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나는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다.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낯선 환경, 새로운 사람들과 마주할 때마다 짜릿함을 느낀다고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내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라는 말을 의도적으로 생략한 것이다.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완벽하게 낯선 환경(이를테면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서방 국가들)에는 발조차 들여놓으려 하지 않으며 단지 그곳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가지 않는 것이라고 얼버무리기 바빴다.
기껏해야 지하철 몇 정거장 거리의 옆 동네를 구경(혹은 관광)하는 수준이었던 나의 모험은 커다란 나뭇가지를 휘두르며 아파트 단지 안을 정글처럼 돌아다니는 어린아이의 장난과 다를 바 없었다. 여태까지 "방구석 여포" 놀음을 해온 것뿐이다.
일본 워킹홀리데이는 그런 의미에서 정글인 척 하는 또다른 아파트 단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언어의 장벽도 높지 않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우니 여차하면 언제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쾌적한 정글인 셈이다. (물론 최근의 험악한 분위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물론 역경으로 가득해야만 모험이 되는 건 아니지만, 집과 멀지 않은 곳에 한인타운이 있는 환경상, 의지가 약해지거나 향수병이 도질 때마다 <두끼 떡볶이>로 출근해서 <설빙>을 거쳐 <교촌치킨>으로 하루를 마무리 지을 내 모습이 눈에 선한 것도 사실이다. 이쯤되면 쾌적한 정글을 넘어 <정글의 법칙>을 촬영하는 수준이 아닐까.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고 한다). 자취 경험은커녕 계란후라이 하나 예쁘게 만들지 못하는 내게 있어 타지에서 혼자 사는 1년은 생각보다 꽤나 큰 난관이 될 것이다. 그동안 부모님이 차려주신 밥상 앞에서만 살아온 내가, 한끼 식사의 소중함과 경제적 손실을 동시에 뼈저리게 느낄 것을 상상하면 눈앞이 까마득해진다.
이륙까지 9시간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아직도 나는 일본에 가서 무얼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정글의 입구조차 찾지 못한 채 주위를 빙빙 돌고 있는 것만 같다. 하지만 언젠가, 아니 당장 몇 시간 뒤부터는 입구를 찾든 그렇지 못하든 안으로 발을 들여야 한다. 그곳에 뭐가 있든 나는 힘들 것이고, 괴로움과 외로움에 몸부림칠 것이고, 그러다 보면 1년 뒤에는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바람.
* 이 글은 2019년 8월 12일 자정에 쓰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