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고생스럽지만 그래서 더욱 보람찬 우리 식구의 추억을 쌓았다.
회사 다니던 시절 나는 해외출장과는 거리가 다소 멀었다. 대신 국내출장을 많이 다녔다. 월요일 사무실에 출근해서 오전에 팀 회의를 마치고 오후 두세 시까지 업무를 보다 짐을 챙겨 차를 끌고 지방 출장을 가곤 했다.
업무성격상 숙박생활을 하며 지방을 돌아야 했다. 기차나 버스에서 보내는 시간도 많았다. 당시에는 사회 초년생이고 젊어서 잘 돌아다녔다. 출장 횟수가 늘수록 몸이 조금씩 지쳤고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동료가 슬슬 부럽기 시작했다.
때마침 나는 다른 팀으로 발령이 났고 사무실 근무를 하기 시작했다. 집과 사무실을 오가며 운동도 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고 생활패턴이 안정적이면서 마음에 여유도 생겼다.
팀 내에서 유독 해외출장을 갈 기회가 잘 없어서 그냥 내 팔자인가 싶었다. 상사가 나 대신 간다거나, 해외출장만 노리는 다른 동료가 악착같이 그 기회를 가져가곤 했었다.
해외출장 가면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특히 출장비를 넉넉하게 쓸 수 있는 당시 분위기가 있어서 맛집 투어도 가능했다. 보고 듣고 먹고 일도 하고 회사에 대한 뽕도 차는 좋은 기회다.
2019년 퇴사를 마음먹었고 2020년 초에 퇴사를 하기로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 그렇게 직장생활에 힘을 빼기 시작하니 오히려 아주 엉뚱한 계기로 해외출장을 가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2019년 오슬로와 파리 그리고 방콕까지 해외출장을 가게 되었다. 막판에 운이 조금 따랐다.
인생에 둘도 없는 감사하고 소중한 직장생활 추억을 쌓았다.
그리고 퇴사를 한 2020년부터 코로나와 함께 여행은 상상도 못했다. 월급도 끊겼고 인생 2막을 정신없이 쫓기듯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여행은 사치였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올해 4월 말에 꿈꾸던 해외여행을 갔다. 29개월 된 아이와 함께 일본 도쿄로 향했다.
나도 40대가 되어 감흥을 잃은 것일까? 눈을 뜨고 출발하는 날, 그 순간까지도 설레지 않았다. 그냥 아이를 어떻게 잘 데리고 다녀야 할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새벽 5시에 집을 나섰고, 나와 아내 아이까지 우리 셋은 공항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소로 향했다. 아파트 1층 현관문을 열고 유모차와 캐리어를 끌며 한 발 두 발 내딛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비를 조금 맞고 축축하게 젖은 몸으로 공항버스를 탔다.
새벽에 깨서 어디론가 끌려갔던 아이는 버스에서 내내 칭얼 댔다. 겨우 달래고 또 달래 가며 무사히 공항까지 도착했다. 오랜만에 사용한 여권을 펼치며 과거 여행 행선지를 쭉 보았다. 생각보다 5년의 공백은 커 보였다.
나는 과거 5년 동안 무엇을 한 것인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퇴사 후 먹고사는 고민과 새로운 일을 도전했고 육아와 살림을 하며 정신없는 듯 정신이 있는 그런 세월을 보냈다.
출국심사를 마치고 갑자기 여행의 난이도가 올라갔다. 29개월 아이가 떼쓰며 울기시작했다.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공항 바닥에 드러눕고 큰 소리로 울기시작했다.
나도 잠을 많이 못 자서 피곤한 탓에 드러누워 떼쓰는 아이를 보자니 한숨이 나왔다. 애가 배가 고파서 우는 게 아닐까 싶어 식당에 들어가 간단하게 음식을 먹였다. 아이는 배가 찼는지 조금 진정했다. 참 다행이었다.
비행기를 탔다. 얼마 만에 타본 비행기인가 괜히 낯설었다. 무사히 이륙을 했고 2시간만 잘 있으면 도쿄에 도착한다. 잘 있기 바랐는데 아이는 가만히 있질 못했다. 큰소리를 내거나 자리에서 자꾸 벗어나려고 했다. 달래는데 애를 먹기 시작했다. 겨우 달래서 일본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도쿄는 살면서 처음 가봤다.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글로벌 도시인데 이제 가다니 나 스스로도 이해를 못 했다. 아무래도 일상에 쫓기며 회사 다니다 1년에 한 번 휴가를 다 끌어다 여행을 가니 익숙한 도시 보단 휴양지를 가곤 했었다.
나리타 공항에서 처음 마주한 도쿄의 풍경은 어딘지 익숙하지만 새로운 느낌이었다. 조금씩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공항에서 벗어나 숙소가 있는 우에노역까지 잘 이동을 했다. 그리고 오카치마치역 인근 숙소까지 걸어서 도착했다. 어느덧 시간은 오후 3시가 지났고, 숙소 체크인을 하고 방문을 열어보니 깨끗하고 있을 거 다 있는 아주 편리한 숙소 같았다.
짐을 풀고 숙소 창문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철길 근처라 기차가 눈에 보였다. 기차 지나가는 소리도 들려서 잠을 이룰 수 있을지 걱정도 했다. 모처럼 여행 와서 새로운 도시 풍경을 보니 화창한 차창밖 풍경처럼 내 마음에도 빛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첫날을 무사히 마무리했으면 좋겠지만 아이와 함께한 여행은 생각 이상으로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