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렇게 1년 계획, 하루 계획 딱 두 가지만 진행합니다. 앞서 한해 동안 이루고 싶은 버킷 리스트를 각 주(week)로 배치하는 1년 계획 작업, 그리고 매일 아침 커피 한 잔과 함께 그날 무엇이 중요하고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1일 계획 이렇게 두 가지입니다. 많은 시행착오와 나름대로의 연구 끝에 정착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전통적인 방식에 따르면 1년을 넘어서 3년, 5년, 10년의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을 진행하기도 하고, 월간, 주간 계획을 따로 작성하는 과정을 배우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이 작성하신 것처럼 저는 과감하게 1년을 초과하는 계획은 생략하고 불필요한 중간 과정도 삭제하여 1년 안에 해내고 싶은 일들을 바로 위클리 To-Do에 배치합니다. 이것은 위클리 구성의 플래너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며 해야 할 일들을 특정 날짜에 배치하는 것은 조금 부담스럽지만 특정 주간에 배치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마음이 가볍습니다. 영 막연하고 애매하다면 월을 정해두고 해당 월의 첫 번째 주에 기록해 두어도 좋습니다. 이렇게 되면 굳이 따로 시간을 내어 별도의 계획 시간을 갖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 방식은 아래와 같은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시간 관리를 하기 위해 플래너를 사용합니다. 시간 관리란 제한된 시간 내에 더 유의미한 일을 하기 위해 하는 것이죠. 계획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다는 것은 마치 재무관리를 위해 재무 설계사에게 수백만 원씩 지출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런 모순된 상황을 피하기 위해 계획에 필요한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플래너를 자주 살펴보고 자주 펼쳐야 하는 것은 계획을 확인하고 체크하는 작업이기에 자주 하면 할수록 좋습니다. 다꾸가 여러분의 버킷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지 않는 이상 플래너를 '작성' 하는 데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목표들을 옮기며 실행하기 두렵거나 막연한 것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평소에 잘 하지 않는 일이기도 하고 주변 사람의 시선, 용기 등 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끼치며 실행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것이 쉬운 일이었다면 버킷리스트에 올라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이 목표들의 실행력을 올리는데 일정을 부여하는 것만큼 강력한 방법이 없습니다. '올해 안에 바디 프로필을 찍을 거야'와 '10월 첫째 주에 바디 프로필을 찍을 거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목표입니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첫 번째 단추이기도 합니다. 연간에서 바로 주간 To-Do로 작성하는 방식은 이런 과정이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많은 플래너가 저마다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양식과 레이아웃을 한 권의 플래너에 녹여냅니다. 소비자는 플래너를 펼쳐보며 오 이런 것도 있네 오 이것 참 좋다 하면서 구매를 하지요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다양한 작성 방식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플래너의 이곳저곳을 용도별로 구분하여 펼쳐야 하고 각 작성법에 독립적으로 익숙해져야 하며 이는 작성과 탐색의 피로도를 높입니다. 더불어 잘 작성해내지 못했을 때 공란으로 비어져있는 플래너의 곳곳을 보며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지요. 가능한 기록을 분산시키지 않고 한 곳에 모두 정리되어 탐색이 용이하며 예측 가능한 곳에 익숙한 형태로 작성하는 데에 저의 방식이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인생은 참 계획대로 안됩니다. 아무리 세밀하고 뾰족하게 계획을 세워도 그대로 행해지는 법이 없습니다. 우린 인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상황은 계속 변화합니다. 그것이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의외성이 인간을 반짝이게 합니다. 저는 특정한 목표를 실행하기 싫어서 의도적으로 목표를 없애거나 축소하는 일이 아니라면 앞서 작성한 만다라트나 주간 To-Do를 유연하게 수정합니다. 더 나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더 많은 일을 해내고 싶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위클리 To-Do을 데일리로 옮겨낼 때 얼마든지 변형하고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계획 자체가 경직되면 실행조차도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만다라트에서 위클리로 바로 이어지는 방식은 상대적으로 가볍고 유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연간 계획은 지금까지 과정을 통해 잘 따라오셨으리라 믿고 일간 계획에 대해 안내하겠습니다. 1일 계획은 가능하면 아침에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도 어떤 일이든 시작하기 전에 말이지요. 출근 후 작성하신다면 바쁘게 이메일을 확인하고 일에 휘말려 시간을 보내기 전에 잠시 하루 계획을 작성하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하고 중요도 그래프에서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로 시간을 사용할 수 없는지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급하고 중요한 일을 먼저 처리하게 되겠지만, 그럼에도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하루를 계획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아래의 순서대로 하루를 계획합니다.
아, 계획은 파란펜 기억하시죠? 계획을 기록할 때에는 파란펜으로, 해당 일을 완료했는지 이월했는지에 대한 결과는 빨간펜으로 체크하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일요일이건 월요일이건 페이지를 넘겨 새로운 주를 시작하는 날이 있을 겁니다. 그날 아침에만 해당되는 작성입니다. 지난 주의 주간 To-Do 란의 항목들 중 완료된 것을 표시하고 미완료됐거나 시작하지 못한 항목을 이번 주의 To-Do로 옮겨 적습니다. 지난주에 완료하지 못한 일을 이번 주에는 해보겠다는 의미입니다.
어제 날짜의 To-Do 중 시작하지 못했거나 진행했지만 완료되지 못한 항목에 형광펜을 칠합니다. 그리고 오늘 날짜의 To-Do 리스트에 옮겨 적습니다. 사실 시간 관리는 이월된 할 일과의 싸움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해결되지 못하고 이월되는 항목 들을 형광펜으로 강조해 주면 여유 시간이 있을 때나 컨디션이 있을 때 실행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번 주의 주간 To-Do 란의 할 일 중 오늘 하고자 하는 일들을 옮겨 적습니다. 이 할 일은 경험상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일 경우가 많습니다. 즉, 완료했을때 만족도가 높으며 내 인생에 조금씩 도움이 되는 할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침의 기운을 받아 다짐하듯 할 일로 추가해 보세요.
여기까지 작성하셨다면 오늘 할 일에 어제 이월된 일, 그리고 주간 할 일에서 옮겨온 항목들이 적혀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추가로 오늘 해야 하는 일들을 추가합니다. 스케줄과 관련된 일일 수도 있고 갑자기 처리해야 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급한 일이라고 해서 바로 일을 시작하기보다는 이렇게 체크리스트에 추가하여 전체 할 일을 조망한 후에 일 처리를 하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타임 테이블 영역에 적혀있는 오늘 있을 약속, 회의 등의 스케줄을 체크합니다. 혹시 누락된 스케줄이 있다면 빠뜨림 없이 적어둡니다. 아직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스케줄이 있다면 오늘 할 일에 'OOO 스케줄 일정 확인'이라는 할 일을 추가합니다. 시간을 정해두지 않은 일정은 소중한 시간을 좀먹기 때문에 가능한 명확하게 타임테이블 위에 표기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뜬금없이 웬 일기? 하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그것도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말이지요. 자기 경영서 베스트셀러인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차용한 부분입니다. 총 5가지 질문에 3개씩의 대답을 하는 방식인데 저는 매일 15개의 답변 작성이 너무 어려운 것 같아 질문을 3개로 압축하고 답 또한 1개씩 총 3개로 줄였습니다.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A. 내가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들
B. 오늘을 기분 좋게 만드는 것들
C. 오늘의 다짐
각 항목은 거창한 답변을 달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일상적이고 소소한 요소에 감사하는 마음이 더 큰 행복감으로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저는 각 질문을 외워서 A : ooo, B : ooo, C : ooo 식으로 단 세 줄로 일기를 끝냅니다. 각 날짜별로 구성된 타임 테이블의 안 쓰는 영역이나 메모란을 활용하면 충분히 기록할 수 있는 양이며 모든 답변 작성은 빠르면 1분 안에 끝납니다. 이 일기 쓰기에 대한 효과를 구구절절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이미 훌륭하게 설명한 좋은 저서들이 많고 경험해보지 않으면 느껴지지 않는 영역입니다. 편하게 작성해보시고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예상 되는 질문]
이월되는 항목이 너무 많이 쌓여있을 때는 어떡할까요?
주간 To-Do 건 데일리 To-Do 건 엄청나게 이월된 것이 많이 쌓여 있을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은 할 일을 설정했거나, 건강이나 휴가 등의 다양한 이슈들이 있을 수 있기에 종종 겪는 일들입니다. 그럴 때 저는 이월된 일들을 곰곰이 살펴보면서 정말 꼭 해야 하는 것들인지 검증한 뒤에 반드시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라면 간격을 좀 더 두고 몇 주 정도 뒤의 위클리 To-Do로 보냅니다. 지금은 힘들어 보이는 일도 시간이 지나면 아무렇지 않게 실행되는 경우도 있고, 내가 하지 않아도 저절로 해결되는 일도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해 보이지 않는 일이 계속 이월되고 있다면 누군가에게 위임할 수 있는지, 혹은 다른 일과 통합하여 할 일의 개수를 줄입니다. 때로는 아예 하지 않고 지워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월되는 할 일은 유쾌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나를 옥죄는 족쇄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하지 못했다고 자괴할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더 나은 태도이기에 조금은 긍정적으로 바라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위클리 To-Do에 새로운 할 일을 추가하면 안 될까요?
물론 가능합니다. 플래너 사용법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이란 없습니다. 여러분의 인생을 여러분의 손으로 계획한다는 것에 그 의미가 있습니다. 이번 주에 하고 싶지만 날짜를 특정하기 어려운 일이라면 하루 중 언제든 위클리 To-Do에 항목을 추가하세요. 다만 매일매일 하루를 계획할 때 그 일을 오늘 해볼 것인지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그저 추가만 하고 데일리로 옮기지 않는다면, 위클리 To-Do에 적는 시간조차 낭비가 되는 것.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