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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폴리피자 Jun 29. 2023

아기와 함께한 6개월

육아대디 모집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기가 방긋 웃으며 나를 쳐다본다.


아이를 잠시 내 옆에 눕히고 눈을 쳐다보며 인사를 한다.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배도 한 번씩 문질러 준다.


아기가 웃으면 덩달아 기분이 좋다. 내 몸 어딘가에 엔돌핀이 나온다. 


오늘 하루 육아가 드디어 시작된다.


잠을 푹 잔 아가는 기분이 좋다. 혼자서 누워서 이리저리 몸을 굴리고 장난감을 만진다.


갈수록 활동범위가 커진다. 


잠깐 화장실이라도 다녀오면 아이는 방 중앙에 있다가 갑자기 모퉁이 구석에 가 있다.  


엄마는 새벽에 모유수유 하느라 잠을 더 잔다. 괜찮다고 말은 하지만, 출산 후 부쩍 예민해졌다.


대다수 출산 여성이 겪는 산후우울증 증세가 보인다. 


몸이 피곤하고 잠이 부족하니 짜증을 내곤 했다.


그 짜증을 듣다가 나도 모르게 한 번씩 욱했다. 


"대체 나한테 왜 그러지?"


인터넷 검색으로 산후우울증에 대해 좀 더 알아봤다. 심한 사람도 있지만 조금 덜한 사람도 있다.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증세가 나타난다.


나는 이쪽 분야에 대해 잘 모른다. 주위에 도움을 요청해 본다.


내가 거주하는 관내에서 임산부 지원부터 출산 후 여성 케어까지 전반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


아이를 낳고 정기적인 육아검진부터 육아에 필요한 여러 지원을 구청과 보건소를 통해 제공받았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다. 


육아는 손이 많이 가고 힘을 써야 한다. 집안 살림은 더 힘을 써야 한다. 


부지런해야 적당히 깔끔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설거지할 그릇이 쌓이거나, 빨래가 밀리면 안 된다. 날파리 꼬이기 전에 쓰레기도 빨리 갖다 버려야 한다.


새벽에 배송 온 상품을 상하기 전에 냉장고에 빨리 정리한다. 


이유식을 만들 재료도 신경 써야 한다. 맛있는 식사로 엄마를 기분 좋게 하고 싶다. 


나는 집에서 정신없이 움직인다.


야채도 다듬고 요리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돌리고 건조하고 쓰레기도 비운다.


아기가 울거나 보채면 설거지 중에 장갑을 벗어던지고 빠르게 아이한테 간다.


아이를 들었다 놓았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렇게 힘을 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바쁘고 정신없다.


그렇게 6개월이 눈 깜짝할 사이에 흘렀다.


어느덧 23년의 절반이 흘렀다.


경단남이 되어 육아와 살림에 깊숙이 관여했다. 


내 일은 앞으로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나에게도 목표와 꿈이 있다.


육아도 좋지만 내 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식구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다.


어쩔 땐 나도 감정이 복잡해진다.


육아대디, 육아파파는 참 생소하다. 


티브이를 켜면 오은영 선생님이 아이문제로 보호자와 상담을 하는 장면을 보곤 했다.


육아는 여전히 엄마의 몫이다. 티브이 속 장면을 보면 대부분 아빠보단 엄마가 더 눈물을 글썽인다.


아이를 엄마가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집안이 평화롭다.


출산 후 손목이 아픈 엄마를 대신해 무거운 것은 내가 다 든다.


육아를 하는 아내를 돕는 게 아니라 내가 전적으로 참여한다.


아기에게 이유식도 떠 먹여주고, 낮잠도 재워준다. 목욕도 시키고 옷도 갈아입힌다.


누구에게 손을 빌리지 못하니 우리 부부가 전적으로 아이를 돌본다.


그래서 아이가 웃을 때 행복하다. 특히 나를 보며 웃을 때 마음이 따뜻해진다.


누구는 100세 인생이라며 인생은 길다고 말한다.


나는 거기에 동의를 못하겠다.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눈을 뜨고 이렇게 글을 쓰는 순간도 시간이 멈추길 바란다.


야속하게 흐르는 시간을 붙잡고 싶다.


내일 눈 뜨며 나를 맞이해 줄 아이가 있어 시간을 놓아준다.


아빠들이 좀 더 육아에 참여하도록 회사에서 적극 응원해 주면 좋겠다.


육아휴직을 고민했던 전직장 동료가 인사팀원과 이야기를 나눴다.


여사원에 대한 육아 휴직은 그럭저럭 눈치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남사원이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승진 누락은 기본이고 복직 시 이전 경력과 상관없는 부서로 발령을 낸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써야 한다고 했다.


어쩔 수 없다. 괜히 쓰겠다고 나대면 앞으로 회사생활 꼬이니 어쩔 수 없다.


육아대디가 많이 생겨서 고충을 같이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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