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굴라 패스 얼음길에서 자동차의 시동이 꺼지다
폭스바겐 산타나의 낡은 엔진 소리가 고원의 얇은 공기를 가르며 떨렸다. 우리가 선택한 길은 도로가 아니라, 하늘로 걸어가는 듯한 길이었다. 설산은 끝도 없고, 평균 해발 4000m의 고원은 하늘과 땅의 경계를 잃어버린 채 거대한 흰 숨처럼 고요히 펼쳐져 있었다.
하늘길을 달리는 나는 단순한 여행자가 아니라 전사(戰士)같은 느낌이 들었다. 뒤에 펼쳐진 설산은 마치 인간을 시험하려는 하늘의 벽 같았고, 그 벽 앞에서 마침내 내 자신의 운명을 향해 팔을 들어 올렸다.
아내와 함께 여기까지 왔다!
그 사실만으로도 이미 절반은 승리였다.
라싸로 향하는 이 길은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도로이자, 가장 많은 영혼이 사라져간 길이다. 옛 티베트인들은 이 길을 ‘하늘의 창자’라고 불렀다. 하늘과 땅을 잇는 통로이자, 살아 있는 자와 이미 떠난 자들이 같은 숨결로 스쳐 가는 길이라는 뜻이다. 그 길 위로, 나와 아내, 그리고 오거와 융—젊은 이스라엘 여행자 둘—네 영혼이 낡은 폭스바겐 한 대에 몸을 싣고 가고 있었다.
골무드를 출발한지 약 2시간 후 우리를 태운 산타나는 고원의 휴게소에 멈춰 잠시 숨을 고르며 주유를 했다. 주유를 하는 동안 자동차 밖으로 나오니 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고, 바람이 비명을 지르며 강하게 불었다. 몸은 바람과 고산의 압력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아내도 어지러움에 잠시 눈을 감았다. 나는 배낭 속 산소캔을 꺼낼까 말까 망설였다. 낯선 고원의 공기는 얇고, 심장은 고도를 따라 올라가는 듯 두근거렸지만 그 순간, 먼저 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나간 이스라엘 청년들이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그 젊음의 기운,고원을 가로지르는 바람보다 더 뜨겁고 더 거칠었던 그 에너지가 우리 모두에게 묘한 용기를 불어넣었다. 마치 “살아 있음”이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는 듯 그들은 고함을 치며 설산 아래에서 만세를 외쳤다.
나도 그 기운에 이끌려 융의 어깨를 자연스레 감싸 쥐었다.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팔을 뻗어크게 “V”를 그렸다. 그 “V”는 세상을 정복하겠다는 제스처가 아니었다. 영광의 포즈도, 자랑의 포즈도 아니었다. 그저, 우리가 아직 살아 있다는—고원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가슴 깊은 곳의 뜨거운 환희였다.
그 순간, 고원의 찬 바람이 이마를 스치고, 머나먼 설산이 말없이 빛을 반사하며 우리의 생존을 축복해주는 듯했다. 살아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설산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설산의 주름은 마치 부처의 오래된 가르침을 백설로 새겨둔 듯했다. 한 줄기 바람만 불어도 그 설법(說法)이 땅으로 스며들 것만 같았다. 나는 그 벽 같은 설산을 향해 조용히 합장했다.
보랏빛 산타나는 겉모습은 낡았지만 우리를 라싸까지 태워다 줄 유일한 친구였다. 운전수 돌마는 말수 적었지만 그의 눈빛에는 “라싸는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는 고집스러운 신념이 있었다. 다시 출발한 산타나는 빙판길, 결빙, 고산병 위협 속에서 헐떡이며 탕굴라를 향해 올라갔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하늘은 어두워지고, 눈·비·우박이 뒤섞여 내렸다. 검은 하늘을 찢고 한 줄기 빛이 새어 나오는 모습은 마치 지구가 들숨을 쉬는 순간 같았다. 그 빛은 우리를 라싸로 초대하는 하늘의 신호처럼 느껴졌다.
밤의 고도는 항상 낮보다 깊다.
그날 밤, 고도 5,231m의 탕굴라산마루는 지도 속의 경계가 아니라 존재가 갈라지는 진짜 문턱이었다. 고물 자동차의 엔진이 꺼질 때마다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넘어서야 할 것은 산의 높이가 아니라 나 자신이 두려워하던 ‘끝’의 그림자였음을.
그 밤, 우리는 죽음의 냄새를 맡고 있었다. 고물 자동차의 얇은 철판이 영하의 칼바람에 떨며 신음할 때마다 마치 차가 아니라 우리 몸이 찢겨나가는 것 같았다. 엔진은 한 번도 아닌, 두 번도 아닌, 여러 번 꺼졌다가 기적처럼 되살아났다. 살아났다가 꺼지고, 꺼졌다가 다시 떨고 일어서는 그 소음은 마치 저승문 앞에서 몸부림치는 마지막 심장박동처럼 들렸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정말… 여기서 얼어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내의 입김은 성에 낀 창문에 희미하게 흩어지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가슴이 찢어질 듯 두려웠다. 숨은 점점 얇아지고, 두통은 쇠망치처럼 머리를 때렸고, 심장은 자꾸만 자신의 자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때
자동차는 또다시 툭— 하고 멈췄다. 세상이 멎었다. 바람 소리조차 잠시 얼어붙었다. 우리는 5천 미터의 밤 가운데 완전히 고립되었다. 운전사조차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손전등 하나를 들고 밖으로 나가 얼음과 눈이 뒤섞인 길을 절망적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나는 이스라엘 여행자 융과 오거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차에서 내렸다. 그들의 눈에는 공포 대신 오히려 결의가 서려 있었다. 바람은 칼날처럼 얼굴을 베었고 눈은 어둠 속에서 광야의 모래처럼 흩날렸다.
“살고 싶으면… 자동차를 밀어야 해.”
내 입에서 저절로 그런 말이 나왔다.
우리는 세 사람, 차 뒤에 어깨를 맞대고 섰다. 그 순간, 국적도, 언어도, 종교도, 삶의 배경조차 아무 의미가 없었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막기 위해 같은 방향으로 서 있는 생명들이었다. 얼음판 위에서, 우리는 서로를 살렸다. 바퀴는 얼음과 눈 위에서 헛돌았다. 발은 계속 미끄러졌다. 숨이 가빠져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아직 멈추지 마!”
우리는 온몸의 마지막 불꽃을 쥐어짜 차를 밀었다. 몇 번이나 넘지고, 손은 얼음에 긁혀 피가 맺혔다. 그 순간에도 엔진은 여전히 침묵 속에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어디선가 어둠을 찢는 듯한 소리,
부르르르르—부르르르르—부르르르르—!!!
엔진이 살아났다. 그 소리는 빈 들판을 울리는 북소리처럼 장엄했고, 죽음 너머에서 다시 돌아온 심장처럼 뜨거웠다. 운전사는 창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어서 타요! 멈추면 또 꺼져!”
우리는 서로 부축하며 얼어붙은 차에 몸을 실었다. 차는 흔들리며, 그러나 멈추지 않고 천천히, 고개 위를 향해 기어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그 문턱을 넘었다. 정상 표지판이 희미한 달빛 아래 모습을 드러냈을 때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늘을 향해 합장했다.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조용히 말했다.
“살았네요… 우리, 정말… 살았어요.”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살아 있다는 것이 이토록 거대한 축복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생각했다. 만약 그 밤, 그 고개에서 우리가 서로를 부축하지 않았더라면—오늘의 라싸는 결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융과 오거. 이름도 낯설고 말도 통하지 않는 두 사람. 그러나 그 밤, 우리는 서로의 생명선이었다.
우리가 탕굴라를 넘은 것은 ‘산을 넘은 것’이 아니라 ‘나를 넘은 것’이었다. 엔진이 마지막으로 되살아났을 때 그 소리는 기계의 소리가 아니라 재탄생의 북소리였다. 자동차가 흔들리며 정상 너머로 내려가기 시작하자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넘은 것은 빙판길도, 고물차도, 칼바람도 아니었다. 우리는 죽음이 깔아놓은 문턱을 자기 발로 넘어선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라싸가 단지 여행의 목적지가 아니라 새로운 존재로서의 ‘나’가 도착해야 할 자리임을 알았다.
생은 길이 아니라 결단이다. 두려움은 장애물이 아니라 자기 인식의 문이다. 그리고 순례란 ‘걸어가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을 벗겨내는 과정이다. 우리는 그 문턱에서 삶의 본질을 다시 보았다.
살아 있겠다는 의지, 사랑하겠다는 다짐, 끝내 도착하겠다는 믿음. 그 모든 것이 얼어붙은 고원을 녹여 우리의 길을 열었다. 그리고 마침내—우리는 생에서 다시 태어난 몸으로 영혼의 도시 라싸를 향해 나아갔다.
그날 밤은 지옥이 아니었다. 그곳은 새로운 내가 태어나는 산부인과였고, 새로운 영혼이 깨어나는 도량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알았다. 목숨을 건 순례길은 목숨을 잃기 위한 길이 아니라 목숨의 의미를 되찾는 길이라는 것을.
시동이 걸린 차는 다시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고 새벽이 어둠을 걷어내자 설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침 햇살을 받은 설산은 점점 금빛으로 물들어갔다. 이 장면은 마치 히말라야의 신들이 당신에게 "살아남아라"라고 말하는 듯했다.
폭스바겐은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기적처럼 고원의 밤을 뚫고 달려갔다. 숨이 걸리고, 심장은 무너질 듯 뛰고, 설산과 구름은 서로의 경계를 잃어버린 채 마치 다른 차원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고 있었다. 우리는 티베트의 위대한 요기 밀라레파가 수행을 했던 라싸 북쪽 니옌첸 탕라Nyenchen Tangnla 산맥을 넘었다.
오, 위대한 스승 밀라레파여,
감사합니다!
어둠이 조금씩 밀려나고 저 먼 곳에서 햇빛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운전사 돌마가 침묵을 깨고 한마디 했다.
“씨, 데어 라싸(See, there Lhasa)!”
“오 마이 갓!”
“와— 라싸다!”
이스라엘 청년들의 외침이 차 안의 침묵을 깨뜨렸다. 마침내, 하늘과 땅이 만나는 회색 능선 위로 라싸의 윤곽이 서서히 떠올랐다.
“오… 정말 라싸에 도착했네요.”
나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창밖을 바라보며 볼멘소리를 내는 아내의 중얼걸미에 그만 목에 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