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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라 Sep 01. 2019

일본인들의 무서운 집단정신-
상파울루 일본인 축제

브라질 :상파울루

상파울루 리베르다지(Liberdade) 거리는 일본인 거리다. 어제 한국인 식당 한국관에서 오늘 리베르다지에서 일본인 축제가 열리는데 볼만하다는 정보를 듣고 숙소에서 메트로를 타고 리베르다지 거리로 갔다. 지하철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니 거리는 온통 일본풍이다. 가로등도 일본 신사의 대문처럼 붉은색 아치로 만들어져 있고, 일본인 식당, 일본인 상점이 들어서 있다. 마치 오사카나 교토의 어느 거리에 온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상파울루 일본인 거리 리베르다지


일본에서 브라질로의 이민은 일본 정부의 이민 장려로 1908년부터 시작되었다. 여러 주 동안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브라질로 건너간 일본인들은 상파울루 주변 커피 농장에 집중적으로 정착을 했다. 그들은 일본과 완전히 다른 풍토에서 갖은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기반을 닦아 차츰 경제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브라질 이민역사 100년을 넘은 브라질 내 일본인 이민자는 약 100만 명이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중 상파울루에 거주고 있는 일본인은 약 50만 명에 달하고 있다. 상파울루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들은 매년 이 거리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축제를 연다고 한다. 


"어쩌면 저렇게 열성적으로 축제에 참가를 하지요?"

"저게 바로 일본인들의 집단주의 문화가 아니겠소."


상파울루 일본인 축제


정말 아내의 말처럼 지구의 반대편에서 일본인들은 지독하게도 축제에 열심히 참가하고 있었다. 브라질의 상파울루는 일본에서 어쩌면 가장 먼 지구의 반대편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본인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열성적으로 축제에 참여하고 있었다. 거리는 온통 일본인 축제 물결로 북새통을 있었다. 여기가 일본인지 브라질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였다. 기모노를 입고 나막신 '게다'를 신은 일본인들! 남녀노소가 어우러져 하나같이, 다소 미련할 정도로 축제에 열심히 참여를 하는 일본인들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일본인들의 집단정신에 혀를 내 두루지 않을 수가 없었다.


축제의 가무는 매우 단순하고 반복적이었다. 북을 퉁퉁 두드리거나 부채춤, 우산 춤, 깃발을 흔들며 벌이는 퍼레이드 등으로 일본의 전통문화를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노인들도, 어린이들도 한결같이 열광을 하며 축제에 열성적으로 참여를 하고 있었다. 



정말 '한결같다'란 표현이 가장 적합할 것 같았다. 누가 보든 보지 않던지 그들의 태도는 초지일관이었다. 다소 극단적인 표현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의 집단행동은 마치 가창오리 떼의 군무나 떼 지은 물고기들의 무리를 보는 것 같아 섬뜩하기조차 했다.


일본의 집단주의는 철저한 소집단 위주라고 들었다. 일본은 과거 1천 년 동안 소집단으로 편이 갈라져 땅뺏기 전쟁에 열중했던 역사가 있었다. 이러한 소집단 정신은 자기 집단의 권익을 위해서는 목숨을 버리는 것도 불사하며 집단의 명령에 충성하는 무서운 정신이 깔려 있다. 


2차 대전 이후 일본의 소집단은 천황을 내세워 절대적 군국주의로 발전이 되었다. 그것은 충성, 헌신, 용감, 영웅 숭배란 군인적 관념과 엄중한 위계질서, 절대적 상명하복, 권위주의적인 군대적 행동양식으로 군비를 증강하여 침략을 일삼아 제국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결국 군국주의로 무장한 일본은 극우단체가 득세를 하고, 만주침략,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미얀마와 인도차이나, 그리고 호주에 이르기까지 태평양 일원을 광범위하게 제압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의 군국주의는 급기야는 가미가제 특공대들이 전투기를 탄 채 진주만을 자살 폭격하는 극단적인 행동에까지 이르렀다. '가미가제'는 '신의 바람'이란 뜻이다. 



그러나 일본의 군국주의는 히로시마의 원자폭탄 투하로 몰살 직전까지 간 상태에서 패전을 하여 항복을 하게 된다. 이는 마치 군무하는 가창오리 떼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한 것 같다고나 할까? 최근에 일본은 집단주의 폐해를 반성하는 측도 만만치 않다. 일본의 집단주의는 명령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태도로 고래와 같은 거대한 힘과 싸우는 능동적인 대처능력이 이 없다는 것이다. 복잡하고 변화가 무쌍한 현재의 시스템은 개개인 각자가 처한 장소에서 자기의 판단으로 모든 일을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하는데, 집단주의는 무리로 떼를 지어 수동적으로 행동을 하는 물고기 떼처럼 고래들의 쉬운 먹잇감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축제는 축제로 보아주어야 하는 건데… 여행 이야기에서 잠시 빗나간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지구의 반대편에서 서서 일본인들이 집단을 이루어 군무를 펼치는 모습을 보는 마음은 착잡하다. 명치시대 이후 100년간이나 지속된 군국주의가 다시 부활을 하는 것을 보는 것 같은, 무서운 집단 정신과 단결심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 반대편 상파울루 거리에서 일본인들의 축제는 점점 더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축제에 참가한 일본인들은 남녀노소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열성적으로 참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만의 축제를 정마로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축제의 현장에 찾아와 구경을 하고, 일본 음식을 먹고, 일본 제품을 사고 있었다. 


우리도 거리에 진열된 일본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어느 일본인 식료품점에 들러보았다. 식료품점 주인은 우리를 보더니 당연히 일본 사람으로 알고 일본말로 인사를 했다.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그녀는 더욱 친절하게 웃으며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하면서 다가왔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모든 것을 내어 줄 듯한 친절한 표정이었다. 아내가 고추장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듣더니 내가 'Red Pepper Paste'라고 하며 고추장이라는 말을 재인식시키자, 우리와 함께 2층까지 올라가 함께 찾아보았지만 그 가게에는 우리가 원하는 고추장이 없었다.


그녀는 한국인 가게에 가면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찾는 물건이 없어 미안하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녀는 파인애플 두 덩어리를 우리에게 선물로 주었다. 우리가 괜찮다고 했지만 그녀는 기어코 우리들 손에 파인애플을 쥐어 주었다. 우리가 찾는 고추장이 없어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면서 그녀는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일본인들의 친절성은 참으로 대단하다. 


브라질 이민 100년을 맞이한 일본인들은 이민 1세대는 대부분 세상을 떠나고 없지만 그 후손들인 2세, 3세들이 근면하고 성실하여 농장주는 물론 교육에서부터, 국회의원, 의사 등 각계각층의 사회적 지위에 종사를 하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일본인들의 집단주의와 친절성은 우리가 배워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한국인이 최초로 브라질에 이민을 오기 시작한 것은 1963년 2월, 103명이 브라질 산투스 항에 도착을 하여 농장에 정착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현재는 이곳 브라질의 상파울루 본 헤지로(Bom Retiro)를 중심으로 약 5만 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다고 한다.


이제 세계의 어떤 오지에 가도 우리 교포를 만날 수 있다. 그런데 해외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집단의 힘보다는 개개인 하나하나가 '똑똑한 개인'으로 모두가 너무 똑똑해서 단결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는 지구촌을 여행하면서 만나는 교포들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이다.  단 몇 가구가 사는데도 서로 화합을 하지 못하고 헐뜯고 싸운다는 것이다. 해외에서조차 지연, 학연 등으로 편이 갈라져 서로를 헐뜯고 이전투구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면 괜히 마음이 우울해 지곤 한다. 물론 이러한 현실이 그 전부는 아닐 것이다. 화합하고 단결하여 살고 있는 교포들도 많으니까. 세계 어디를 가든 정말 '자랑스러운 한국인'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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