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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없는 삶

나와 어울리지 않는 술을 멀리 하니 좀 더 인생이 편안하다

by 나폴리피자

언제부터인가 나는 회식을 과감히 피했고 지금까지 술을 멀리하게 됐다.


사회생활을 하며 경험한 회식은 99퍼센트 좋지 않은 감정과 기억으로 남아있다.


강압적인 회식 분위기를 조성해서 어쩔 수 없이 끌려가야만 했던 사회 초년생 시절을 떠올리면 회식이 참 싫었다.


술 마시며 주저리 떠드는 대화들이 듣기 불편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나만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다.


한 5년 차부터 회사생활과 거리를 두면서 나를 지키기 위해 회식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빠졌다.


상사들은 이런 나를 어떻게든 술자리에 데려가려고 온갖 것으로 괴롭혔으나 나는 굴하지 않았다.


끝까지 저항하니 어느 시점에는 나에게 술자리를 권하지 않았다.


회식도 회사생활의 연장이고 조직 결속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라고 하는데 동의는 한다.


그럼에도 나는 싫었다.


이런 나에게 좋은 고과를 줄 이유도 없었다. 결정적으로 승진을 앞두고 날 챙겨줘야 할 어떤 감정적인 끈이 없으니 팀 내 고과 경쟁에서 뒷전으로 밀렸었다.


그만큼 회식을 거부하는데 참 고집스러웠다.


우리는 자라면서 알게 모르게 술 문화에 노출되고 강요받는다.


스무 살 때 해방감에 친구들과 술 무서운 줄 모르고 마시기도 했고 다음날 첫 차를 타고 집에 들어간 적도 있다.


내가 그렇게 술이 센 편은 아닌 거 같고, 사회생활 하면서 접하게 된 술자리에선 술맛이 항상 썼고 금방 취했다. 그만큼 그 자리가 불편했다.


술을 좋아한 친구는 20대 때부터 꾸준히 마시고 즐기더니 40대 때가 된 지금 애주가가 되었다.


주류 박람회도 다니고 귀한 술을 애지중지 집에 모셔두고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겨 놓더라.


어쩌다 한 번씩 마신 술은 취미를 넘어 없어서는 안 되는 가까운 친구가 되어버린다.


나는 이 지점에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느낀다.


빈도가 높든 낮든 일주일에 한 번이든 한 달에 한 번이든 술을 마셨던 20대부터 마흔이 될 때까지 계속 마셔왔다면, 그것은 습관이다. 마흔이 오십이 되고 환갑에 이르러 꾸준한 음주를 하게 된다.


아주 차츰 서서히 스며들어 삶의 낙이자 견고한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기분을 내려고 식사 중에 와인 한 잔 한다거나 샤워하고 간단하게 맥주 한 잔 하는 모든 리츄얼은 결과적으로 반복적인 행동 패턴을 만들어 낸다.


보통 대중적으로 담배는 해롭다고 그렇게 캠페인을 하면서 알코올중독에 대해선 문제의식을 잘 안 갖는다. 오히려 음주문화를 낭만적인 이미지로 포장을 하거나 와인의 경우 고급문화로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는 퇴사하고 딱히 술 마실 일이 없어서 그런지 술과는 더 이상 인연을 맺지 않았다.


오히려 당장 먹고사는데 급급한 나머지 어떻게든 건강한 정신과 생활습관을 갖기 위해 아주 작은 루틴을 반복했는데, 그게 몇 년을 하다 보니 내 삶의 일부를 넘어 중요도가 커졌다.


대표적으로 운동이나 요가, 무작정 걷기나 숲공기 마시기 같은 것이다.


이것들은 도무지 말로 표현이 안 되는 어떤 즐거움 있다.


그러다 보니 행복지수도 자연스레 올라갔다. 몸도 가볍고 기분도 상쾌하고 잠도 잘 자니 얼굴표정이 달라졌다.


비록 30대 초반 사회생활 하면서 재테크니 부업이니 돈을 벌기 위해 부단히 노력은 못했으나, 헬스에 꽂혀 몇 년을 몰입했던 기억을 생각하면 천만다행이고 잘한 선택이라 생각이 든다.


가장 기본 중에 기본인 체력과 건강에 신경을 많이 썼고, 그 습관이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누군가 보기에 몸짱 될 것도 아닌데, 혹은 그렇게 헬스 한다고 하는데 몸짱도 아닌 거 같은데 왜 그렇게 운동을 꾸준히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시간이 자연스레 흐르고 어느새 하나의 습관이자 즐거운 취미가 되어버려서 가야 하는 번거로움과 운동의 고통을 그냥 잊게 된 거 같다. 그래서 나는 요즘 습관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 물 한 잔 마시기와 같은 아주 작은 사소한 습관마저 꾸준히 체크하면서 스스로 달성했다는 것을 매일 알게 되면 내 의식 어딘가엔 나는 해내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그런 작은 여러 개의 습관이 계속 꾸준히 쌓이다 보면 또 뭔가를 계속해서 달성하는 사람으로 뇌에 새겨지는 기분이다.


이런 작은 것들의 무한 반복으로 어느새 전혀 상상하지 못한 또 다른 내 모습을 마주 한다.


이런 지속성 덕에 포기하지 않게 되는 근성을 갖게 되었다.


숲을 거닐며 상쾌한 공기에 매료되어 숲을 또 찾듯이, 누군가는 술에 취해 느끼는 기분 좋은 감정과 뇌의 작용으로 또 술을 찾을 것이고, 무한 굴레의 덫에 시간을 녹이니 결국 다른 내 모습을 마주하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좋은 것을 가까이하고 꾸준히 접하면 나는 더 좋아질 것이고 내 신뢰가 높아져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할 의지가 뇌 신경계 어딘가 깊숙히 심어질 것이라 믿는다.


그렇기에 지금도 퇴사한 지 어느덧 5년이 다 되어가지만, 내가 선택한 분야에서 버티고 또 버틸 수 있어던 힘이 내 안에 있다.


그 힘이 나를 지탱해주고 있고, 좋은 결과를 낸다면, 나는 또 아주 사소하지만 쌓이면 엄청난 힘을 낼 만한 그 무언가를 또 찾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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