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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폴리피자 Sep 17. 2023

2024년 다이어리를 구매했다

퇴사하고 가장 잘한 일은 일기 쓰기다. 내 인생을 많이 바꿔주었다.

7월 11일 이후에 두 달 만에 브런치에 글을 쓴다.


어느덧 2023년의 중반을 지나 마지막 분기를 앞두고 있다.


며칠 전에 24년 다이어리를 구매했다. 


퇴사하고 내 인생 기록을 꾸준히 남기려고 다이어리와 플래너 2권을 구매해 왔다. 


일기를 매일 쓰면서 내가 모른 나에 대해 알게 되었다. 최근 3년 동안 가장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은근히 보람 있고, 뿌듯하다.


무엇보다 꾸준히 일기를 쓰니 오락가락하는 마음을 차분하게 잡아주었다.


스스로 나를 통제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시간을 허투루 쓸 수 있다. 


데일리 플래너는 쉽게 나태해질 수 있는 일상을 꾸준하게 관리해 주는 장치다.


이번 12월에는 하루를 통으로 비우고 퇴사 후 과거 3년간의 모든 기록을 쭉 보면서


중요한 기록은 다시 요약해서 옮겨 놓을 예정이다.


그렇게 기록을 쓰고 모으고를 반복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갈 생각이다.


어느덧 퇴사한 지 3년 6개월이 지났다.


퇴사하고 코로나 기간 동안 독서실 칸막이에 숨어서 종일 책을 읽기도 하고  자격증 공부도 하고 하루 24시간을 아주 꽉 채워서 보냈다.


회사는 나왔고, 막상 갈 곳은 없고 퇴사 기분을 만끽하려고 홀가분하게 여행을 가자니 코로나가 두려웠다.


심지어 사람 만나는 것도 싫었다. 연락도 잘 오지 않았다. 


경력도 더 이상 이어나갈 생각도 없었고 그냥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었다.


혼자서 보낸 시간이 많은 만큼 어딘가에 펜으로 끄적이는 순간이 많았다. 


그렇게 기록은 어느덧 습관이 됐고, 일기 쓰기는 나를 성장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이어리든 수첩이든 조금씩 애정이 붙기 시작하면서 더 좋은 제품에 눈길이 갔다.


20년에는 모닝글로리에서 나온 데일리 체크 플래너를 샀다. 퇴사 직후 자격증 공부를 시작해서 어떤 공부를 했는지  하나하나 기록하고 점검하기에 괜찮았다. 그러나 나는 자격증 시험에서 낙방했다. 그리고 3~4개월 동안 갈피를 못 잡고 방황을 했다. 


21년에도 별다른 생각 없이 같은 제품을 사서 썼다. 당시에 자격증 공부를 접고 새로 도전한 분야를 공부하느라 같은 플래너를 또 썼다. 기록의 양만큼이나 내가 공부한 양도 꾸준히 늘었다. 


22년에는 딱딱한 체크리스트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게 기록하기 위해 미도리 MD 노트를 썼다. 


보통 만원 언저리 수첩을 사다가 플래너에 좀 더 애착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미도리를 선택했다.


나름 꼼꼼하게 정말 잘 사용했다. 그러나 아주 조금만 더 체계적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23년에는 양지사의 위클리 플래너를 샀다. 양지사야 회사 다니면서 자주 썼고 익숙하다.


그냥 서점 가니 세일하길래 샀다. 당시에 기록할 양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위클리 정도면 무난하다고 생각했다.


9개월 이상 써보니 위클리에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단어 위주로 기록을 했고, 더 꼼꼼하고 세심하게 기록을 남기고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올 해는 육아에만 집중하느라 뭔가를 많이 할 수 없었다. 


하루 루틴이라고 해봐야 주식 차트보기, 신문보기, 일기 쓰고 목표 쓰기도 하고 운동하고 틈틈이 강의 영상 듣는 수준이었다.


생산적인 활동은 거의 없었고, 흐트러지지 않는 몸과 마음을 유지하는 정도다. 


이 정도만 돼도 충분히 감사하고 만족한다. 올해는 육아를 핑계로 술을 마셔본 기억이 없다. 누군가를 만나는 경우도 많아 봐야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달에 한 번 정도다.


육아 외에 나머지 시간은 모두 나를 위한 시간을 썼다. 


육아에 최소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멋진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까지 잘 해냈다고 스스로 칭찬한다.


개인적으로는 투자 공부도 계속 꾸준히 할 수 있었다. 여전히 투자 실적은 다소 아쉽지만,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코로나 기간 띄엄띄엄 다녔던 헬스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 헬스장을 더 좋은 곳으로 바꾸면서 육아로 지친 심신을 달래기에 좋았다. 


그럭저럭 일상을 부지런히 보낼 수 있었다. 거기에는 꾸준한 기록이 있었다. 


그래서 기록과 점검을 더욱더 신뢰하게 되었고 더 큰 애정이 생겼다.


결국엔 나는 그토록 사고 싶었던 그러나 비싸서 늘 주저했던 몰스킨 데일리 다이어리를 샀다.


플래너를 사려고 서점에 가서 구경할 때마다 비싼 가격에 구매를 포기하고 적당히 타협해서 다른 것을 샀다.


구매 당시에 내 마음상태가 아직은 살 때가 아니야 라며 스스로 억제했다. 비싸봐야 얼마나 비싸다고 그것을 그렇게 주저했는지...


단계별로 성장을 즐기는 나로서는 몰스킨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종착지였다.  


사놓고선 얼마나 잘 활용할지도 의문이었다. 저 빼곡한 선 위에 여백을 뭘로 다 채울 수 있을까? 


수입도 끊겼는데 몰스킨 사는데 돈을 써야하나? 그런 소심한 생각이었다.


그렇게 눈길만 주고 돌아서서 몇 년의 기록 연습 끝에 이제는 몰스킨을 선택했다. 


기록에 애정을 갖게 되고 365일 매일 만지게 되는 수첩에 돈을 더 써서 좋은 제품을 사야겠다고 결심했다.


무엇보다 억지로라도 기록을 꽉꽉 채워보자는 의지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육아도 1년 꽉 채우는 중이고, 과거 3년간 내 인생을 위해 충분히 시행착오를 겪고 연습도 했다.


내년 한 해는 내가 노력한 결과가 분명히 나올 것이란 확신과 믿음이 생기면서 이 모든 과정을 더 세심하 담아 내야겠다.


2024가 새겨진 몰스킨 커버를 볼 때마다 그런 희망이 넘친다.


어떤 이야기로 꽉 채워질 것인가 설레고 기대가 된다.


퇴사하면 보통 걱정부터 많이 한다. 나도 그랬고 때론 갈피를 못 잡고 우울한 마음을 지닌 채 방황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걱정의 순간도 결국 한 순간에 불과하고 각자 주어진 환경에 맞게 적응하면서 방법을 찾아간다.


이 모든 개인의 스토리는 그 자체로 소중하고 잘 보관될 필요가 있다.


내년 한 해의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인생.


충분히 만족하고 행복하다.

24년 그리고 25년 계속 몰스킨으로 정착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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