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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망고 Jul 16. 2020

하루의 리셋, 커피

나는 십 년째 같은 직장을 다니고 있는, 일곱 살 딸아이를 둔 워킹맘이다. 


거의 대부분의 아침, 잠에 취해 있는 아이를 깨워 간단히 시리얼을 먹이고 종종 걸음으로 유치원에 데려다 준 후, 지하철역으로 전력 질주한다. 가까스로 지하철에 올라탈 때면 숨이 차고 목이 타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는 유유히 사람들 틈에 비집고 선다. 


이제부터는 나만의 온전한 하루가 시작된다. 비좁고 덜컹거리는 지하철에서 이리저리 치여도 나는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오늘은 어떤 커피를 마실까, 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이내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일상의 밸런스가 살짝 어긋난 아침에는 바닐라 라떼를 주로 마신다.
달달하고 부드러운 라떼를 마시면 정신이 환해지면서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진한 커피가 생각나는 날은 샷을 추가한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전날 마신 커피때문에 잠을 설친 날에는 맑은 녹차로 기분 전환을 하고,
 피곤이 절정에 달한 날에는 카페 모카로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한다.
무슨 일이 생겨도 즐겁게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은 날에는
콜드 브루로 깔끔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시시때때로 스트레스가 차오를 때는
탕비실에 비치되어 있는 믹스커피를 타서 마신다.   



누구는 ‘라떼 효과’를 운운하며 일년 커피값을 줄이면 족히 백 만원은 아낄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나는 내가 지불하는 커피값보다 분명 더 큰 효과를 보고 있음을 의심치 않는다. 


커피는 차라리 내게 하루의 ‘리셋 버튼’과도 같다. 


이것은 달콤한 밤의 잠도, 좋은 음악도, 공복을 채우는 아침식사로도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아련한 경지 너머의 그 무엇이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내게 선물하는 한 잔의 커피는 복잡하게 꼬여있던 뇌를 가지런히 정돈해 주고, 어제의 헝클어진 시간을 새로이 부팅시켜주는 어떤 힘을 가지고 있다. 


아침에 마시는 소소하지만 특별한 커피 한 잔은, 내 영혼을 견고하게 지탱해 주고, 또 오늘의 일상으로 다시금 힘차게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해 준다.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표정이 살아 있는 커피 한 잔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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