가만히 앉아 생각으론 절대 해결이 되지 않는다. 생각 보단 발로 뛰는 게 더 빠르다.


사직서를 쓰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 고민을 했다.


고려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후의 삶에 대한 보이지 않는 미래를 그려내느라 진이 빠졌다.


그러나 완전히 모든 것이 내 생각과는 다르다.


퇴사 한 이후의 삶은 이전의 상상과는 다르다.


육아하는 삶은 남들의 걱정과 나의 상상과는 아예 다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내 머릿속에 쓸데없이 맴도는 망상이나 상상, 잡념을 빠르게 제거하기 위함이다.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좀 더 나아지고 성공하려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그냥 답이다.


나는 깨달았다. 나에게 장애가 되는 것을 빠르게 정리하기로.


쓸데없는 공상을 즐기는 나를 인정했다. 어떻게 하면 머리를 가볍게 비울 수 있을까? 그 해결책으로 글 쓰기와 산책을 택했다.


생각을 비우니 실행이 된다. 실행을 하니 또 잡념이 사라진다.


이제는 알 것 같다. 


상상은 절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이 정말 간절히 원하지 않는 한 그것은 허구다.


그래서 생각하지 마 그냥 해 정신으로 이렇게 글을 쓴다.


무작정 브런치에 시간 날 때마다 글을 쓴다. 그것이 1,000개든, 10,000개든 될 때까지 쓴다.


누구는 글쓰기로 인생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래서 글을 써야 한다고 주야장천 주장하는 이도 있다.


나도 언젠가 글을 써야지 했는데,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결과적으로 마음먹은 것은 언젠가 하게 된다.


막상 시작하면 별것도 아닌 거 너무 많은 단서를 스스로 달아서 꼼짝 못 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어떻게 인생이 바뀔지 큰 기대도 없고 딱히 궁금하지도 않다.


그냥 쓰다 보니 어느덧 10편이 15편이 된다.


다만, 요리 실력보다는 그래도 글쓰기 실력이 빨리 느는 것 같아 참 흐뭇하다.


진짜로 글을 쓰면 인생이 바뀔까?


여기에 흔쾌히 누군가 대답해 주면 좋겠다.


여전히 궁금하지만 그 궁금증을 꽉 누른 채 글을 쓰고 있다.


인생이 바뀐다는 것은 어떤 걸 말하는 것일까? 


당연히 좋게 될 것이라 믿는다. 


나는 끊임없이 콘텐츠를 소비하며 내 소중한 시간을 썼다. 인스타브레인에서 말한 내 뇌의 호르몬이 끊임없이 소비를 갈망했다.


소비는 또 다른 소비를 갈망하고 끊임없이 목마르다. 그러면서 조금씩 내 정신도 건조해진다.


나는 살면서 생산자의 관점으로 온전히 무엇을 전달하거나 공감하는 주체가 되지 못했다.


물론 회사 다닐 때 고객중심 사고를 학습했다.


당장은 직접적으로 고객에게 내가 제공할 수 있는 유무형의 상품은 없지만, 언젠가 있을 것이란 작은 확신이 든다.


그 이유는 내가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잘은 몰라도 나는 자연스레 누군가를 위해 무엇인가 제공하는 생산자가 되고 있다.


아주 작지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이 습관이 언젠가 완전한 제공자가 되어 나의 사고를 바꿀 것이다.


그래서 글쓰기는 단순히 나를 제어하는 수준을 넘어서 또 다른 영역으로 나를 인도하는 재미가 있다.


다시 한번 기대를 해본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것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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