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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크렐 Aug 24. 2022

우육면 하나 때문에 중국이 가고 싶어진다

[맛집을 찾아서] 대만식 우육면과는 다른 그 맛, 샤오바오우육면

요즘 중국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 두 군데를 꼽자면 주저없이 쓰촨성 일대와 란저우 일대를 꼽는다. 이유는 단 하나, 음식 때문이다. 쓰촨성은 당연히 본토의 마라맛을 맛보고 싶어서 그런 거고, 란저우는...다름아닌 '란저우 라몐'을 한번 먹어보고 싶어서였다. 그냥 어느 이름 모를 허름한 가게에 들어가서 저렴한 가격에 고기가 듬뿍 든 라몐을 국물 후루룩 들이키면서 양껏 먹어보고 싶었다. 그게 진짜 맛나 보였다.


란저우 라몐은 우육면의 일종이다. 찾아보면 우육면의 원류이자 일본 라멘의 원조라고도 한다. 3년 전 출장으로 대만에 갔을 때 현지에서 먹었던 우육면의 깊은 맛에 홀딱 반한 적이 있었다. 고수를 팍팍 뿌리고 향신료도 꽤나 든 현지식 우육면이 나한테는 그렇게 입에 맞았다. 그리고 얼마 전에 우육면의 원류라고 하는 '란저우 라몐'의 존재를 알게 됐다.


서울 한 우육면집에서 먹은 대만식 우육면의 모습. 물론 여기도 진짜 맛있었다.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란저우 라몐이 나오는 영상을 접했고, 맑은 고기국수에 빨간 라유를 양껏 뿌려 후루룩 먹는 그 음식에 홀딱 반해 버렸다. 라몐을 만드는 전 과정, 그러니까 고기를 잔뜩 삶아 국물을 내고 면을 수타로 만들고 그것을 한데 모아 라유를 뿌려 그릇에 담아 손님 상에 내 오는 그 일련의 프로세스들이 하나하나 침을 고이게 만들었다.


사실 대만식 우육면은 국물이 검은색에 가까운 갈색이고, 란저우 라몐은 붉은 국물을 가지고 있기에 언뜻 보면 전혀 다른 음식처럼 보인다. 하지만 고기를 진하게 우려 육중한 고깃국물을 만들고 거기에 수타면과 고수 등을 넣어 빠르게 한 그릇 후루룩 먹는 것만큼은 똑같다. 그것을 기왕이면 본토에서 맛보고 싶지만...현실적으로 중국을 갈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 그저 입맛만 다실 뿐이었다. 그러다가 한국에도 란저우라몐 체인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한국에는 대만식 우육면을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서울을 중심으로 최근 많이 생긴 모양이다.


우육면을 시키기 전에 다양한 종류의 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샤오바오우육면'에서 주문한


샤오바오우육면 종각점에서 시킨 우육면이다. 내가 영상에서 본 우육면의 비주얼과 굉장히 흡사하다. 쫄깃쫄깃한 면에 빨갛게 풀어진 라유, 잘게 썰어 담겨진 파와 식감이 살아 있는 무, 그리고 비계가 적당히 붙어 있는 고기까지. 입맛이 싹 돈다.


현지 란저우라몐 집에서도 아주 얇은 면부터 두꺼운 면까지 다양한 종류의 면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여기서도 총 8가지의 면을 선택할 수 있었다. 나는 가는 면보다는 넓적하거나 두꺼운 면(특히 도삭면이나 칼국수 같은 거 진짜 좋아한다)이 취향이었기에 그런 모양의 면을 골랐다.


매우 자연스럽게 고수를 요청해서 넣었다. 처음 몇 입 먹고 바로 고수 생각이 나더라.


자연스럽게 대만식 우육면과 비교하게 된다. 같은 우육면이지만 종류가 다르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대만식 우육면과는 맛이 다소 달랐다. 내 기억에 대만식 우육면이 향신료가 다소 많이 들어가 확실히 이국적인 느낌이 났다면(생각만큼 기름지지는 않았다) 란저우라몐은 라유도 그렇고 고기와 무를 바탕으로 한 국물도 그렇고 뭔가 상당히 친숙한 맛이었다. 좀 덜 달콤하지만 진한 소고기무국 국물에 라유와 면을 말아먹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호불호가 덜 갈릴 만한 맛이었다.


원래 란저우라몐도 기본적으로는 맑고 진한 고깃국물 베이스인데, 맛에 자극을 덜하기 위해 라유를 뿌려주는 거라고 한다. 실제로 이곳 역시 그냥 흰 국물을 먹으면 담백함이 돋보였는데 라유를 섞으니 매콤함이 확실히 느껴진다. 넓적하게 썰어 생각보다 부드러운 고기와 함께 얹어 먹으면 그야말로 환상의 궁합.


국물을 머금은 고기, 무, 고수를 한데 집어 삼켜 본다. 맛이 풍부하다.


당연히 고수와도 잘 어울린다. 먹던 도중에 주어진 고수를 넣으면 약간의 기름진 맛이 고수 향으로 인해 적당하게 정리된다. 고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고수를 넣어서 먹어 봐야 된다. 영상을 보니 란저우라멘의 특징이 '일청이백삼록사홍'이라는데 맑은 육수와 흰 국수, 초록색 고수와 붉은 고추를 의미한다고 한다. 적어도 현지에서 고수는 떼려야 뗄 수 없다는 의미다.


(TMI: 일청이백삼홍사록오황이라고도 한단다. 이 경우에는 맑은 육수와 흰 무, 붉은 고추기름과 녹색 야채고명, 노란색 국수를 의미한다고 한다. 묘하게 다르지만 핵심은 결국 육수와 야채, 국수라는 얘기다)


본토의 란저우 라몐 조리 과정. 국물을 내려고 저렇게 많은 고기를 쓰는데 맛이 없으면 그게 이상하다. [사진=EBS 유튜브 갈무리]

어떻게 보면 굉장히 평범한 메뉴다. 쇠고기국물에 수타면과 파, 무, 고수, 라유를 한데 섞으면 그게 바로 란저우 라몐이 되는 거니까. 그런데 그 단순함이 진짜 입맛을 사로잡는다. 실제 중국에서도 평범하지만 엄청난 인기를 끄는 메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하고. 그런 매력적인 요리를 이제 한국에서도 맛볼 수 있게 돼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이든 대만이든 다음에 다시 나갈 기회가 오면 꼭 현지에서 우육면을 질리도록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더더욱 중국이든 대만이든 어디든 해외를 하루빨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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