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종단 여행 어떻게 갈까?

-칠순 할베의 아프리카 종단 여행계획

by 찰라

아프리카 종단여행, 어떻게 갈까?


어쨌든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나 홀로 떠나는 아프리카 여행이 되어버렸다. 아내의 허락이 떨어진 후 나는 아프리카 여행 준비에 착수를 했다. 처음에는 폴 서루(Paul Theroux)처럼 아프리카 종단 배낭여행을 계획했다. 처음 아프리카 여행을 가려고 할 때 나는 폴 서루의 여행기 ‘아프리카 방랑(Dark Star Bazzar)'에 푹 빠졌다. 그는 예순 번째 생일 기념으로 이집트 카이로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까지 육로로 종단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기를 저술했다. 내가 폴 서루처럼 아프리카 종단 여행 이야기를 꺼내자 대뜸 아내가 말했다.


“여보, 고희를 넘긴 당신 나이를 좀 생각해 봐요. 에구머니, 언제나 철이 들까?”


아내의 말이 옳았다. 나는 이미 노인의 나이에 있지만 철없는 노인이다. 아니 아직도 마음만은 청춘이다. 아내의 말처럼 철딱서니 없는 노인이다. 사실 15년 전에는 스마트폰도 없고 이렇다 할 자세한 정보도 없이 론니 플레닛 여행 가이드북 한 권 들고 아내와 단 둘이서 겁 없이 세계일주 여행을 했었다. 나는 지금도 그때처럼 겁 없고 철딱서니 없는 실버세대다.


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내의 말이 옳다. 고희를 넘긴 나이이니 노인 세대임을 인정하고 나이에 걸맞게 행동을 해야 한다. 자칫 잘못 행동을 하다가는 추하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이미 이집트는 알렉산드리아에서 아부심벨까지 다녀왔으니 중복해서 무리할 필요도 없다.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노매드 아프리카 여행사(Nomad Africa Adventure Tours) 여행사를 통해서 떠나는 아프리카 트럭킹 종단 여행이었다. 그러나 트럭킹 종단 여행은 기간이 최소한 40일 이상이 걸렸다. 항공시간까지 합하면 45일 정도가 소요되었다. 아내는 여행기간이 너무 길고, 노인이 텐트에서 잠을 자고 트럭을 타고 다니는 것이 보통 고된 일이 아니며, 그러다가 병이라도 나면 큰일이라며 또다시 브레이크를 걸었다. 듣고 보니 아내의 말을 들어서 손해 날 것은 없을 것 같기도 했다. 추위를 잘 견디지도 못하는 체질인데 40일이 넘게 야생의 텐트에서 잠을 잔다는 것이 무리는 무리다.


나는 다시 인터넷을 뒤지며 아프리카 배낭여행 상품을 찾아보았다. <인도로 가는 길> 여행사와 <소풍 투어>에서 26일짜리 배낭여행 상품이 있었다. 두 상품을 놓고 고민을 하다가 처음에는 소풍투어 상품을 선택하였다. 이는 전적으로 ‘최초의 인간 루시’의 영향이었다. 아디스아바바 국립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인류 최초의 인간 루시를 꼭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소풍투어 일정에는 에티오피아 4박 5일과 세렝게티 사파리 투어가 포함되어 있었다. 허지만 킬리만자로 트레킹과 마사이마라 사파리가 빠져 있고, 전 일정 11회나 항공으로 이동 때문에 비용도 월등히 비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티오피아 일정이 매력이 있어 소풍투어를 선택하기로 했다. 허지만 문제가 생겼다. 에티오피아에 소요사태가 일어나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었기 때문이다. 여행은 위험할수록 스릴과 재미가 있지만 극한 위험요소는 피해야 한다.


그렇게 하여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인도로 가는 길> 여행사의 26일간의 아프리카 7개국 배낭여행 일정이다. 여행기간과 일정은 소풍투어와 거의 비슷한데 네 번의 항공 이동으로 여행비용이 저렴했고, 세렝게티 대신 마사이마라와 킬리만자로 등정이 포함되어 있다. 이 여행은 일종의 세미 배낭여행으로 인도로 가는 길에서 항공과 주요 교통, 숙소를 정해주고 길잡이가 동행하여 여행지에서 각자 기호에 맞는 여행을 선택하여 자유롭게 여행을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여행의 쵸이스가 있는 셈이다.


그런데 여행사에 함께 동행을 하기로 한 여행자들의 여권사본을 보내고 나니 전화가 왔다. 담당자는 다소 근심 어린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여권 사본을 보니 두 분이 칠순이 훌쩍 넘었는데 괜찮겠어요?"


동행자 중 정 선생님과 심 선생님은 칠십 중반을 넘어 팔순에 가까운 나이고, 나 역시 칠순을 넘은 나이였다. 나이로만 따지면 팔순을 바라보는 노인들이 배낭을 메고 아프리카 종단 여행을 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한 일로 생각이 될 수밖에 있다.


"하하,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한 분은 백두 대간을 두 번씩이나 했고요, 다른 한 분은 작년에 티베트의 수미산을 다녀왔습니다. 저보다 더 오지 여행을 잘 다닙니다."


사실이 그랬다. 두 분은 팔순이 가까운 나이지만 지금도 젊은 사람들도 가기를 꺼려하는 오지여행을 씩씩하게 다니고 있다.



여행 출발일자가 다가오자 나는 일행들과 함께 국립의료원으로 황열병 예방 접종을 하러 갔다. 2003년 9월 18일 황열병 예방접종을 맞은 증명서가 10년이 지나 유효기관이 지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국립의료원 측에서는 황열병 주사는 한 번만 맞으면 영구히 다시 맞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아닌가? 1000원을 내고 기간 연장 증명서만 재발급받으면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황열병 접종 때문에 아프리카 여행을 갈 수 없었던 아내도 아프리카를 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정애자 선생님도 이 말을 듣고 놀랐다. 정 선생 역시 2007년도 접종을 했는데 1000원만 내고 증명서를 재발급받았다. 허지만 나는 인천공항 검역소에서 접종을 했기 때문에 그곳에서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고 했다. 인천공항 검역소에 전화를 했더니 사실이었다.


그날 밤 나는 아내에게 이 사실을 이실직고를 했다. 그랬더니 아내의 표정이 갑자기 돌변했다. 그리고 자신도 갈 수 있는 여행인데 갈 수 없는 것으로 잘 못 알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허지만 아내가 이번 아프리카 여행에 합류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항공권 등 모든 예약 절차가 완료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데다가 아내는 허리 디스크 협착증과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아 장기간 배낭여행을 하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아내가 함께 가겠다고 때를 쓰면 어쩌나 하고 내심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아내의 태도가 의외였다. 아내는 순순히 나만 다녀오라고 너그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번 여행은 처음부터 이미 포기를 한 것이니 큰 선심을 쓰듯 너그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나는 홀로 아프리카로 떠나게 되었다. 아내를 집에 두고 내가 홀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 일단 여행일자가 확정이 되자 나는 오래전에 구입한 론니플래닛 아프리카 편을 비롯하여 아프리카에 대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으며 아프리카 종단 여행을 여유 있게 설계하였다. 지난해 12월부터 나는 본격적으로 여행 준비에 착수하였다. 준비기간이 넉넉하였다.


깃털처럼 가볍게 여행가방을 싸려고 노력을 했지만 아프리카 여행은 경험자들에 의하면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배낭이 좀 무거워졌다. 밑반찬과 인스턴트 식료품 등은 식료품점을 경영하는 병용 아우가 챙긴다고 했다. 나는 소형 전시 밥솥 등 식사도구류를 챙겨 넣었다. 아프리카는 의외로 물가가 비싸다. 그러므로 우리처럼 적은 돈으로 배낭여행을 하는 여행자들은 먹거리를 챙겨가서 조식과 저녁식사는 스스로 해결을 하는 것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함께 합류를 한 여섯 명의 여행자들이 각자 임무를 맡기로 했다. 요리와 공동자금은 가장 젊은 병선 씨가 담당하고, 설거지는 나이가 많은 정애자 선생님과 심명자 선생님이 하기로 했다. 무거운 짐 등을 운반하는 것은 병용 아우와 경화 씨가 담당하고, 나는 여행 계획을 총괄하고 사진 촬영과 여행기록을 담당하기로 했다.


아프리카 종단 여행은 내가 지난 20년 동안 꾸어 오던 꿈의 여행이다. 꿈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원을 세우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꾸준히 노력을 해야 한다. 설령 그 꿈이 금생에 이루어지지 못하더라도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금생에 못다 이룬 꿈은 내생에라도 이루어야 하겠다는 원을 세우고 끊임없이 정진을 할 때에 그 꿈은 언젠 가는 이루어진다. 지난 20년 동안 꿈꾸어 오던 아프리카 종단 여행이 현실로 다가오니 가슴이 설렌다.


이제 출발을 하는 날만 남았다!




*아프리카 여행 가기 전 읽었던 유익한 책들


-론니플래닛 아프리카편

-처음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루츠 판 다이크, 웅진지식하우스, 2018.4.2.

-아프리카 신화, 지오프레이 파린다, 범우사, 2006.1.10.

-최초의 인간 루시, 도널드 요한슨, 푸른숲, 1996. 7

-아프리카 방랑, 폴 서루, 작가정신, 2011.9.26.

-아웃 오브 아프리카, 카렌 블리릭센, 열린책들 세계문학, 2009.11

-오브 아프리카,월레 소잉카, 삼천리, 2017. 2

-킬리만자로의 눈, 어네스트 헤밍웨이, 더클래식, 2013

-나는 늘 아프리카가 그립다, 이지상, 디자인하우스, 1992.12

-하쿠나 마타타, 쿠퍼 에덴스, 마음의 숲, 2007.6.23.

-아프리카 트럭여행, 김인자, 눈빛, 2006.6
-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오소희, 북하우스, 2008.12.17

-아프리카 트렉, 알렐상드르 푸생, 소냐 푸생, 루프메, 2009.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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