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고랑

그저 껍대기일 뿐인

by 매일글쓰는교사

제목 : 박스의 인생


이사를 위해 주인의 방에 있는 유리장을 내 몸으로 감싸고 또 감싸고 또 테이프로 꽁꽁 싸매었다. 이사한지 어느새 한달, 두달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주인은 나를 풀어줄 생각이 없다. 주인의 아빠 좁은 차안에 갇힌지도 어느새 보름이 넘어가고 있다. 어느 날 주인의 아빠가 차 문을 열면 어? 오늘은 나를 이 좁은 공간에서 꺼내주려나? 기대해보지만 그냥 필요한 물건만 가지고 다시 문을 닫는다. 나는 다시 좁디 좁은 어두운 공간에 갇힌다.


오늘은 데려가겠지. 나도 이사온 집에 들어가고 싶은데. 아빠 말로는 주인의 방이 정리가 되지 않아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한다. 물론 내가 이사온 집에 들어간다고 해서 주인의 방에 계속 있을리는 만무하다. 그저 나는 껍데기일뿐인 인생이다.


어느날 나에게도 희망이 비친 날이 다가왔다. 아빠가 오빠를 데리고 나를 운반하러 왔다. 드디어 주인이 방을 정리하고 청소했나보다. 아싸~ 나도 이사한 집에 들어간다. 내가 감싸고 있는 이 유리장은 왜 이리도 소중하게 감겼는지 모르겠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 유리장엔 주인이 좋아하는 비싼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고 한다.


드디어 이사온 집에 들어왔다. 와~ 전에 살던 집보다 훨씬 더 크다. 이 정도면 나도 버림당하지 않고 살 수 있겠는걸? 아냐 주인 아줌마는 너무 깔끔해서 유리장에서 벗겨지면 바로 쓰레기 분리배출 종이구역으로 바로 내쳐질지도 몰라. 불안하다. 이 집 왠지 으스스하다.


커다란 거실앞에 나를 내동댕이친지 어느새 또 한달이 되어간다. 주인은 언제쯤 방을 정리하고 유리장을 진열하는걸까? 이쯤이면 나도 이판사판이다. 제발~~~~ 방 정리좀 해~~~라 주인아!!!!!!


그 긴 겨울 추위에 오돌오돌 떨고, 그 긴긴밤을 어둠 속에서 홀로 버텨내야 했다. 그 새 거실에는 여러가지 일들이 지나갔다. 주인 아줌마는 일주일에 한번씩 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들이고 물걸레로 바닥을 윤이나게 예쁘게 닦아주었다. 빨래통에 내동댕이 쳐진 빨래들도 세탁기에 놀러갔다가 아주 깨끗하고 하얗게 양반이 되어 빨래건조대에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10번 넘게 했다. 빨래들은 커튼봉에 매달려 언제나 나를 내려다 본다. 마치 나를 비웃는 것처럼. 심지어 요리를 위해 내 옆에 있던 식탁도 식당쪽으로 이사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정도이다. 왜 나는 아직도 아무도 쳐다보지도 않을까.


내 친구들은 박스안에 맛있는 음식, 소중한 물건을 넣고 택배차에 실려 누군가에게 기쁨을 선물한다. 물론 이 친구들도 고생이 많다. 사람들은 바쁘다는 핑게로 우리 박스 친구들을 던지고 찢기고 할퀸다. 심지어 박스를 접고 테이프로 칭칭 감고 다 헐어서 버려지기 일쑤다.


그저 다른 물건들을 포장하기 위해 쓰여지는 우리 박스의 인생은 그저 껍데기 인생일 뿐이다. 그 누가 알아줄까? 그 소중한 물건이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지켜내기 위해 찢기고 터지고 칭칭 묶이고 버려지는 인생을 .......


오늘은 박스의 인생을 살아보았어요. 박스가 참 소중한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박스는 찢겨서 세탁기가 기울어졌을 때나 책상이 기울어졌을 때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받쳐준다. 박스는 쓰지 않는 물건을 넣어두는 서랍이다. 박스는 비가 올 때 현관 앞에 깔아두는 깔개다. 박스는 ? 또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을까요? 여러분들도 박스가 하는 일을 한번 찾아보세요.


월요일이 지났습니다.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내일은 화사한 화요일이니 화사하게 웃으며 시작합시다. 까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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