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고랑

나는 소망한다.

by 매일글쓰는교사

제목 : 행정업무가 아닌 교과연구를 내게 다오.



추억이 담긴 교무수첩

이사 후 여기저기 물건을 정리하다 2006년 첫 발령지에서 썼던 교무수첩이 발견되었다. 1번부터 38번까지 증명사진과 개개인의 특성이 적혀있다. 그리고 내 사진도 있다. 와 푸풋한 젊은 시절, 월급을 모아 인생 처음 동료들과 제주도 정방폭포 앞에서 미소지으며 찍었던 사진이다. 그녀는 예뻤다. 충청남도 천안 O0초등학교 6학년6반 어찌 잊으랴. 아이들을 만난다는 설레임, 처음 시작이라는 두려움, 열정 백배 부담감, 모든 게 새로운 초임 선생의 학교 입문이었다.



나의 첫 제자 이야기

추억을 떠올린다. 우리반에는 학교짱이 있었고, 자신의 화를 조절하지 못해 벽을 치는 아이, 공부는 열심히 하지만 이기적인 친구, 키가 180cm 인 투포환 선수, 뺀질뺀질 말 안 듣지만 잘 해보겠다고 매일 다짐하는 3인방 남자 친구들, 학교생활FM친구들 다들 개성이 있었다. 다들 사랑스런 나의 첫 제자들이다. 와 20년전 38명이었다니 새삼 놀랍다.



3인방 남학생들과 등산하다.

주말에 3인방 남자 친구들의 슬기로운 학교 생활을 돕기 위해 버스를 타고 천안 태조산에 갔다. 등산을 하고 나면 이 친구들과 관계맺음으로 인해 학교적응이 조금 쉬워지겠지 하는 바램이었다. 3명의 친구 중 한명은 어머니가 정성스레 싸 준 김밥을 들고 왔다. 차후에 김밥을 싸 주었던 어머니는 선생님 덕분에 아이의 생활태도가 많이 좋아졌다고 감사의 마음으로 손수 털실 목도리를 만들어서 졸업하던 날 선물로 주셨다. 지금도 그 목도리는 내게 추억과 정성이라는 마음이 깃든 따스함으로 남아 있다.



투포환 선수와 고기뷔페에 가다

다음 주말에는 우리반 투포환 선수가 우승을 해서 고기뷔페에 10여명을 데리고 갔다. 유망한 선수였지만 이 친구 또한 자신의 감정 컨트롤이 어려웠기에 동기유발을 위해 격려하고 우승하면 고기뷔페에 가기로 약속했는데 우승을 했던 것이다. 참 기뻤다. 내 제자가 우승을 하다니. 지금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을까?



크리스마스 카드 이야기

크리스마스에 있었던 일이다. 그 전날에 문구점에 가서 울면 안돼 노래 소리가 나는 카드, 루돌프가 그려진 카드, 썰매가 그려진 카드 등 여러가지 종류의 카드를 직접 골랐다. 밤새 정성스레 편지 쓰고 크리스마스 전날에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카드 한 개가 교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앙. 슬펐다. 실수로 떨어트렸겠지. 생각하며 마음을 달랬지만 마음은 아팠다. 그땐 그랬다.



CD를 구워 준 졸업선물

6학년 졸업식날 이벤트를 하기 위해 CD를 구웠다. ㅋㅋㅋ CD를 굽다니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동그란 CD(저장매체)에 6학년 1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했던 추억이 담긴 사진으로 영상을 만들어 넣었다. 20년전엔 핸드폰도 많지 않았고 SNS도 없었기에 CD에 구워줄 수 밖에 없었다. CD도 추억이 되어 버렸네. ㅋㅋㅋ 과연 20년이 지난 지금도 추억으로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있을까 궁금하다.



학부모와의 상담 후 가슴 떨린 이야기

학교짱 이야기를 해 본다. 학교짱은 함께 친한 아이들과 약한 아이들에게 공포를 주었다. 또한 다른 초등학교 아이들과 패싸움을 하기도 해서 1년 내내 그 친구와 점심을 먹고 집에 가기 전까지 지도를 했다. 학교짱 학생의 학부모가 상담을 하러 왔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마친 후 학부모는 비타500 상자를 주고 나갔다. 나가면서 선생님 제가 편지를 써서 넣어 놓았어요.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계단을 내려가 학부모를 붙잡았다. 제가 편지는 받을 수 있지만 이 음료수는 가져가세요. 라고 얘기한 후 음료박스를 보니 10만원짜리 상품권이 3장 들어있었다. 와 내 얼굴이 빨개지면서 바로 학부모에게 어서 가져가시라고 하면서 전했던 그 일은 평생 잊지 못한다.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



열정과 냉정 사이

내가 근무했던 학교는 전국방과후학교 연구학교였다. 방과후학교 전담팀이 꾸려지고 연구학교인만큼 여러가지 사업을 했다. 1년 내내 새벽 2,3시까지 일하는 날이 많았다. 그래도 아이들을 위한 일이기에 열심히 했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교과연구를 해야 한다. 각 과목이 있기에 과목에 맞는 연구를 하고 자료를 만들어 가르쳤다. 그때는 교과목 연구와 생활지도만 하는 게 행복한지 몰랐다. 교직생활 20년이 지난 지금은 학교에 가서 교과목 연구가 아닌 행정업무와 보육에 힘써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화가 나고 나를 힘들게 한다.



늘봄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

아이들과 아침에 10분 책읽기를 통해 하루를 시작한다. 시간표에 맞게 교과와 창제를 가르치고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다시 옆반으로 이동한다. 늘봄과 돌봄, 방과후학교로 다시 이동한다. 2025년 1학년의 일상이다. 입학 2주가 지났을 때 한 친구가 나에게 한 이야기다. 선생님 집에 가고 싶어요. 코피도 나고 너무 힘들어요. 그럼 집에 가세요. 라고 답했지만 선생님 학교 끝나면 늘봄교실 갔다가 방과후 갔다가 집에 갔다 다시 학원갔다 저녁에 집에 들어가요. 너무 힘들어요. 학교 초년생인 1학년 아이들이 벌써 학교에서 6시간 이상을 지내야한다니 안타까웠다.



학교에 쓰나미로 밀려오는 행정업무

정규수업을 마치고 교과 연구 대신 행정업무를 하다 집에 간다. 교과서를 보는게 아니라 행정업무 메뉴얼을 보고 있다는 것이 너무 답답하다. 학기초인 3월에는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고 1년의 학급생활의 가장 중요한 학급경영을 해야 하는데 교사에게 주어진 행정업무들은 교사를 꼼짝달싹 못하게 잡아둔다. 아이들과 눈맞춤은 이루어질 수 없다. 이렇게 골든타임인 3월에 아이들과의 학급경영이 이루어지지 않고 지나가면 1년 학급 농사는 망치게 된다. 게다가 행정업무는 해가 갈수록 늘어간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나는 소망한다.

나는 소망한다. 온전히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교과연구에 몰두하고 싶다. 온전히 아이들과의 눈맞춤으로 행복한 학급경영을 하고 싶다. 온전히 행정에 관한 공문이 아닌 교과서와 지도서를 보고 연구하고 싶다. 매년 학교에 행정업무가 늘어날때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된다. 나는 그저 가르치고 싶다. 아이들은 배우고 싶고 교사는 가르치고 싶다.


저의 첫 학교 추억과 소망을 담아보았습니다. 함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까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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