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착한별 Oct 25. 2024

욕심보다는 열심 그리고 진심

크기는 작지만 빛의 양은 많은 별, 착한별


나는 별을 좋아한다. 발음도 예쁘고 저 멀리 하늘에서 반짝거리는 게 참 예쁘다. 나 스스로도 반짝이고 싶어서 자꾸 마음에 별을 두었는지도 모르겠다. 별이 좋아서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에 별을 넣고 싶었다. 어떤 별이라고 하면 좋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문득 ‘착한별’이 떠올라서 그걸로 지었다. 발음 나는 대로 chakanbyeol이라고 적었다. 착한별은 항상 그 자리에서 누군가를 비추어주는 별이라고 생각해서 지은 거였다. 거창하게 선한 영향력까지는 아니고 그저 한결같은 빛을 주는 사람이고 싶은 나의 바람이었다. 그렇게 그림책 세계에 들어온 후에 내가 사용한 닉네임은 착한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나의 닉네임을 보고 물음표 얼굴이 되는 사람들이 생겼다. 도대체 얼마나 착하길래 닉네임에 ‘착한’을 넣은 거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고 ‘착한’ 말고 ‘미친’을 넣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는 사람도 있었다. 너무 착하게만 살면 안 된다는 의미도 있었고 무언가에 빠진 걸 ‘미친’이라고 하면 어떻겠냐는 말이었다. 사람들이 그렇게 ‘착한’이란 수식어에 반감을 가질 줄 몰랐다. 착하다는 건 무조건 양보한다거나 손해를 본다는 의미가 아닌데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는 뜻이고 누군가를 위해 도움이 되고 싶다는 건데 사람들은 그렇게 연상하지 않으니 내가 이름을 잘못 지었나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닉네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림책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들어와서 좋았는데 “네가 뭔데?”라는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그림책 포함 어린이 책 쪽 경력이 10년이 넘는데, 나는 독서 강사 경력 17년인데, 나는 대학원 전공자인데... 고작 몇 년 그림책 읽은 게 다이고 이쪽 학위나 경력도 없는 네가 뭔데 그림책을 얼마나 안다고 설쳐?'라는 분위기를 느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랬던 건 아니다. “나는 여러분보다 그림책을 20년 먼저 만났을 뿐이에요. 여러분도 시간이 지나면 이 만큼 알 수 있어요.”라고 하는 멋진 분도 있었다. 나는 그저 그림책이 좋아서 알아가는 과정인데 만약 내 강의를 듣고 누군가 감동을 받았다면, 내가 쓴 그림책 리뷰가 울림을 줬다면 그건 그림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내 진심을 느낀 걸 텐데 그걸 왜 삐딱하게 보는 건지 속상했다. 그림책은 자신의 삶으로 그리고 자기만의 사유로 읽으면 더 깊게 볼 수 있는 책이라서 다른 분야에서 일했던 사람이 오히려 더 풍부하게 자신의 이야기로 풀어낼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에 한동안 풀이 죽어 있었다.      


그런 내 마음은 얼굴과 목소리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그림책 수업이 그림책 낭독까지가 마무리라서 성우분의 코칭을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내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던 거다. 그때 내가 만든 그림책 더미는 ‘넌 어떤 별이니?’라는 제목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잘하는 게 있는데 내가 잘하는 걸 뭘까에 대한 고민의 답을 찾는 내용이었다. 나에게 선물한다는 의미로 만든 더미북이어서 주인공 이름도 착한별이었는데 그 얘기를 나누다가 착한별이라는 닉네임으로 속상했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랬더니 성우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사람들은 네가 뭔데 빛나하면서 작은 별을 무시하는데
사실 작은 별은 크기는 작지만 빛의 양은 많은 별이에요.


나는 그 말을 듣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거예요'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그거였다. 내가 바라는 건 크게 빛나는 별이 아니라 작지만 빛의 양은 많은 별이 되고 싶은 거였다. 그날 이후로 나는 내 소개에 ‘작지만 빛의 양은 많은 별, 착한별입니다.’라고 적는다.


그리고 거기에 더 보태고 싶은 것이 있다. ‘진심’이다. 나의 강점은 매 순간에 진심이라는 것이다. 그 진심 때문에 때로는 상처도 받았지만 그 진심 덕분에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그 진심 덕분에 그림책을 더 잘 만날 수도 있다. 나는 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욕심이 아니라 열심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진심이라는 것을.     


I am good enough.



나는 작지만 빛의 양은 많은 착한별이다. 나는 있는 그대로 충분하다. 내 꿈은 작가다.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양이 많아서 계속 쓸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자기 안에 녹아든 것이 많아야 그로부터 창의적인 것이 나온다.


그림책 수업을 처음 들을 때 선생님께서 '자기 안에 녹아든 것이 많아야 그로부터 창의적인 것이 나온다'라고 말씀해 주셨다. 융합의 융은 '녹일 융'이라면서 해주신 말씀인데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내 안에 녹아든 것이 많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출처: 전략적 에세이 쓰기, 김효선 지음
모든 작가가 진정성 있게
글을 쓸 수 있지만 글의 깊이는
다를 수 있습니다.
깊이를 만드는 것은,
그 작가가 자신의 삶에 주어진
문제에 얼마나 최선을 다해
부딪히고 성장했는지로
만들어집니다.
깊이는 시간이 증명하는 일입니다.


역시 책을 읽다가 답을 발견했다. 자기 안에 녹아든 것이 많은 사람은 '깊이'가 있는 사람이다. 깊이가 있는 사람이 되려면 주어진 나의 삶의 문제에 최선을 다해 부딪히고 성장해야 한다. 욕심내지 않고 열심과 진심으로 자기 안에 녹아든 것이 많은 사람이 되도록 살아야겠다.



<너를 키우려다 나를 키웠다>라는 주제로 글을 쓰는 동안 몸이 아팠다. 글을 쓴다면 나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써야지 했던 마음이 살짝 후회되기도 했다. 나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내가 살아온 시간을 다시 기억해 내며 온몸으로 쓰는 것이었다. 다시 하나씩 열어보면 끝없는 퇴고를 하다가 발행이란 걸 평생 못할테니 서둘러 저장을 누르고 발행을 하고 잊어버릴 것이다. 이렇게 쓴 것만으로도 애썼다. 충분하다.


이전 15화 삶은 산책(walk)&산-책(living book)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