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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윤 Apr 19. 2024

아프지만 천운이야.

#일상에세이

엄마의 눈 수술이 무사히 끝났다.

눈이 충혈되고 뭔가의 이물질이 보이는 게

단순한 피로누적 때문에

일시적으로 그런 줄 알았다.

그리고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티를 내던 눈보다 다른 쪽 눈이 조용하게 티도 안 내고

눈을 죽이려들고 있는지도 모르고.


엄마는 자칫하면 실명할 수도 있는 상태까지 갔다가

발견되어 큰 화를 면하셨다.

천운이었다.

작년 이맘때쯤에도, 그리고 올해 지금도.


이제는 좀 괜찮겠지 하며

느슨해지는 마음에 경고라도 주듯

다시 또 긴장상태로 들어가게 한다.


수술방 앞에 앉아있는 시간을 또 마주하는 게 싫었다.

작은 수술이든 큰 수술이든

어떻게든 건져내야 하는 시간들을 마주치기가 이제는 싫다.


그래도 한편으론 감사하단 생각을 했다.

'천운이네 우리 엄마.'

오래 우리 가족 곁에 건강히 함께 하실 거란 확신이 들었다.

이렇게 최악이기 전에 발견이 되어 치료받고 나으시니까.


안 좋은 상황 속에서도 감사할 일은 분명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간과하며 살아왔다.

겪어보고 나서야 깨닫는 게 참 슬픈 아쉬움이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너무 늦기 전에 깨닫지 않았으니.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 세상에 있다는 건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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