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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나 Dec 16. 2023

왜 요즘 글을 안 쓰세요?

다짐.



최근에 인스타그램 DM이 왔다. '작가님, 요즘 왜 글 안 쓰세요?' 여기서 든 생각은, '나를 왜 작가라고 부르지?'였다. 그다음은 '아차, 내 글! 글.'이었고, 다시 그다음은 '오우쒸, 내 인스타 어떻게 아셨지?'였다. 생각해 보니 내가 전에 작가 프로필에 연동해 둔 적이 있었던 것이었다. 글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보낸 메시지였을 테다. 휴면 계정을 푸는 사람처럼 잊고 지내다 이따금 브런치에 로그인하며 모자라게 쓰인 나의 글들을 점자처럼 한 두 개 더듬어 읽고, 그 아래 달아 놓은 마음들을 몇 개 읽어보는 게 가끔의 낙이긴 했다. 그러다, 글이 뜸해진 한참 뒤에 남겨진 '선생님 이제 돌아오실 때가 되었어요.'라는 문장에서 나의 글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200명이 채 되지 않는 구독자의 마음이 1인의 발화로 두텁게 느껴지는 순간. 고마워서, 차오르는 게 꼭 눈물 같았다. 그러다 처음 보는 독자로부터 아주 사적인 공간으로 DM이 온 것이다. 잘 읽고 있었는데요, 궁금해서 그러는데 왜 요즘 글을 안 쓰세요.




글을 쓰지 않는 이유는 의외로 명확했다. 살기 바빠서? 전혀 아니다. 글을 쓰는 게 창피해져서? 더더욱 아니겠지. 나는 다만, 정리할 줄 몰랐다. 산발적으로 떠오르는 감각의 언어들을 어떻게 엮어야 하는지 처음 하는 일과 같이 어지러웠다. 그러는 편편이 시골에서 보낸 2년여의 시간을 조금씩 앓아갔던 것이다. 거기에서라면, 여전히 그 시간과 같이 보냈다면, 지금 어쭙잖게나마 한 페이지 써서 올렸을 텐데. 10년 뒤 꺼내 읽는 동안 볼 밝히며 웃었을 텐데. 텐데. 텐데. 어리석고 즐거운 망상을 했다.




서울로 돌아온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썼다 지웠다 한 글들도 많은 만큼 나도 많이 사라졌다 돌아왔다, 다듬어졌다, 글처럼 그랬다. 혹시 나에게 독자가 있다면, 지우개 자국이 많이 남은 흑연 같은 나의 문자도 괜찮겠냐고 여쭤보고 싶다. 그리하여 괜찮다면, 감히 기다려주셔서 고맙다고 마침표도 없이 말하고 싶다.




고맙습니다

물어봐 주셔서요!

쓰고 싶은 한, 마저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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