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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라 Jan 06. 2020

여기가 외계의 땅인가?
고대왕국인가?

호주 아웃백 사파리- 카타추타 국립공원

여기가 외계인의 땅인가? 고대왕국인가? 


호주 아웃백 카타추타 국립공원 트레킹


호주에서 울루루와 카타추타를 보지 않고서는 진정한 호주를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 호주 대륙의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거대한 붉은 바위는 놀라운 풍경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원주민 애버리지진들의 영혼의 성지로 오랫동안 추앙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 일직 앨리스 스프링스를 출발한 우리는 낮 12경에 오늘 밤 야영지가 될 ‘에어즈락 캠핑 그라운드’에 도착했다. 우리는 캠핑장에 도착하여 점심을 손수 지어먹었다. 글렘이 미리 준비해온 음식 재료를 가지고 구성원 각자가 하나씩 일을 맡아 요리를 했다. 남자들은 주로 짐을 운반하고 여자들은 요리를 했다. 글렘은 아이스 박스에 정성 들여 담은 요리 재료를 하나하나 들어서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통조림, 야채, 소스 등 준비한 재료가 다양했다. 


부시캠핑장에서 손수 음식을 요리하는 일행들


아내가 칼을 들고 도마에 채소와 소시지를 놓고 탕탕탕 소리를 내며 썰어서 수프를 만들었다. 아내는 음식을 만드는데 매우 적극적이었다. 캠핑은 여러 나라에서 온 젊은이들의 협동정신을 함께 느낄 수 있어 분위기가 한층 좋아졌다. 아내가 끓인 수프를 후루룩 마시며 글렘이 엄지 척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미스터 초이, 미시즈 박의 요리 솜씨는 일품이야!”

“하하하, 고맙소. 맛있게 드세요.”


우리는 점심을 먹은 뒤 곧바로 카타추타로 향했다. 글렘은 먼저 카타추타 국립공원에서 약 8km의 트레킹을 한 뒤 석양에 울루루로 돌아와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거라고 했다. 카타추타(Kata Tjuta)는 울루루에서 45km 떨어져 있다. 우리는 ‘지구의 배꼽’이라고 불리는 울루루를 먼저 탐사하고 싶었지만 글렘은 아랑곳하지 않고 카타추타로 출발했다. 그런데 정작 카타추타에 도착해 보니 그런 생각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여러 개의 거대하고 둥근 바위로 된 돔들이 신비한 모습을 하고 우리를 반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타추타 국립공원의 붉은 머리  올가(Olgas)


카타추타(Kata-Tjuta) 국립공원이 가까워지자 대머리처럼 생긴 빤질빤질한 붉은 바위들이 우뚝우뚝 솟아있었다. 카타추타는 애버리지니 언어로 ‘많은 머리(Olgas)’라는 뜻이라고 한다. 바위에 다가설수록 무언가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해발 1069미터에 위치한 카타추타는 36개의 거대한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좁은 협곡들에 의해 분할된 장엄한 암석 덩어리들은 5km~8km의 사이에 흩어져 서 있다. 바다가 육지가 된 것인가, 아니면 대홍수로 인해 생겨난 현상인가? 이는 지질학자들이나 과학자들이 규명을 할 일이지만 거대한 바위들을 보는 순간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글렘은 올가 트레킹에 앞서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말했다. 


“여긴 애버리지니의 성소다. 사진 찍지 말라는 표시가 되어 있는 곳은 사진을 찍지 말고, 들어가지 말라는 곳은 절대로 들어가지 말아 달라. 물을 충분히 준비하고, 대열에서 떨어지지 말아 달라. 또한 이곳에는 독사나 전갈 같은 독이 많은 파충류들이 살고 있으니 정해진 트레킹 코스를 벗어나면 매우 위험하다. 그러므로 꼭 정해진 코스를 따라 걷기를 바란다.” 

트레킹 루트를 설명하는 가이드 글렘

트레킹 지도를 가리키며 설명하는 글렘의 설명을 모두들 열심히 경청했다. 아나구 족은 자신들의 문화를 입밖에 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카타추타는 ‘남성들의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원주민 남성에게만 입산을 허락했을 만큼 원주민들 성소로 여기고 있는 성스러운 장소다. 그러므로 사진 촬영이 금지된 비밀의 장소를 촬영하여 공개를 한다면 이는 매우 부적절한 일로 간주되고 있다. 


트레일 코스는 ‘바람의 계곡(Valley of The Winds)'까지 약 8km를 걷게 되는데, 글렘은 첫째도 물, 둘째도 물, 셋째도 물이라고 말하며 물을 충분히 준비할 것을 특별히 강조했다. 햇볕이 뜨거운 사막에서는 탈수증이 가장 무섭다는 것이다. 날씨가 워낙 더워서 물이 부족하면 탈수 현상이 일어나 걷지를 못하게 된다고 했다. 


정말 햇볕은 너무 강하고  날씨는 찜통처럼 무더웠다. 거기에다가 움직이지 않으면 그놈의 체체파리가 극성을 부렸다. 체체파리는 모기보다 더 맹렬하게 피를 빨아먹었다. 체체파리는 아프리카에 있는 것만 아니었다. ‘소도 죽인다’는 뜻을 지닌 녀석들은 과연 대단했다. 보기에는 그냥 날 파리처럼 생겼는데 한 번 살에 붙으면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며 흡혈귀처럼 피를 빨아들였다. 녀석들은 주둥이에 가늘고 긴 침을 빨대처럼 쑥 내밀어 마치 병원 채혈실에서 주사기로 피를 빨아드리듯 맹렬하게 피를 빨아들였다.  


체체파리는 피를 빨며 원충성 질환인 수면병, 즉 트리파노소마 증을 옮긴다고 한다. 트리파노소마 증은 어쩌면 말라리아보다 더 고약한 수면병이란다. 사람뿐만 아니라 말이나 소에게도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무서운 병이라고 했다. 아프리카 내륙지방이 유럽인들로부터 식민지화를 모면할 수 있었던 데는 황열병과 말라리아 말고도 이 체체파리가 옮기는 수면병의 역할도 컸다고 한다. 그래서 서양에서 온 여행자들은 체체파리 방어용 파리 망(Fly net)을 얼굴 전체에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말하자면 얼굴에 모기장을 치는 것이다. "우리도 저 망을 미리 준비할걸 그랬지요?" 아내가 다소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울루루를 답사할 때 파리 망은 필수 일 것 같다. 


“전 여기서 좀 쉬고 있을게요.”

“어? 가만히 앉아있으면 체체파리가 더 극성을 부릴 텐데요?”


글렘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날씨가 너무 더운 데다 숨이 차서 걸을 수가 없어요. 그러니 당신만 다녀오세요.”

“당신을 여기에 두고 나 혼자 어떻게 다녀오겠소?”

“걱정 말고 다녀오시기나 하세요. 난 여기 정자에서 쉬고 있을 게요.”

“정말 괜찮겠소? 가만히 앉아 있으면 체체파리를 감당하기가 어려울 텐데.”

“괜찮아요.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가기나 해요.”


더위에 지친 아내는 입구의 정자 그늘 아래서 쉬겠다고 했다. 나는 아내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몹시 걱정스러웠다. 나는 아내의 독촉에 일행을 따라나섰다. 이럴 때 아내에게 체체파리 방지용 망사가 매우 요긴할 텐데 망사가 붙어 있는 모자를 준비하지 못한 게 아쉽기만 했다. 글렘은 아내에게 절대로 이 정자를 이탈하지 말라고 다시 한번 주의를 주었다. 


트레일 도중에 글렘은 간간히 멈추어 서서 아웃 백에서 서바이벌하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선인장 같은 침으로 손바닥에 찌르며 머리가 아플 때나 소화가 안 될 때는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수지침과 비슷한 자연요법이었다. 가끔 이름 모를 꽃들도 발견했다. 사막 위의 생존하는 꽃들은 타는 가뭄도 이겨내며 피어있었다. 


바람의 계공으로 가는 카타추타 트레킹


“와우! 물소리가 나요!”

“오, 사막의 오아시스!”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엔 착각 이러니 했는데 정말로 물이 흐르는 계곡에 도착했다. 물은 바람의 계곡으로 가는 바위 언덕에서 흘러 내려오고 있었다. 더위에 지친 일행들은 비명을 지르며 계곡에 흐르는 물로 달려갔다. 물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물장구를 치며 일행들은 한 동안 더위를 식혔다. 과연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물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다. 시냇물이 흐르는 주변에는 수풀과 나무들도 무성했다.


우리는 시냇물이 흐르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쪽문처럼 좁아지는 협곡을 기어서 올라갔다. 비지땀이 온몸을 적셨다. 글렘은 바람의 계곡에 올라가는 마지막 깔딱 고개라고 말했다. 마지막 언덕을 오르니 바람이 시원하게 온몸을 덮쳐왔다. 어디서 바람이 이렇게 불어올까? 나는 바람의 소리에 취해 계곡 앞으로 확 트인 시야를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어는 고대왕국이나, 외계의 땅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뭉퉁뭉퉁하면서도 거대한 성처럼 보이는 붉은 바위 덩어리들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이 멋진 풍경을 아내에게 보여주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고대왕국이나 외계의 땅을 방불케 하는 바람의 계곡


바람이 붉은 바위 협곡을 돌고 돌아오는 순간 어디선가 묘한 소리가 붉은 계곡을 휘돌아 치며 들려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글렘은 이 소리를 자연이 들려주는 디제리두(Didjeridoo)의 소리라고 귀띔을 해주었다. 디제리두는 자연의 원음을 내는 애버리지니의 고유 악기다.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자연의 소리를 내는 디제리두는 황토색 대지의 소리다. 이제 디제리두는 애버리지니들이 절규하는 소리로 호주 대륙에 남아있는 샘이 되고 말았다.


“초이, 저기 좀 봐요! 미시즈 박이 올라오고 있네요!”

“엇, 정말이네!”


아내가 바람의 계곡을 향해 마지막 깔딱 고개를 숨을 헐떡거리며 올라오고 있었다. 반가웠다. 아내는 입구에서 기다리다가 체체파리의 극성에 못 이겨 한 걸음 두 걸음 걷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했다. 


“미시즈 팍, 내가 규칙을 어기면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지요. 정마에서 절대로 움직이지 말라고 했는데 혼자서  여기까지 오다니 반칙입니다. 허지만  정말 잘 오셨어요. 이런 곳은 두 번 다시 오기가 힘든 곳이거든요. 하하하.”


글렘은 반가워하면서도 절대로 이탈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장소를 이탈하여 혼자 여기까지 걸어온 아내에게 정중하게 주의를 주고 있었다. 


“정말 오지 않았더라면 크게 후회를 할 뻔했네요.”

“이렇게 놀라운 풍경을 혼자서만 보려니 너무나 안타까웠는데, 당신이 오고 나니 더욱 멋지게 보이네!”


바람의 계곡 정상에 선 아내는 계곡 저편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풍경에 압도되어 버렸다. 누구나 이곳에 올라오면 저 멋진 풍경과 바람에 취하고 말 것 같다. 두 개의 거대한 붉은 바위가 성문처럼 우람하게 뻗어있는 바람의 계곡 저편에는 푸른 초원이 이어지고, 초원 끝에는 다시 붉은 바위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놀라운 풍경은 사람의 마음을 다시 피어나게 한다. 여기까지 오는데 힘은 들었지만 놀라운 풍경을 보는 순간 모든 피로가 싹 달아나는 것 같았다. 낙타 등처럼 울룩불룩 솟아오른 붉은 바위들은 형용할 수 없는 기운을 느끼게 했다. 이 놀라운 풍경은 기적의 엔도르핀이 솟아올라 심신이 치유되고 있었다. 


“자, 여러분 이제 그만 내려가야 합니다. 늦기 전에 울루루의 일몰을 보러 가야 합니다.”


바람의 계곡에서 내려와 올가를 뒤로 하고 울루루로 다가가자 올가의 바위군들은 한 점들로 변하고 거대한 바위산이 점점 크게 클로즈 업 되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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