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운을 기대해야 하는 순간이다.
올해는 어떤 한 해를 보냈었나 새해를 앞두고 잠시 돌아본다.
퇴사하고 최근 5년간 송년회를 못했다. 불러주는 사람도 없었다. 혼자서 차근히 목표를 향해 가면서, 연말은 항상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12월은 잠시 긴장을 풀고 한 해를 살아낸 자신에게 여유를 주는 시간이다. 나를 챙기고 숨 고르기 하며 살아온 열두 달의 과정을 되짚어 본다.
2020년 3월 독립을 선언하고 조직을 나왔다. 내 모든 서사의 시작은 퇴사다. 그만큼 인생 변화의 거대한 축이자, 혼동의 순간이었다.
그간 뭔가를 해내겠다는 굳은 의지로 시간을 보냈었다. 막상 결과는 만족할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나의 눈높이와 목표, 꿈은 저만치 높은데 여전히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 기분이다. 뜻대로 인생이 풀리지 않을 때 마음속 답답함을 느꼈고, 사람도 만나기 싫고 그저 혼자 있고 싶었다. 혼자서 가만히 생각에 빠지며 대체 인생은 뭘까 이런 고민을 하곤 했다.
꽉 막힌 하수구처럼, 계속해서 물은 흐르는데 시원하게 쭉쭉 뻗지 못하는 기분이다. 그게 내 인생이었다. 살면서 소름 돋을 만큼 아차 싶은 행운이 따랐던 순간이 분명 있었다. 그때 그 순간 아찔했던 찰나에 행운을 거머쥐어 참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아마 그 강렬한 기억 때문에 행운이 지금 왔는지, 아닌지를 판단하게 되었다.
퇴사 후 3년간은 어떻게든 결과를 내보겠다고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냥 푹 빠져서 그 목표만 바라보고 일에 매진했었다. 그러나 힘을 쓰면 쓸수록, 시행착오를 겪을수록 더 일이 안 풀리고 깊을 좌절을 겪었다.
그 이후론 그저 버텨내며 하루를 보내기 시작했고, 하다 보면 언젠가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왔다.
앞만 보고 달려봐야 좋은 성과로 이어지지 않더라. 나는 오히려 힘 빼기에 조금씩 관심을 뒀다. 어차피 다른 길이 없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방황만 하다 끝날 바엔, 그냥 내가 선택한 분야를 결과가 어떻든 평생 하자는 마음으로 고쳐 먹었다.
그래서 올해는 여행도 다녀보고, 쇼핑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사 먹으며 삶의 여유를 느꼈던 순간이 많았다. 특히 일본 여행은 여러 면에서 자극과 영감을 많이 얻었고 내 삶의 방향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낯선 공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여행을 즐기며 내 삶을 좀 더 살 찌운 순간도 있었지만, 반대로 가족의 건강 상태나, 지인의 슬픈 소식을 접했을 땐 마음이 아프고 슬펐다. 어쩌면 나는 노력하면 당연히 따라올 거대한 성과물을 위해 운을 바라지만, 사실 이렇게 눈 뜨고 글을 쓰는 순간이 행운일지도 모르겠다.
저 멀리 우주 공간에서 바라본 나는 아주 작은 생명체고 40년을 생존했다. 그 생명력을 갖고 존재한 것이 행운이다. 그래서 감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욕심을 내서 진심으로 나에게 운 때가 이제는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6년이란 시간을 수행하듯이 고독 속에서 지냈다. 그리고 긴 시간을 집중해서 내 에너지와 정신을 쏟아부었다. 그 6년의 시간의 결과물이 여전히 밋밋해서 답답하지만, 그래도 잘 버텨냈으니 내년에는 잘 되고싶은 마음에 새 달력을 본다.
당장 다음주가 되면 2026년 새해가 온다. 올해도 기쁨과 슬픔, 좌절과 고통이 내 인생을 위아래로 흔들어 놓았지만, 내년은 노력하면 된다는 확신을 갖는 순간이 오길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그거 하나면 될 것이다. 그 운 때를 나는 기다린다.
2025년 12월 27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