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라싸로 가는 하늘길에
들어서다!

골무드, 라싸로 가는 영혼의 문턱에서

by 찰라

골무드, 라싸로 가는 영혼의 문턱에서

“아내와 나는 이곳에서 또 한 번 태어났다.”

기차가 마지막 숨을 내뱉듯 긴 금속음을 울리며 멈춰 섰다. 문이 열리는 순간, 차가운 고원의 람이 칼날처럼 볼을 스쳤다. 나는 배낭의 어깨끈을 단단히 조이고 플랫폼 위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

푸른 하늘은 너무 가까워 금방이라도 마음을 비워낼 것 같고, 황톳빛 대지는 끝없이 펼쳐져 순례자의 발걸음을 조용히 받아주는 듯했다. 여기가 바로 라싸로 향하는 청장공로의 출발점인 골무드(Golmud) 역이라니 감개가 무량했다. 수많은 영혼들이 이곳에서 하늘로 길을 열어 왔다고 믿어지는 자리. 우리 또한 그 문턱에 섰다.

아내의 얼굴에는 설렘과 기도의 미소가 동시에 번져 있었다. 바람이 스치는 모자는 살짝 기울었고, 선글라스 뒤로는 한평생 간직해 온 소망이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이 순례길에서 가장 눈부신 풍경 같았다. 나는 푸른 고원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저 깊은 곳에서 뜨거운 어떤 것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그 문장만이 가슴 안쪽에서 길게 울렸다.

초록빛과 금빛 선이 둘러진 중국식 열차가 끝없이 뻗어 있고, 각지에서 모여든 여행자들이 저마다의 소명을 안고 서 있었다. 저 멀리 공안의 검은 제복이 고원의 바람 사이를 스치며 지나갈 때마다 긴장의 결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라싸로 이어지는 길은 누구에게나 쉽게 열린 길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그 모든 풍경보다 더 압도적인 것은 하늘이었다. 너무 가까워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하늘. 기도가 날개를 달고 바로 날아오를 것만 같은 하늘. 그 하늘 아래 서 있는 우리는 이미 오랫동안 소망해 온 순례자의 모습으로 서 있었다.


먼 길을 달려온 기차를 배경으로 우리는 기념사진을 찍었다. 하롱베이를 출발하여 7,500km를 달려 30일 만에 도착한 길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자리가 없었다. 우리는 어떻게 하든 이곳에서 라싸로 가야만 했다. 비장한 각오로 역사를 걸어 나오는데 상구머리를 한 청년 둘이 뒤따라 붙었다. 그들은 배낭을 멘 우리를 보고 라싸로 가는 여행자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본 것이다. 우리는 애써 그들을 무시한 채 라싸로 가는 버스를 알아보기 위해 터미널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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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 골무드 호텔에 있는 중국국제여행사로 가서 라싸로 가는 버스 편을 물었더니, 먼저 입경허가서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여행사 버스는 오후 5시경에 진평루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입경허가서(Tibet Travel Permit)는 신청 후 보통 8~9일 정도 걸리고, 7일간 패키지 요금은 약 1,000달러 정도라고 했다. 비용도 문제였지만 일주일 이상을 골무드에서 할 일 없이 기다리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아내와 나는 어안이 벙벙하여 일단 여행사를 나와서 버스터미널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때, 역전에서 만났던 상구머리 삐끼가 마치 그림자처럼 우리 앞에 나타났다.


“라싸로 가는 택시에 이스라엘 여행자 두 명이 기다리고 있어요. 1인당 600위안만 주시면 지금 바로 출발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은 닫혀 있던 문을 여는 암호처럼 들렸다. 아내도 내 어깨를 가볍게 치며 말했다.


“한 번 부딪혀 보죠. 오늘 우리는 라싸로 가야 해요.”



드디어, 라싸로 가는 하늘길에 들어서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여정의 큰 결단은 언제나 아내가 먼저 내미는 손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지구촌 오지를 여행 중에 이스라엘 여행자를 여러 번 만난 적이 있는데 그들은 매우 용의주도하고, 철저하게 여행준비를 했으며, 또 매우 용감했다. 그들이라면 이미 이 삐끼들에 대한 동태와 라싸 입성에 대한 성공여부도 철저히 파악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일단 다소 순진해 보이는 삐끼를 믿어보기로 하고 그와 함께 택시를 타고 골무드 외곽의 작은 카페로 들어갔다. 허공에 떠 있는 듯한 고원의 바람이 유리창을 흔들고 있었다. 잠시 후, 보랏빛 산타나가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나타났고, 그 차에서 두 명의 이스라엘 청년이 내렸다.


그들은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키가 크고 히피 같은 청년은 ‘오거’라고 했고, 갸름한 얼굴로 미소를 짓는 청년은 ‘융’이라고 했다. 운전수 돌마는 40대의 듬직해 보이는 티베트 장정이었다. 짧은 순간 속에서 서릿발 같은 강단이 느껴졌다.


순례자에게 필요한 건 가끔은 신뢰할 만한 ‘한 사람’이었다. 그들과 눈이 마주친 순간 마치 오래전 약속한 길동무를 다시 만난 듯한 기묘한 친근함이 스며왔다. 이미 정해진 운명일까? 그렇게 어렵던 라싸로 가는 길이 짧은 순간에 열리다니! 모든 것이 감사했다.


차에 오르자 폭스바겐의 문이 “툭” 닫히는 소리와 함께 낮고 단단한 엔진음이 가슴 깊은 곳까지 울려 퍼졌다. 아내는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거의 숨처럼, 기도처럼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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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말 가는군요… 라싸로!”


그 한마디에 나는 잠시 목이 메었다. 얼마나 오래 이 길을 꿈꾸어 왔던가. 수없이 마음속에서만 오르내리던 길 위에 마침내 우리의 몸이, 우리의 숨이 올라탄 것이다. 자동차가 움직이자 고원의 도로가 우리 앞에 곧고 길게 펼쳐졌다.


공중에 매달린 듯 곧게 뻗은 한 줄기 길, 구름은 땅 가까이 내려와 강물처럼 흐르고, 설산의 능선들은 지평선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흰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지금, 라싸로 가는 것은 단지 한 도시로 가는 일이 아니라 우리 삶의 가장 깊은 곳으로 순례를 떠나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그 길 위를 흐르는 듯, 날아가는 듯 달리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행복은 도착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여기의 작은 숨결, 이 택시 안에서 함께 바라보는 풍경, 차창에 스치는 빛, 아내의 고요한 숨, 함께 달리는 동행들의 침묵에 있었다.


골무드에서 라싸로 향하는 낡은 폭스바겐 택시 안, 우리는 이미 하늘을 걷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이 우리 부부의 새로운 삶을 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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