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내부에서 좀 얄밉지 않던가요? 너무 자기 이익 잘 챙기고 그런데에 철저하죠.. 그 오히려 어떻게 보면 계산이 더 빠른 거예요 노동조합해서 내가 손해 본 거 얼마, 이익 볼 거 얼마... 손익계산 다 나와서 안 하는 게 더 낫겠군.. 뭐 이런..’
김 대표가 복지기관 노동조합에 대한 논문을 쓸 때 노동조합 지부장이었던 인터뷰이가 한 말이다. 철저하게 조합원의 권익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혼란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원장의 비판이 시원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김 대표도 약간 가려운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동종 기관의 대표와 차 한 잔 나누면서 들었던 얘기가 떠오른다.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두세 번 정도만 강조해도 갑질이라고 신고를 당한단다. 3년짜리 임기직, 월급 사장이라는 이유로 전혀 말이 먹히지 않으니 무슨 말을 하기가 무섭다고. 3년 동안 자리만 지키다가 내려와야 한다며 허수아비처럼 세워놓고 월급은 왜 주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짓던.
팀웤, 공동체성이 중요하게 여겨지던 조직문화에서 개별성이 강조되는 자율적 조직문화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말 중 하나는 ‘꼰대’다. 상호 좋은 것을 선택하고 취하여 각각의 시대를 촘촘한 고리로 연결하지 못한 원인이 만들어 낸 단어이기도 하다.
‘꼰대, 꼰데’는 본래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사람들을 가리켜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였으나 근래에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질을 하는 직장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변형된 속어이다.’라고 위키 백과는 정의하고 있다.
어쨌든 나이 많은 사람이 꼰대라는 뜻이다. 그런데 김 대표가 생각하는 꼰대의 정의는 조금 다르다. 꼰대의 현상도 직종에 따라 정의되고 분류되어야 한다는 것. 특히, 사회적 기업이나 복지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갖춰야 하는 것 중 ‘헌신’은 필수적인 소양이다. 꼰대라는 말, 아니 더 심한 말을 들어도 어쩔 수 없이 필수요소로써 요구해야 한다. 일반 기업에서 회자되는 꼰대의 개념과는 조금 다른 소양중 하나인 것이다. 그러므로 비 복지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자로 잰듯한 원칙과 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상호 불편한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에게 바라는 것, 비 공무원에게 바라는 것이 각기 다름과 같다. (물론 기업도 헌신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주변 사람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람
-복지대상자보다는 자신의 권익을 우선시한다.
▣특정세대를 강조하면서 자신들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한다.
▣법적인 조건을 따지면서 비 법적인 것을 요구하는 사람
-자신의 것은 원칙적이고 법적으로 취하면서 조직에는 원칙을 넘어서는 것을 요구한다.
▣주인의식은 특정인의 의식이라 생각하는 사람
-사명감이나 소명의식 또한 당연히 없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일을 돈벌이로만 생각하는 사람
-이곳이 아니라도 먹고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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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기와 같은 요즘, 감각과 같은 창의적인 업무 능력에 더해 약간의, 그러니까 두, 세 시간의 휴가가 남았는데 바쁜 시기라면 기꺼이 버릴 줄 아는 정도의 자기 손해 혹은 감수 정신이 있어야 한다. 꼰대 취급을 받는 ‘나이 많은 세대’도 희생, 헌신, 주인의식만을 바라지 않는다. 바라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 것도 안다. 그것이 더 큰 손실이라는 것도. 김 대표가 생각하는 손해, 감수는 투자이고 자기계발인 정도다. 딱 그 정도의 사명감, 소명만 있어도 성공한다. 사회생활은 돌고 돌기 때문에 미래의 자신에게 돌아올 현재 사명감의 결과를 미리 준비하지 못한다는 것은 지혜가 부족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사명감과 헌신이 쉰 세대, 꼰대의 전유물이 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단언컨대 주인의식을 포함한 이 두 가지는 어떤 세대의 삶도 기름지게 하는 충분필요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