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이야기 드라마

가슴 조이다가 웃으며 보는 나 자신을 보게 됐다

by 나폴리피자

오랜만에 멍하니 거실 바닥에 앉아 티브이를 쳐다봤다. 드라마 제목도 길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여전히 나는 퇴사 후 좌충우돌 중이다. 나만의 인생길을 걷지만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때론 분명히 정해져 있고, 그저 앞만 보고 달리는 회사원 시절 모습이 그립다.


잠시 그 시절을 돌아보면, 눈 뜨면 싫으나 좋으나 몸을 일으켜 세워 씻고 회사에 가야 했다. 온갖 머릿속이 복잡해도 사무실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일을 시작해야 했다. 회사 건물 앞에서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서 잠이나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이 매일 들었고, 어제 끝내지 못한 일들이 떠오르며 오늘도 버텨보자는 심정으로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그래도 월급은 생명수처럼 소중하고 귀했다. 회사는 그 일 하라고 월급 주는데, 그렇게 일이 싫으면 월급 받을 필요가 없다. 나는 그것을 퇴사하고 뒤늦게 깨달았다.


상사의 잔소리도 버겁고 쏟아지는 전화받는 것도 싫고, 내 일 좀 시작해보려고 하니 여기저기 취합해 달라고 치고 들어오는 업무도 싫었다. 따지고 보면, 그걸 그럭저럭 다 잘 해내야 승진이 되는 거고 인정을 받는다.


나는 잘 못했다. 결국 못 버텨서 내 손으로 사직서 쓰고 사인하고 나왔다.


이 드라마는 각자 처한 환경에 따라 재미나 감동 포인트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는 퇴사한 김 부장이 회사 밖 세상을 마주하며 김 부장이 아닌 인간 김낙수로서 자신을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회사를 8년 다닌 나 조차도 회사원이라는 굳건한 정체성과 신분을 벗겨내기까지 3년 이상 걸렸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데, 대체 무엇이 나를 그저 한 사람의 나로서 똑바로 보지 못하게 막았던 것일까?


그것은 바로 자존심이다. 어쩌면 대기업이란 간판은 과대포장지일지도 모르겠다. 조직원의 한 명으로서 주어진 작은 일을 하는 것인데, 회사 포장지 크기만큼이나 드라마 대사처럼 자아가 비대해졌다.


퇴사하면 "대기업 부장정도면" 이란 수식어가 도리어 자신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25년이란 세월이면 그 자체로 긴 인고의 시간이고 부장 타이틀은 뼛속까지 깊이 박힌 신념처럼 단단한 정체성이 될 텐데, 딱 떼어놓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또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내려놓을 줄 아는 현명한 지혜가 필요하다. 나도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큰 조직 안에서 주어진 직책과 명함으로 회사를 나와 접할 수 없는 비즈니스 세계를 경험했다. 그러나 회사밖에서 내 이름 석자로 살아가는 나 자신은 초라했고 할 일을 스스로 힘겹게 찾아야만 했다.


늘 경쟁해야 하는 회사 내에서 서로를 의식하며 지냈고 회사 밖에서 조차 남 눈치 보는 습관이 생겨서 그런지 더욱더 움츠러들곤 했다.


시간이 흘러 드라마 주인공 김낙수가 그러하듯 나도 현실을 인정하고 내 능력을 명확히 알고 조급함을 버리고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 나아가고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손세차장이나 해볼까 하는 창업아이템을 고민하는 내 모습을 보니 자존심을 떠나 그냥 돈만 되면 다 해보겠다는 심보까지 생겼다.


여전히 무엇이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성공을 위해선 회사를 나와 스스로 도전해서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게 마치 자본주의 세계에서 승자처럼 맹신하기도 했지만, 그래서 회사원을 보며 회사를 나와 자기 일을 해야 한다며 정작 내 생각이 아닌 남의 생각을 퍼 나른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다


회사원은 언젠가 자신도 내쳐질지 모르는 그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회사를 나왔더니 이 또한 별거 없었다. 나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준 조직이 그립기도 하고, 어차피 나올 조직 미리 나와서 또 부딪혀야 한다는 그 생각도 이해가 간다.


대기업이란 조직에서 앞만 보고 달릴 때나, 퇴사해서 마찬가지로 내 길을 찾아 걷는 것 또한 늘 무엇을 위해 나는 이렇게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 따라다닌다. 여전히 나는 과거 회사생활이 참 밉다가도, 고맙기도 하고 다양한 감정이 오간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나니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끼는 모든 과정에서 주어진 현실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또 웃으며 한 발을 내딛는 마음의 여유가 결국 나를 수용하는 마음의 자세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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