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기 전, 남편이랑 TV에 나오는 치킨 광고를 보다가 우리 둘 다 잘 먹으니 더 강력한 아이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대화를 했었다. 우리가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는 걸 네 살쯤에 들은 아이는 엄마 아빠가 맛있는 걸 많이 줄 것 같아서 이 집으로 온 거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아이는 모유를 먹고도 액상 분유까지 먹어야 울음을 멈추는 뱃골 큰 아기였다. 밥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늘 또래보다 두 배 이상 먹었다.이미 4살 때부터 쌀국수와 볶음밥을 같이 시켜 먹던 아이다.
더미북 <내가 가는 길>, 착한별
와이푸우, 오늘 저녁은 뭐야? 엄마, 내일은 아침은 뭔가요?
먹는 걸 좋아하는 세 사람이 가족이 되었으니 함께 있으면 늘 뭘 먹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여행을 가도 맛집을 꼭 찾아다닌다. 그런 우리 가족에게는 매주 특별한 이벤트가 있다.
금요일을 축하해!
각자 해야 할 일로 평일을 보내다가 함께 보내는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에 맛있는 것을 먹으며 "금요일을 축하해!"라고 말하는 것이다. 아이 네 살 무렵부터 우리 집에 자리 잡은 문화이다.
이번 주는 금요일을 축하해를 뭘로 할까?
가족 중 한 사람이 힘든 일이 있었거나 지쳐있을 때는 그 주의 금요일 축하해 메뉴 선택권을 주어진다. 먹고 싶은 걸 먹고 힘내라는 위로다. 남편이 기분이 좋을 때는 "이번주 금요일을 축하해는 내가 쏜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금요일을 축하해라고 해서 늘 짠~을 부딪히는 술을 마시는 건 아니다. 메뉴도 거창한 것이나 특별한 것이 아니다. 피자, 치킨, 족발 등 평소에도 가끔 먹는 것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먹는 건 기분! 중요한 건 함께라는 느낌!!
"금요일을 축하해!"라고 함께 말하는 시간을 가지며자신에게 사랑하는가족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의식 같은 것이다.20대에 금요일이면 강남역 TGIF 레스토랑에 가야 할 것만 같았던 때가 있었다. "Thank Goodness, It's Friday." 어찌 보면 우리 가족의 "금요일을 축하해!"는 TGIF의 우리 집 버전인지도 모르겠다.
<마술연필을 가진 꼬마곰의 모험>, 앤서니 브라운
곰 세 마리 가족, 금요일을 축하해!
우리 가족은 곰 세 마리 가족이다. 결혼하고 나는 남편을 '곰남편' 그리고 남편은 나를'와이푸우(wife+Pooh)'라고 불렀다. 그래서 태어난 아이는 자연스레 '우리 집 아기 곰'이 되었다.아이랑 그림책을 보다가 잘 먹는 우리 가족에게 앤서니 브라운의책에 나오는 마술연필을 가진 꼬마곰이 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었다. 그러면 언제든 먹고 싶은 걸 뚝딱 그려줄 테니 말이다.
더미북 <우주최강먹돌이>, 착한별
♡♡은 마음을 풀어주는 음식이야.
언젠가 아이가 했던 말처럼 우리 가족은 맛있는 걸 먹고 나면 마음이 풀린다. 맛있게 먹으면 다시 웃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어느새 다시 금요일이다. 오늘은 어떤 메뉴로 금요일을 축하해를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