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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돌 Aug 23. 2020

이 시국에 시험관을

난임 병원 앞에서 또다시 망설이는 중

어떤 마음을 먹고 있든 한 달 한 달 시간은 잘 간다. 계획했던 시기가 다가오고 있고, 이번 달에도 홍양을 만난다면 망설임 없이 병원을 찾아 시험관 시술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일상을 뒤덮고 현생이 휘청거리고 있는 이 시점에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병원을 오가도 괜찮은 걸까 고민이 다시 시작됐다. 이 시국에 아이를 낳아서 마스크를 씌우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하는 존재론적 물음에까지 생각이 닿는다. 몇 해 전, 세월호 사고를 방송으로 보며 갓난쟁이 아이를 끌어안고 울었다는 친구가 떠올랐다. 축복 속에 태어났다 한들, 이 험한 세상 어찌 살아갈꼬.


갑갑한 마음에 인터넷 난임 카페를 찾아 글을 검색해 본다. 나 같은 고민이 있는 사람들은 없나 둘러보았다. 간간이 지금의 시국을 걱정하는 이들이 보였다. 하지만 이미 시술을 시작한 분들은 크게 흔들리는 것 같지 않았다. 시국에 대한 걱정보다 이번 차수 이식 실패의 두려움이 더 크다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걱정은 되지만, 일상은 일상대로 흘러가는 것처럼, 아이를 향한 마음이 달라지지는 않은 듯하다. 모든 글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함께 기운 내자는 의견이 더 많아 보였다.


난임 카페는 꽤 오래전부터 적극적인 운영진들에 의해 잘 관리되고 있다. 작은 일에도 마음이 상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유독 조심스러운 규율이 많다. 배려 없는 글은 바로 제재받는다. 예민한 마음을 달래러 카페를 찾는 사람들에게 최적화된 공간이다. 구체적인 시술 과정에 대해 상의할 수도 있고, 병원이나 생활 정보를 나누기도 용이하다. 난임 지원 같은 정책적인 문제에도 적극 개입해서 의견을 개진한다. 작년 난임 지원 확대에 관한 공청회에 참여하면서 카페 운영진분들의 노고와 애정에 크게 놀란 적이 있다. 몸과 마음 모두 위로받을 수 있는 쉼터 같은 공간이다.


간절함이 큰 공간인만큼, 사실 나 같은 케이스의 사람이 많지는 않다. 아이를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 시험관 시술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간절함이 덜 한 사람으로 여겨질 수 있다. 가끔은 카페에 들어갔다가 나의 간절함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져 기운이 빠질 때도 있다. 내가 정말 난임임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인가 싶기도 하다. 난임 판정을 받고 인공수정을 하는데도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인공수정 이후 유산을 하고 나서는 겁이 더 많아졌다. 워낙 걱정이 많고 느리게 가는 사람에게는 늘 마음에 걸리는 일들이 있다. 부정기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이 다시 퇴행해 버린 걸까.


코로나 시국 앞에 정해놓은 일정을 재검토하려는 이 상황도 간절함의 부족 때문인 것 같아 고민이 크다. 못 가지는 게 아니라, 안 가지려는 거라는 자기 위안이라도 하고 싶은 건지. 아이 없는 삶은 모든 노력을 해 본 후 다시 생각해보자고 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았으면서 이렇게 흔들리는 것이 괴롭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마음이 변하는 것을 다스리려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 요즘처럼 마음이 불안해진 건 처음이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도무지 답을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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