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산책(walk)이다. 천천히 걸으면 자세히 볼 수 있다. 평균 결혼 연령보다 조금 늦은 나이인 37살에 결혼하면서 그동안 보고 듣고 느끼고 겪은 것들이 쌓여서 조금 더 성숙해진 내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건 숫자 나이만 먹는다고 가능했던 건 아니다. 파란만장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되돌아보니 모두 배운 것이 있었다.
29살이 아닌 39살 엄마인 나는 내가 살아온 경험치를 바탕으로 아이에게 조금 더 너그러운 엄마가 될 수 있었다.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나를 다시 키우는 '나 리모델링'까지 생각하게 된 걸 보면 그렇다. 내가 걸어온 길이 산-책(living book)이었던 덕분이다.
운동은 좋아하지 않지만 걷기는 즐긴다. 걷다 보면 생각이 정리된다. 생각이 정리되면서 마음도 편해진다. 삶을 천천히 걷는 산책이라고 생각한다면 조바심이 나질 않는다.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을 찬찬히 살피기도 바쁜데 내 생각, 내 마음 읽기도 바쁜데, 다른 이들과 나를 비교할 새가 없다. 나의 보속대로 묵묵히 걷다 보면 산책(walk)은 가끔씩 산-책(living book)이 되기도 한다.
출처: EBS 나의 두 번째 교과서, 국어 1강
나민애 교수는 '독서란 저자와의 소통을 통해 책의 텍스트를 나의 일부로 스며들게 하는 것'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한 구절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삶이 산-책(living book)이라면 나는 삶에서 어떤 텍스트를 나의 일부로 스며들게 하고 어떤 구절이 나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찾을 수 있을까?
<작법은 없다> 중에서 / 강정규, 이경미 저
책을 읽다가 밑줄을 그었다. 내가 찾던 답이었다. 자꾸만 달려가려는 발을 붙들어 매고, 느긋하게 앉아서 무언인가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기르는 것이 진정한 삶의 산책(walk)인 것이다. 나도 매 순간 자기 보속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고 싶다.
그런 내게 삶은 산책(living book)이 되어줄 것이며 나는 그것을 글로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