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하다 보니 계속하게 된다
요가를 배워보겠다고 그렇게 다짐만 수차례 했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작년 8월에 시작을 했다.
시에서 운영하는 요가 프로그램이고 가격도 마음에 들어 호기심 가득한 마음을 안고 갔다.
처음 배우기 때문에 늘 초보자의 마음이 그러하듯 혹시나 잘 못하거나 실수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요가 수련실에 들어간 첫날 남성은 나 혼자였다. 요가는 "여성 운동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쭈뼛쭈뼛 요가 매트를 깔고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선생님 지시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늘리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시작한 요가가 어느덧 8개월이나 됐다.
8개월이 빨리 흘러간 것인지 아니면 8개월이나 내가 요가를 꾸준히 한 것인지 어느 부분에서 내가 조금 놀라야 할지 모르겠다.
작은 루틴도 꾸준히 하면서 자기 효능감에 대해 스스로 매력을 느끼는 요즘, 요가까지 내 삶의 루틴으로 끌고 들어오니 성취감도 있지만, 더욱 즐길거리가 풍성해진 기분이다.
요가의 매력을 손으로 꼽자면 딱히 준비물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헬스를 하거나 러닝을 하거나 수영을 하거나 챙겨야 할 게 신경이 쓰인다.
요가는 그냥 몸만 가면 된다. 그래서 내가 접해본 여러 종목의 운동 중 가장 가볍고 부담이 없다.
이 좋은 요가를 사설 기관을 다녔으면 수련비가 부담스러워 더 미루기만 했을 텐데,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좋은 가격으로 이렇게 배울 수 있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약 한 시간 동안 선생님 동작을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하면 어느새 끝이 난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하고 끝나기 5분 전 몸의 긴장을 풀고 누워서 쉬는 시간이 있는데, 이때 어떤 깊은 상태에 빠진다. 이게 졸려서 잠드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명상처럼 뭔가 심오하고 고요한 세계로 들어가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요가하는 날은 집에 오면 배가 많이 고프고 잠도 깊이 잘 잔다. 항상 몸에 잔뜩 긴장 한 채 힘을 쓰는 운동만 했지 요가처럼 몸을 스트레칭해주고 이완시켜 주고 힘을 빼는 운동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좋은 것을 스무 살 때부터 했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뭐든 안 그런 게 어딨겠냐만은......
나는 요가 못지않게 명상에도 많은 호기심과 관심이 있다. 좀 더 맑은 정신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복잡한 인생을 경계하는 요즘 요가나 명상은 내가 추구하는 단순하고 담박한 삶에 활력을 준다.
동작의 템포도 정적이고, 몸을 이완시켜주며 마음 속에 웅켜 쥐려는 어떤 욕심이나 헛된 욕망을 서서히 놓아주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요가를 8개월간 하면서 비슷한 동작만 반복했었다. 매월 수강생이 바뀌다 보니 가장 대중적인 요가 동작으로 입문자도 쉽게 접할 수 있게 수업이 구성되었다.
그래서 조금 더 욕심이 난다. 좀 더 다양하고 좀 더 난도가 있는 동작을 배우고 싶다.
요가의 세계도 마치 그 세계를 다 알 수 없는 어떤 심오한 세월의 깊이처럼 복잡다단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다.
배울수록 그 끝을 알 수 없는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그런 심신을 단련해 주는 운동이 아닐까 기대해 본다.
도서관에 가면 요가 관련 에세이나 책을 읽으면서 그 세계를 좀 더 접해봐야겠다.
딱히 어떤 말도 설명이 안 되는 묘한 매력이 있기에 8개월 간 아무 생각 없이 했었던 것 같다.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포기하거나 관두지 않고 꾸준히 해 온 나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막 배워야 한다 의무감이나 억지스러운 힘을 쓴 게 아닌, 언젠가 해야 할 요가를 결국 하게 되는 어떤 경이로움을 느끼며 결국 그렇게 하게 되는구나 안심을 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