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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란 Jul 20. 2023

무한횡단




사람들은 나와 똑같이 검었다.

흰 꽃이 자꾸 많아졌다. 눈이 가려워 손등으로 마구 비볐다.

사람들이 나와 반대로 걸었다.

보폭이 자꾸 짧아졌다. 고개를 돌리면 뒤통수와 눈을 마주칠 것 같았다.


역에서 나와 하늘을 보니 아직 밝았다.

서둘러 횡단보도를 건너고 골목길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가는 길에 어깨도 풀고 목도 돌리고 하품도 하면서.

운동을 마치고 건물을 나서는데 하늘이 검었다.

개운한 마음에 느리게 걸었다. 노래도 듣지 않고 내리막길을 달음박질쳤다. 허벅지가 터질 듯 아팠지만 보폭이 조금씩 길어졌다.


올라왔을 때 보았던 생닭집 간판의 불이 꺼져 있었다.

아무도 없는데 에스컬레이터의 층계가 계속 움직였다.

땅만 보며 걷는데 횡단보도가 끝나지 않았다. 검고 흰 땅이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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