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감정이 일정하게 계속 유지된다면,
당연한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 같다.
그래서 자꾸 잊게 되는 것 같다.
행복이 계속되면 이게 행복인지 모르고
슬픔이 계속되면 이게 슬픔인지 모르다가
그냥 그런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 같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소중한 무언가를 놓치거나 잃었을 때
많이들 사용하는 말.
다들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때 당시엔 참 나에게 귀하고 소중했던 게
그래서 매일이 벅차고 설레고 행복했던 그 감정들이
계속 지속되니 무뎌지고 익숙해져 버리다
그 감정들을 잊어버리게 되어
결국 그 본질도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을.
곁에 없어진 후에
바로 알기도 하지만,
한참 시간이 흐른 후,
별 시답지 않은 상황이나 생각 또는
타인의 이야기, 책 속 한 구절,
매일 똑같은 길에서 문득 바라보는 한 장면에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듯이 멍해진다.
그리고 그렇게 깨닫는다.
'내가 엄청 소중한 것을 모르고 보내버렸다고.'
'그때 그랬으면 안 됐었다고.'
잊어버린 감정들을 다시 주섬주섬
하나, 둘 씩 찾아오면
나는 여러 감정들을 더 세심하게 느낄 수 있을까.
그래서 잊지 않고 고이 기억했다가
다시 또 무뎌질 때쯤 그 기억을 살려
소중한 것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