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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라 Jul 22. 2019

59. 티티카카, 바다인가? 호수인가?

페루-푸노 티티카카 호수

티티카카 호반의 도시 푸노 산책


호텔에 짐을 풀어놓고 푸노의 중심가로 산책을 나갔다. 해발 3,850m에 위치한 푸노 시는 페루 푸노 주의 주청사 소재지로 인구 10만 명의 작은 도시다. 페루의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아르마스 광장에 대성당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어 있고, 티티카카 호수로 가는 관광 거점도시 역할을 하고 있다. 푸노 시는 대부분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푸노의 다운타운


다운타운에 이르니 킹덤 여행사라는 간판이 보였다. 킹덤 여행사로 들어가 티티카카 호수에 대한 투어를 알아보니 똑같은 1박 2일 코스인데 가격은 34 솔(약 10달러)이다. 픽업을 나온 여행사보다 훨씬 싼 가격이다. 똑같은 여행 코스인데도 가격이 이렇게 달랐다. 버스정류장으로 픽업을 나온 그들은 우리에게 바가지를 씌우려고 했던 것이다. '이거 누굴 호구로 보나?'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은 내가 직접 알아보지 않은 가격은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쿠스코의 비바 호스텔 지배인이 소개를 해주는 것까지는 고마운 일이지만 푸노의 여행사는 코리안이라고 하니까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른 것이다. 론리플래닛에 소개된 가격보다 너무 비싸서 신뢰할 수 없었지만 킹덤 여행사에 알아본 가격보다는 두배가 넘는 가격이었다. 나는 킹덤 여행사에서 티티카카 호수에 대한 1박 2일 투어를 1인당 10달러에 예약을 했다.    


킹덤 여행사 직원은 매우 친절했다. 맛있는 음식점과  값도 싸고 꽤 괜찮은 호스텔까지 소개를 해주었다. 여행사 여직원이 호스텔까지 동행을 하여 가격까지 흥정해 주는 친절을 베풀어 주었다. 이곳 하루 밤 10 달러라고 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바가지를 씌우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진심으로 친절을 베푸는 사람도 있다. 오늘은 마리아 앙골라 호텔에서 묵기로 하고 우리는 내일 아침 일찍 숙소를 옮기기로 했다.      


"티티카카 호수 여행은 내일 아침 푸노 항구에서 출발합니다. 늦지 않게 오세요."

"네, 오늘 너무 감사했습니다. "


아르마스 광장


킹덤 여행사 직원과 헤어진 우리는 아르마스 광장을 어슬렁거리며 산책을 했다. 광장 주변에는 대성당과 고고학 박물관이 들어서 있고, 레스토랑, 은행, 쇼핑 점들이 아야쿠초 거리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들어서 있었다. 도시의 남쪽 와후 사파타 언덕에는 잉카 초대 황제인 망코 카팍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이곳은 티티카카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푸노에서 타크나 거리와 잉카스 거리 일대에 있는 시장을 돌아보는 것은 역시 가장 흥미 있는 구경거리다. 일용품을 비롯하여 스웨터, 모자, 구두, 알파카 제품 등 필요한 것은 모두 진열되어 있다. 아내는 잉카 전통복장을 한 노파로부터 과일을 샀다. 노파는 희한하게 생긴 저울에 과일을 달아서 팔았다. 작은 키에 통치마 같은 원피스를 입고, 머리에는 둥근 중절모를 쓰고 등에는 붉은 천을 두른 노파의 의상이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골목시장은 흡사 우리나라 5일장을 연상케 했다. 


푸노 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노파


시장을 둘러보고 은행에 들려 아멕스 여행자수표를 달러 현금으로 환전을 했다. 볼리비아에 가면 아무래도 환전을 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였다. 마침 들린 은행은 아멕스카드 체인점으로 수수료도 아주 저렴했다.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투어는 대부분 수표를 받지 않아 현찰이 필요하다는 정보를 들은 바가 있어서 우리는 당초 5백 달러를 바꾸려고 했던 것을 8백 달러나 환전을 했다. 그러나 현금을 너무 많이 바꾼 것이 나중에 화근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은행을 나온 우리는 푸노의 거리를 산책했다. 하얀색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원주민들이 가득히 들어차 예배를 보고 있었다. 경건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이고 그들과 함께 잠시 기도를 했다. 어디에서나 어떤 종교이든 기도는 마음을 모으게 한다. 



성당에서 기도를 하고 나오니 갑자기 배가 고팠다. 우리는 킹덤 여행사 직원이 소개해준 엘도라도란 음식점에 가서 페루의 전통요리를 시켜 먹었다. 감자에 야채, 콩과 새우가 섞여있는 음식이었다. 2인 분에 13 솔. ‘솔(Sol)’이라는 페루의 화폐 단위는 아무리 생각해도 재미있는 말이다. 돈이 솔솔 잘 나가네! 티티카카에 솔솔 부는 바람, 솔솔솔 솔나무. 하하 내 가 왜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지? 배가 부르니 마음이 여유가 생긴 모양이다.

      


저녁식사를 하고 와우사파타 언덕에 위치한 마리아 앙골라 호텔로 돌아왔다. 어젯밤 쿠스코에서 출발한 긴 여정 때문인지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왔다. 우리는 푸노의 밤거리를 내려다보며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곧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직 일어난 우리는 킹덤 여행사 직원이 소개해준 호텔로 옮기려고 로비로 내려와 체크아웃을 요청했다. 그런데 호텔 지배인이 어제 우리를 데려다준 여행사 직원에게 연락을 하겠다고 했다. 나는 그럴 필요는 없다고 하며 호텔을 재빨리 빠져나왔다. 아무래도 그들과 다시 부딪치다가는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내 여행 경험으로 보아 피하는 게 상책이다.   


티티카카 호수, 바다인가? 호수인가?

    

호텔을 빠져나온 우리는 아루구파 호스텔로 짐을 옮겨놓고 작은 배낭 하나만 메고 푸노 항구로 걸어갔다. 아침 8시, 푸노 항구에 도착하니 여행자들이 여기저기서 어슬렁거리며 하나둘 모여들었다. 거의가 유럽에서 온 배낭여행자들이었다. 하늘은 티 없이 맑고 푸르고, 흰 구름이 수평선이 보이는 티티카카 호수 위를 둥둥 떠가고 있었다.   

   

오, 티티카카! ‘티티카카(Titicaca)’라는 단어는 마치 무슨 신통한 주문 소리처럼 들린다. '티티(Titi)'는 이 지방 원주민들의 아이마라어로 퓨마와 비슷한 ‘들고양이’를 말하며, ‘카카(Caca)’는 ‘바위’라는 뜻이라고 한다. 따라서 티티카카는 ‘퓨마의 바위’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옛날부터 이곳 원주민들은 퓨마와 재규어(jaguar-아메리카 표범) 같은 동물을 숭배한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공중에서 호수를 바라보면 티티카카 호수는 마치 잠자고 있는 퓨마처럼 보인다고 한다.


하늘에서 바라보면 퓨카나 재규어처럼 보이는 거대한 티티카카 호수
해발 3810m에 위치한 티티카카호수는 지구상에서 기선이 다닐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티티카카 호수는 해발 3810m에 위치하고 있다. 면적은 우리나라 전라북도 크기로 마치 바다처럼 보이는 거대한 호수다. 기선이 다닐 수 있는 호수 중 지구 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티티카카 호수는 바다인 지 호수인 지 구분이 잘 안 갈 정도로 넓다. 평균 수심 107m, 최대 수심 281m로 호수 중앙 부근에는 페루와 볼리비아가 국경을 이루고 있다. 안데스 산맥에서 눈 녹은 물이 흘러들어와 티티카카 호수를 이루고 있는데, 무려 20여 개나 되는 강이 모여서 티티카카 호수로 흘러든다고 한다. 


아이마라의 전설에 의하면 이 세상의 첫 번째 태양 빛이 티티카카에 내려왔고, 대지의 어머니인 파차마마의 땅에 태양의 아들인 망코 카팍(Manco Capac-태양)과 그의 누이이자 아내인 마마 오끄요(Mama Ocllo-달)가 내려와 잉카제국을 건설했다고 한다. 잉카의 전설은 티티카카 호수에서부터 시작된다.     


호수 내에는 40여 개의 인공 섬을 만들어 원주민들이 수상생활을 하고 있다. 티티카카 호수는 지구 상의 중요한 습지로 1998년 8월 볼리비아 측의 수역 800㎢가 람사르 협약(Ramsar Convention) 등록지가 되었다. 람사르 협약은 중요한 습지보호에 대한 국제협약이다. 우리나라도 창녕 우포늪, 순천만, 전남 신안증도갯벌 등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어 있다.  


티티카카 호수로 가는 푸노 항구와 푸노 시가지

    

우리가 탈 배는 모터를 단 작은 통통배로 선장은 우루족 원주민으로 몸집이 크고 마음씨도 좋아 보였다. 배 안에는 30여 명의 승객이 탔는데 거의가 젊은 배낭여행객들이었다. 배가 출발하기 직전에 두 소년이 올라와 출항을 축하라도 해주듯 팬파이프와 차랑고를 울리며 안데스 음악을 연주했다. 호수를 타고 흘러내리는 곡조는 슬프고 애잔하면서도 경쾌했다. 연주가 끝나자 여행객들이 작은 팁을 소년들의 손에 건네주었다. 나도 소년의 모자에 작은 팁을 넣어주었다.


이윽고 보트가 통통거리며 푸노 항구를 출발했다. 푸노의 시가지가 멀어질수록 무성하게 자란 갈대들이 수로를 이루고 있었다. 낡은 배라서 기름 냄새가 어찌나 독한지 아내는 아예 코를 막고 있었다. 배는 갈대 사이를 통통 거리며 달려갔다. 시야에 작은 섬들이 점점이 들어왔다. 우로스라고 부르는 갈대 섬 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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