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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돌 Aug 14. 2020

이번 휴가는 힘들었어

일상의 단상

매해 여름 친정이 있는 경상도 지역으로 휴가를 간다. 정확히 말하자면 조카들의 여름방학에 맞춘 할머니 댁 방문에 나와 남편이 함께 하는 격이다. 5년 전 오빠의 사고 이후, 사람 많은 곳에 좀처럼 가지 못하는 오빠 가족을 위한 배려다. 덕분에 나는 다른 집보다 가까운 고모와 조카 관계를 얻었다. 예민하지만 정 많은 첫째와 조용하지만 성깔 있는 둘째. 10살 7살 사내 녀석이 자라는 모습을 꽤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았고, 이번 휴가도 당연히 함께였다.


건강한 모습으로 부모님을 찾아뵐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시간임은 사실이다. 조마조마했던 그동안의 시간을 돌아보면 더더욱. 하지만 올해는 어쩐지 마음이 복잡하다. 조카들도 예쁘고 부모님께도 감사하지만, 다음 해에는 우리의 아기를 안고 가리라는 기대가 올해도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내년에는. 입 밖으로 내지 못한 계획은 마음속에 갇혀 빛도 보지 못한 채 까맣게 꺼져버린다. 가족 중 어느 누구도 우리 부부의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지만, 결혼 8년 차, 서른아홉이 된 올해는 유독 가슴이 조인다.


너무 이기적인 생각인 걸까. 이번 휴가는 마음이 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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