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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돌 May 21. 2020

예술을 대하는 세 가지 방법

미술 덕후가 전하는 예술가의 삶과 작품 <방구석 미술관>

예술은 분야를 막론하고 작품을 만드는 창작자와 즐기는 관객이 있어야 존재한다. 좋아하고 재능도 있다면 직접 창작에 나설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예술 작품을 즐기고 감상하며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에 만족한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훨씬 적극적으로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이들을 덕후라 부른다. 예술을 대하는 방법은 관객이 되는 것, 창작자가 되는 것, 그리고 덕후가 되는 것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지 않을까.


<방구석 미술관>은 직접 예술을 하지는 않지만, 창작자 못지않은 열정으로 예술을 즐기는 작가가, 예술가들의 삶을 파헤쳐 대중들을 미술의 세계로 초대하는 책이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를 연상케 하는 이 책은 예술가에 대한 온갖 비하인드를 동원해 그들의 작품 세계와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 전반에는 좋아하는 화가와 작품에 대한 작가의 옅은 흥분이 배어 있다. 넘치는 덕력으로 작가는 2년 새에 10만 권의 판매고를 올렸다. 

방구석 미술관/ 조원재/ 블랙피쉬

책에는 총 14명의 화가가 등장하는데 모두 기구한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역경을 딛고 작품을 만들어낸 화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화가는 멕시코의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였다. 그녀는 열여덟 살에 온몸의 뼈가 으스러지는 교통사고를 겪었다. 누워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그림이었고, 난생처음 붓을 잡은 그녀는 고통 속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강인한 정신의 소유자인  스스로를 '새기듯' 그려낸 프리다는 이후 멕시코의 국민화가이자 불륜의 아이콘인 디에고를 만나 두 번째 고통을 겪는다. 그때도 자신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그림을 그렸고, '고통을 예술로 승화한다'는 말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완성했다.

프리다 칼로 <떠 있는 침대> 1932 / <두 명의 프리다> 1939 / 출처: 방구석 미술관 p.42, p.48

또 한 명의 인상 깊은 화가는 발레리나를 그린 에드가 드가였다. 십여 년 전 여행지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기념품을 고르다 발견했던 발레리나 그림. 그저 예쁘면서 어딘가 처연해 그림은 기억하고 있었지만, 굳이 화가를 찾아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알고 보니 그림을 그린 주인공은 에드가 드가였고, 그저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발레리나를 그린 것이 아니었다. 그 당시 발레리나는 가난한 소녀들이 빈민촌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었다고 한다. 독신주의자 드가는 평생 여성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는데, '보통의 여인들'이 그 대상이었다. 그들의 슬픔과 아픔을 바라보던 드가는 스폰서라는 개념까지 만들어낸 발레리나의 삶에 애처로운 마음을 느끼며 그만의 예술을 완성시킨 것이다.

에드가 드가 <관현악단의 연주자들> 1872 / <무대 위 발레 리허설> 1874 / 출처: 방구석 미술관 p.65, p.69

이 두 화가 외에도 절규하는 그림으로 유명한 에드바르트 뭉크, 해바라기와 별을 떠오르게 하는 빈센트 반 고흐, <키스>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 천재의 대명사 파블로 피카소 등 유명하긴 하지만 정확히 몰랐던 물론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에게 한정되는 말이다 화가와 그림에 대한 설명이 가득하다. 설명을 읽고 그림을 보면 확실히 전과는 다른 감정을 느끼며 감상할 수 있게 된다. 회화의 사조에 관한 설명도 알기 쉽게 풀어주어 '표현주의' '인상주의' '해체주의'처럼 어딘가에서 들어본 듯한 말들도 개념이 잡힌다.


넘치는 열정과 재능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완성하고 그 속에서 불후의 작품들을 만들어낸 예술가들도 멋있지만, 접근하기 어려운 그림들을 어떻게든 사람들이 더 보게 만들려고 애쓰는 미술 덕후 작가의 노력도 진하게 느껴지는 <방구석 미술관>. 직접 예술을 창작하는 14명의 화가도, 그들과 일반 관객을 이어준 덕후 작가도, 이 책을 통해 뭐가 뭔지 몰랐던 미술의 세계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된 초보 일반 관객인 나도 모두 만족할만한 책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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