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챌린 Oct 01. 2024

초등학교 입학 전에 집을 사야 한다

13. 초등학교 입학에 맞춘 부동산 계획

인아씨 부부는 전셋집으로 이사를 나가면서 최대한 적은 돈을 대출받았었다. 이자로 나가는 돈이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되는데 굳이 빚을 지고 사는 기분이 왠지 모르게 찜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내가 이자 한두 푼이 아까워서 남의 집에 전세로 살고 있을 때 자기 집을 산 사람들은 안락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도 그 재산의 가치가 저절로 높아지고 있었다. 물론 주변에 아파트를 산 선후배들은 매달 원금에 이자를 30년을 갚아 나가야 된다며 앓는 소리를 했지만, 자기 집에 산다는 안정감만큼은 확실히 있어 보였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듣고 보면서도 부동산을 구입한다는 것, 집을 산다는 것은 쉽사리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첫째 초등학교 입학 즈음에 이사 가면 좋을 지역의 아파트들을 찜해 놓고 눈팅만 하기를 여러 차례. 인아씨와 대명 씨는 호가와 실거래 가격을 비교해 가며 두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을 계속 찾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집이 나오면 살 수 있는지 계산기를 두드려보았지만 결국은 대출을 최대한 많이 받아야 한다는 게 마음의 벽이었다.


대출을 신청할 때 은행에 제출하게 되는  재직 증명서, 원천징수영수증 서류를 떼어 보았다.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은 그리 많지 않은데 원천징수영수증에 찍힌 작년 총소득은 생각보다 많았다. 물론 세전 금액이고 연봉에 포함되지 않는 상여금과 연말 보너스가 모두 합쳐진 총금액이었다. 거기에 대기업 직원을 우대해 주는 대출 서비스가 있었다. 즉, 대출한도가 예상보다 높다는 뜻이었다. 이자는 두 사람 월급으로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비싸도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부모님 집 아파트 옆동 1층이 매물로 나왔는데, 가격이 싼 것 같아. 우리가 살까? 산이 초등학교 가면 하교 시간 때문에 부모님 도움 받아야 할 것 같은데. 그 근처에 미리 한채 사두고 입학할 때쯤 이사 가면 좋을 것 같아.”


“그래? 옆동이면 33평? 얼마래?”


“응 4억 정도. 판교만큼은 아니겠지만 일단 성남시내니까 회사에서 가깝고, 여기도 계속 오르고 있는 분위기라.”


“대출은 얼마 나올까? 이자는?”


“전세자금 대출받은 게 얼마 안돼서 주택담보대출 받으면 충분히 살 수 있어.”


“사자. 그래 우리도 얼른 집 한 채 사자. 집 값은 오르는데 전세만 살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거기는 우리가 잘 아는 동네고, 아파트도 살아봤으니 괜찮은 거 같아.”


드디어 두 사람 공동 명의의 첫 집을 장만했다. 


“난 나오는 만큼 최대한 대출받아야 된다고 생각했어. 우리 지금 사는 집 전세 자금으로 묶인 게 있으니 현금이 거의 없잖아. 계약하기로 약속 잡고서야 제대로 이해한 거 있지. 현재 전세보증금 빼고 나머지 금액만 주인한테 지불하면 되는 거고, 그것도 주택담보대출로 커버가 되는 거라는 거. 집을 사봤어야 말이지. 완전 바보 같아.”


전세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이었고, 지금 당장 들어가서 살아야 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매매를 위해 대출받아야 할 금액은 생각보다 적었다. 본인들은 몰랐겠지만 그것이 흔히 말하는 갭투자였다. 


“집을 처음 사는데 다들 그런 거지. 나도 앞으로 공부할 게 많겠다는 생각 들더라. 취업하고, 내가 돈 벌어서 쓰면 어른인 줄 알았는데 결혼하고 아이 키우는 거 말고도 진짜 어른이 되려면 알아야 할 것이 참 많아.”


조바심에 혹여나 잘못 산 건 아닌가. 주식처럼 매일매일 가격이 오르면 팔고, 가격이 낮아지면 살 수 있는 게 아닌데도 매일 시세 체크를 하고, 같은 단지와 주변 단지 실거래가를 찾아보는 인아씨였다. 다행히 처음 산 그 집은 1년 사이에 1억이 올랐다. 물론 주변 다른 지역 아파트 가격도 마찬가지였고.


“1억? 와! 많이 올랐네. 우리 둘이 버는 돈 하나도 안 쓰고 모아야 그만큼 되는 거 아냐? 와! 회사 안 다니고 집만 사놨어도 1억 버는 거네.” 


“1억이면 잘 나가는 부장님들 연봉 정도 되려나? 근데 회사 안 다니면 대출을 안 해줘. 이자도 못 내고.”

“하하 그렇긴 한데, 그래도 어마어마하다.”


부동산이라는 것이 참 이상했다. 100, 200만 원만 해도 손이 벌벌 떨리는 큰돈인데, 부동산은 그 단위가 기본 억이었고, 그 오르락내리락하는 폭이 평범한 회사원으로서는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큰돈이었다. 물론 현금으로 손에 쥐어지는 돈이 아니었기에 현실감이 없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출 통장에 찍혀 있는 금액, 팔았을 때 통장으로 들어올 그 숫자를 생각하면 인아씨와 대명씨는 두렵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처음 전세를 얻어 살면서 또 본인 명의의 아파트를 사면서 회사만 열심히 다니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기는 했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부동산을 투자해야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을 수밖에 없었다. 1년에 대기업 회사원 연봉을 부수적으로 벌 수 있는데 투자를 안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아이들 학교 다닐 때 말이야, 우리 출퇴근까지 생각하면 분당이나 수지 쪽은 어떤 거 같아? 부모님께 도움 받을 수 있는 것도 좋긴 한데 막상 부동산 보다 보면 가격 상승폭이 더 큰 곳들이 있는데 대부분이 주변에 학원가가 잘 형성되어 있고 가깝게 학교 다니기 좋은 곳들이야. 서울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분당이나 수지가 이쪽에서는 학군이 좋으니까. 우리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거 어때?”


집을 사 둔 건 좋았는데 정작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때의 환경은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시간이 갈수록 그저 도움받을 수 있는 시부모님이 근처에 계시다는 것, 상대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 외에 아이들에게 최적의 환경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흔들리게 되었다. 


사실 실거주를 위한 한 채는 투자가 아니라 생존이 걸린 문제에 가깝다. 돈이 많이 없으니 실거주와 투자를 동시에 잡고 싶은 게 모두의 마음이고. 우리 가족이 살고 싶은 집, 살고 싶은 동네이면서 앞으로 아파트 가격도 많이 오를 투자 가치가 높은 곳에서 살아야 한다. 그게 바로 똑똑한 한 채라는 것이었다. 


첫 집으로 산 아파트를 팔아서 양도세를 제외한 시세차익에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생각해 보면 이자 비용이 부담되긴 하겠지만 흔히 말하는 상급지로 갈아탈 수도 있겠다 싶었다. 부동산 추세를 보면 오르는 곳은 계속 오르고 그 상승폭이 컸다. 한 번은 점프를 해야 했다. 


의견이 맞아떨어진 인아씨와 대명씨는 이후 주택담보대출에 신용대출까지 탈탈 끌어서 분당과 수지에 갭투자를 하기로 했다. 전세금도 계속 올라서 갭이 줄어들고, 집 값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으니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바람이 제법 날카로워진 어느 날. 아이 둘을 데리고 혼자서 먼저 퇴근한 인아씨는 집 앞에서 통장 아주머니와 마주쳤다. 종이 한 장을 건네준다. 취학통지서였다.


“아들 인물 잘 생겼네! 초등학교 입학 축하해.”


“감사합니다. 근데 벌써 취학통지서가 나오나 봐요?” 


“네, 지난번에도 왔다가 집에 없어서 오늘 또 온 건데 만나서 다행이네요. 이 동네에 아이들이  많아서 조금 빨리 나온 것도 있고. 아무튼 내가 다닐 데가 많은데 다들 맞벌이라 그런지 몇 번씩을 가야 해요. 그럼 난 바빠서 이만.” 


통장 아주머니는 후다닥 사라졌다.


출근 전 예약해 놓고 간 전기밥솥에서 잘 지어진 밥을 확인한 인아씨는 프라이팬에다 계란 3개를 톡톡 깨뜨렸다. 촤아악, 기름을 만나 맛있게 튀겨지는 고소한 계란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김 두 봉지를 뜯어놓고, 냉장고에서 고기볶음과 시금치를 꺼냈다. 아이들 앞에 앞접시를 놓고 뜨거운 밥에 김을 싸서 하나씩 내려놓으면 어설픈 젓가락질로 오물조물 냠냠 냠냠 잘도 먹는다.


“우리 산이, 별이 잘 먹으니까 엄마가 기분이 좋은데?”


식탁 한쪽에 둔 취학통지서에 눈길이 갔다. 벌써 초등학생이 된다니. 새삼스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고맙고 또 미안하기도 했다. 


늘 먹던 대로 단출하게 차린 밥상이지만, 갓 지은 밥에는 뭐든 맛있는 법. 반찬 투정 안 하고, 크게 음식 가리지 않고 잘 먹어주는 무난한 식성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어떻게 세월이 흘렀는지 모르게 벌써 산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가 되었다. 


스스로 많이 컸다고 생각해서 인지 산이는 초등학교 입학 통지서를 자세히 읽어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 나 초등학생 되는 거야? 아싸 신난다! 나는 어느 초등학교로 가? 거긴 어떨까?”


아이들을 재워 놓고 인아씨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직 전셋집에 살고 있었다. 투자해 둔 곳 중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에 정착해서 살 동네를 정하고, 이사 갈 집도 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몇 달 남지 않았다. 막상 들어가서 살려니 오래된 아파트여서 수리가 필요했고. 전세금을 빼주고 나면 지금 사는 집의 전세금을 더해도 추가로 대출을 받아야 자가 입주가 가능했다. 머리를 이래 저래 굴려본다. 이제는 진짜 가족 모두가 살러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집 값, 대출, 이자 같은 계산도 문제지만 실제 거주할 집에 대한 기준은 높아만 졌다. 대단지 신축 아파트면 좋겠고, 아이들 학교와 학원 다니기 좋고, 주변 환경이 깨끗했으면 좋겠고. 투자했던 곳 말고 따로 가고 싶은 곳이 있었는데 그 집은 당연히 더 비쌌다. 


“판교 그랑플러스 좋은데, 어떻게 생각해?”


“사둔 집들이 다 올라서 팔아봐야 알겠지만 거기도 워낙 올라서 어떨지 모르겠네……”


“있는 돈으로는 무리지. 그래도 분당이랑 수지 집 팔고 주택담보대출도 받고, 자기랑 나랑 신용대출받으면 되지 않나?”


“신용대출은 아마 어려울 걸. 이제는 신용대출받아서 집 못 사게 하잖아. 그리고 이미 대출이 있잖아. 근데 거기로 꼭 이사를 꼭 가고 싶어? 나는 너무 무리하지 말고 적당한 곳에 살면서 분당에 갭투자 한 채 정도는 남겨 놓고 싶은데.”


“뭐 때문에 어린아이들까지 고생시켜 가며 일하는데……아이들 잘 키우고, 가족도 행복하려고 그러는 거잖아. 아이들한테 좋은 환경 만들어주고 싶어.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무리해서라도 이사 가고 싶어.”


“당신, 휴직은 할 거야? 산이 초등학교 입학 때 맞춰서 휴직하는 거 고민했었잖아. 그럼 우리 수입도 줄어드는데, 무리해서 가면 힘들지 않을까?”


“아 맞다. 휴직. 아, 휴직도 할지 말지 얼른 결정해서 회사에 말을 해야 되는데. 그래서 나도 머릿속이 복잡해. 집은 어디로, 어떻게 마련해서 가야 할지. 회사는 쉬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우 머리야.”


“고민 많이 했구나. 일단 오늘은 자자. 너무 늦었어. 아무튼 산이 학교 입학 전에만 이사 가면 되는 거잖아. 내일부터 같이 더 알아보자. 나도 신경 쓸게.”


인구증가율이 낮고, 출산율이 낮다고 연일 뉴스에서 떠들어대도, 경기남부지역 즉, 성남 분당과 판교, 수원 영통, 용인 수지, 화성 동탄지역은 그 주변에 몰려있는 IT, 전자회사들 덕분인지 지역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났고, 젊은 사람들의 유입이 지속되면서 출산율도 타 지역에 비해 높아서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 주변 초등학교는 과밀학급이 되기 일쑤였다. 덕분에 아파트 가격도, 전세 수요도 꾸준히 상승했고, 분당 같은 학군 지는 교육열 높은 우리나라답게 아무리 낡은 아파트라도 집 값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공급이 많아지는 신도시들도 분양가에 P를 붙여서 왕왕 거래가 되었고, 입주장 때 싸게 전세로 들어온 사람들은 2년 계약이 끝나고 크게 오른 전세가격에 못 이겨 이사를 가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생겼다. 


판교에서 회사를 다니고 전세로 수원에 거주하고 있던 인아씨네 가족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투자와 더불어 주거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첫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아닌가?


결국 인아씨와 대명씨는 판교 대단지 아파트에 이사 갈 집을 마련했다. 하지만 커지는 대출금 이자에 인아씨의 휴직으로 줄어들 수입을 생각하면 도저히 그랑플러스 아파트를 추가로 매매하는 건 불가능했다. 전셋집 보증금을 빼서 그 돈으로 갭투자한 아파트를 유지하고 판교 아파트에는 월세로 가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으니 내 집은 하나 있어야겠고, 회사 근처이면서 신축 대단지 아파트에 살고 싶어 나온 나름의 묘안이었다. 초등학교기간 동안 한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었으나, 판교아파트 같은 단지 안에 살면서 두세 번만 이사 다니면 전학을 안 가도 되는 거고, 어쨌든 내 집이 하나 있으면 부동산 가격이 올라도 집 없는 설움은 없을 거니까.


이맘때쯤 유행하는 부동산 명언이 하나 있었다. 바로 청무피사. ‘청약은 무슨, P 주고 사’라는 뜻이다.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지역에 아파트를 청약받기는 하늘의 별따기라 P를 주고라도 새로 분양하는 단지를 사려는 사람이 그만큼 많았다. 수요가 많아서 부동산 가격이 오른 건지, 부동산 가격이 비싸지니 미리 투자해 놓으려는 사람이 많이 생긴 것인지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 그 맘 때쯤부터 재테크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다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뉴스에서는 오르는 부동산 가격에 대한 기사를 매일 내놓았고 정부에서도 투기과열지구, 조정지구 지정 등 부동산 가격 상승 억제를 위한 각종 규제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가격은 계속해서 상승했다.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한 날, 집주인에게 물었다. 


“혹시 월세 10만 원만 깎아주실 수 있나요? 저희도 월세가 처음이라 생각보다 큰 지출이더라고요. 10만 원이면 얘들 간식값은 되니까요 하하.”


계약서에 써 있는 주민등록번호를 보니 집주인의 나이가 대명 씨와 같았다. 이 집을 분양받았다고 했다. 와! 대단한 운이다. 피 주고 산 사람은 봤어도 분양받은 사람은 처음 봤다. 피 주고 산 사람들도 그 이상 오른 아파트 가격에 행복해 죽는데, 분양을 받았다니! 수억짜리 로또다! 해외파견근무를 가게 되었단다. 집값이 오르기도 하고, 한국에 들어왔을 때 자기 집이 있어야 하니까 팔 생각은 없고, 외국에서 생활비 쓰려고 월세를 받으려고 한다고 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리나라 대기업도 아니고 외국계 덜 알려진 회사였는데, 대명씨는 집 한 채 가졌다고 동갑인 그 사람이 부럽게 느껴지는 자신을 보며 마음이 쓰려왔다. 집 한 채가 보통 집 한 채가 아니고, 요즘 가장 가격 상승이 두드러지는 판교 그랑플러스 아파트였으니까. 자가도 아니고 전세도 아니고, 월세로 산다고 생각하니 누가 물어보면 뭐라 대답해야 하나 씁쓸한 기분도 들었다. 


10만 원만 깎아 달라고 말하면서 인아씨는 최대한 웃었다. 이건 내가 돈이 없어서가 아니야. 말 한마디 말로 월세 10만 원 깎으면 1년이면 120만 원. 그게 어디야? 생각하면서 말을 꺼냈다. 분양받은 아파트 집값이 올라서 좋겠다고 축하한다고 쿨한 척 이야기도 했다. 이 나이쯤 먹으면, 아줌마가 되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부끄러울 일도 아니다. 자존심보다는 실리가 우선이다! 우리도 집은 있으니까. 스스로 위로해보기도 하지만 살고 싶은 이 비싼 아파트가 내 소유면 좋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그래, 몇 년 더 모으고 다른 아파트 팔아서 우리도 나중에 사면되지 뭐.” 억지로라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자꾸만 떠오르는 씁쓸한 기분을 덮어버리려고 애쓰는 두 사람이었다. 


육아휴직은 일단 미루기로 했다. 월세집을 계약했기 때문에 매달 나가는 돈이 더 필요했다. 아이는 방과 후 돌봄 교실을 신청할 예정이고, 퇴근시간까지 다닐 태권도와 피아노 학원도 몇 군데 알아두었다.  인아씨가 둘째 별이 어린이집을 책임지고, 일찍 출근하고 또 최대한 일찍 퇴근하기로 했다. 대명씨가 산이를 맡아 아침밥 챙겨 먹이고 등교시킨 후에 출근하기로 했다. 일단 해보고, 안되면 다시 고민하더라도. 

이전 12화 P가 뭐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