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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lna Oct 13. 2021

순간의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순간의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간다'는 글귀를 우연히 읽게 되었다.


스크롤바를 주르륵 훑어내리며,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린 찰나의 순간은

스물여덟이 되던 순간, 이국에서 보았던 불꽃놀이 장면이었다.

평소의 나라면 그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굳이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긴 시간을 기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해 겨울방학을 맞이하는 나는, 이상하게도 그 도시의 불꽃놀이에 꽂혀있었고,

한 해의 끝 장을 넘김과 동시에 그것을 보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있었다.


막연히 그 불꽃을 보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불꽃이었던 것은, 지나가는 것을 태워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아니면 새롭게 불타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나중에야 알게 된 거지만, 그 시각 그 장소에는 20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고 했다.

처음엔 아주 쌀쌀해, 두 손으로 팔을 비비적거렸던 것이 

나중에는 사람들의 열기로 외투를 벗는 지경까지 갔다.

비행기로 세 시간이나 날아와,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하는 허무함이 스쳤고

불꽃을 보고야 말겠다는 의지는 스멀스멀 녹아내렸다.




오랜 기다림 끝에 사람들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어디선가 모여든 사람들이 다 함께 숫자를 세기 시작했고, 덩달아 나도 큰 소리 질렀다. 텐, 나인, 에잇...



늘어선 커다란 빌딩들과, 네온사인으로 반짝이는 시커먼 강물 위에서

쉴 새 없이 부서져 내리는 불꽃을 보고, 나는, 우리 모두는 열광했다.

나는 그 순간의 모든 것을 눈에 담고 싶었다.  

누군가는 포옹했고, 누군가는 건배했고,

또 어떤 이들은 노래 부르고, 또 다른 이들은 춤을 추는 그 모든 그림을.


별별히 깊숙한 사람들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서,

지금이 어쩌면 아주 오래 내 마음에 남을 순간이라는 걸, 나는 직감했다.

이 찰나의 기쁨, 벅참. 그러면서도 왠지 왈칵,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눈물까지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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