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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라 Dec 29. 2019

마젤란 펭귄들의 애틋한 사랑

푼타아레나스  오트웨이 펭귄 보호구역을 가다

마젤란 펭귄들의 애틋한 사랑...

          

칠레 파타고이나 세노 오트웨이 마젤란 펭귄


파타고니아 세노 오타웨이(Seno Otway)만 툰드라의 수풀을 헤치고 해변 가까이 근접을 하자 귀공자 같은 마젤란 펭귄들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풀은 모두 육지 쪽을 향해 누워있다. 항해자들이 진저리를 쳤던 파타고니아의 강한 바람 때문이다. 16세기 초 마젤란 함대가 최초로 발견을 하였다 하여 ‘마젤란 펭귄’이란 이름을 달고 다니는 이 펭귄들의 특징은 눈자위와 목 밑에 흰 줄로 장식을 하고 있다.     


"도대체 바람 때문에 숨조차 쉴 수가 없군요."

"조금만 더 가까이 와서 저기 펭귄을 좀 봐요. 바람 같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포옹을 하고 있어요."

“호오, 정말이네요!”     


마젤란 펭귄 한 쌍이 둥지 앞에 서서 서로 부리를 맞대고 키스를 하고 있었다. 입맞춤의 시간은 예상보다 길었다. 백주의 대낮에 내놓고 애정행각을 벌이는 녀석들의 사랑은 퍽 노골적이다. 내가 가까이 가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도 펭귄들의 입맞춤은 계속 진행형이다.      


둥지 앞에서 긴 입맞춤을 하고 있는 마젤란 펭귄. 둥지 안쪽에 아기 펭귄 보인다. 


어두운 둥지 안에는 아기 펭귄들이 부모들의 뜨거운 입맞춤을 지켜보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사랑스럽다. “여보, 사랑해!” “나도 당신을 사랑해!” 펭귄부부들은 이런 사랑의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긴 입맞춤을 하던 펭귄부부 중 한 마리가 둥지를 떠나 바닷가로 뒤뚱뒤뚱 걸어 나갔다. 그렇다면 이들 부부는 이별의 키스를 그렇게 진하고 나누고 있었단 말인가? 다른 한 마리 펭귄은 둥지 앞에 우두커니 서서 바다로 걸어 나가는 펭귄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펭귄부부는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바다로 나가는 아빠 펭귄(엄마 펭귄일 수도 있다)을 떠나보내는 이별의 키스를 그렇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보, 무사히 잘 다녀와요.” “염려 말고 애들이나 잘 돌봐요.” 펭귄부부는 긴 이별의 키스를 하면서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던 같다. 펭귄부부는 번갈아가며 먹이를 사냥한다고 한다. 부부 중 한쪽이 먹이사냥을 나가면 나머지 한 마리는 새끼와 둥지를 지킨다.     


엄마펭귄과 이별을 하고 먹이사냥을 위해 둥지를 떠나는 아빠펭귄(엄마 펭귄일 수도 있다)

 

펭귄부부는 일부일처 제로 철저하게 지킨다고 한다. 가족을 위해 먹이사냥을 떠나는 아빠 펭귄과 긴 이별의 키스를 하며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엄마 펭귄의 간절한 모습은 사랑스럽다 못해 애틋하게까지 보였다. 둥지를 떠난 펭귄 아빠는 부지런히 바다를 향해 걸어 나갔다. 둥지와 바다까진 꽤 멀었다. 바다에 도착한 펭귄은 날개를 몇 번 날개를 퍼덕거리더니 다이빙을 하듯 물속으로 잠수를 탔다.     


먹이사냥을 나가는 펭귄(좌측)과 먹이를 사냥하고 돌아오는 펭귄(우측). 먹이를 사냥하고 돌아오는 펭귄의 배가 훨씬 더 볼록하다.
먹이를 잔뜩 담아 배가 볼록한 펭귄(좌측). 바닷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펭귄들

 

둥지에서 바다로 먹이 사냥을 나가는 펭귄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니 걸음이 빠르고 앞배가 펀펀했다. 반대로 바다에서 사냥을 하고 둥지로 돌아오는 펭귄들은 앞배가 볼록하고 걸음걸이도 느려 뒤뚱거림이 더 심하게 보였다. 그동안 바닷속에서 사냥을 한 먹이들을 배에다 잔뜩 담아서 오기 때문이란다. 녀석들은 둥지에 도착을 하면 목숨을 걸고 잡아온 먹이를 토해내며 새끼들에 먹인다. 참으로 감동적인 모성애다!   


수컷보다 훨씬 강한 암컷 펭귄의 모성애

    

펭귄들의 모성애는 부성애보다 훨씬 강하다고 한다. 최근 일본과 아르헨티나 과학자들은 매년 남아메리카 연안에 떠올라 죽은 마젤란 펭귄 수천 마리 중 75퍼센트가 암컷인 이유를 밝혀냈다. 이는 암컷이 수컷보다 먹이를 찾아 더 북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술지 큐렌바이올로지에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암컷의 사체가 수컷보다 3배나 많이 발견되었다. 수컷과 암컷은 이동기간 중 서로 다른 여정을 택한다. 수컷이 우루과이 해안 정도까지만 먹이를 구하러 북상을 하는 반면, 암컷은 브라질 연안까지 더 긴 여정을 감내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안에 떠밀려와 생을 마감한 펭귄들의 건강 상태는 전부 악화된 상태였다. 암컷들은 북쪽으로 더 헤엄쳐 이동하거나 흩어져 먹이를 잡는 데 수컷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여 먹을 것을 충분히 구하지 못한 펭귄들이 해변에 떠밀려와 수컷보다 더 많이 목숨을 잃는 다고 한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과 애정은 엄마가 아빠보다 훨씬 더 강하다. 펭귄들의 죽음이 늘어난 이유는 기후변화, 낚시 장비로 인한 상처, 해양오염 등도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2월 21일 파타고니아 세노 오트웨이(Seno Otway)만에 위치한 펭귄 보호구역에는 세찬 강풍이 불어대고 있었다. 푼타아레나스에서 북쪽으로 50킬로미터 떨어진 세노 오트웨이는 마젤란 펭귄 서식지이다. 마젤란 펭귄들은 바닷가 모래언덕이나 늪지 등 풀밭에서 생활을 하며 6개월은 바다에서 나머지 6개월은 번식을 위해 육지에서 생활을 한다. 몸길이 약 70센티미터로 작은 마젤란 펭귄은 눈썹에서 머리가 옆과 멱으로 돌아가면서 흰 띠가 선명하게 나있다. 가슴에는 굵고 가는 검은색 띠가 두 줄로 나 있다.   

   

마젤란 펭귄들은 매년 9월 중순경에 브라질 남쪽 포클랜드에서 파타고니아 펭귄 서식지로 찾아온다. 육지의 풀숲에 땅굴을 파서 둥지를 틀고 10월경에 2개 정도의 알을 낳아 부부가 서로 품으며 부화를 시킨다. 11월 중순경에 새끼 펭귄이 알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이듬해 1~2월경에 털갈이를 한 아기 펭귄들은 3~4월경에 먹이를 찾아 포클랜드 등으로 갔다가 다시 태어난 장소로 회귀하여 번식을 위한 생활을 반복한다.   

    

당초에 막달레나 섬(Isla Madaglena)의 펭귄 서식지를 가려고 계획했다. 무인도인 막달레나 섬에는 9월 초부터 6개월간 해마다 약 20만 마리의 마젤란 펭귄이 찾아온다. 그러나 푼타아레나스에서 배를 타고 약 40분 정도 들어가는 이 섬은 배편이 일주일에 딱 두 번 밖에 없다. 그런 데다가 펭귄 투어 시간도 1시간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일정을 맞추기가 힘든 우리는 민박집 마뉴엘의 권유에 따라 세노 오타웨이 펭귄 서식지를 택했다.      

세노 오타웨이만에는 펭귄들은 오로지 번식을 하기 위해 긴 여정을 이곳까지 헤엄을 처 온다. 그리고 순식간에 오타웨이 만은 펭귄들이 짝짓기를 하며 러브호텔로 변한다. 녀석들이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은 지극하다. 둘 중 먹이 하나가 사냥을 나가면 남아있는 펭귄은 돌아올 때까지 둥지 앞에서 망부석처럼 서서 기다린다고 한다. 서로가 배려하고 기다려 주는 여유가 인간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 당신은 이 시간 부인을 위해서, 혹은 남편을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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