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4
지난달에 J작가님과 전시회를 관람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미지와 텍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J작가님이 가지고 있는 텍스트의 선망에 대한 이야기였다. 회화나 조각이나 공예작품은 전달할 수 없는 명확 힘을 텍스트는 가지고 있기에 그것이 부러우면서 선망을 가지게 된다고 했다. 예술 작품이기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모호함, 불연결성,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것 같은 소통이 자꾸만 텍스트의 존재를 끄집어내게 한다고 했다. 간접적 소통과 직접적 소통의 몇 대 몇이냐 하는 비율의 차이지만, 영상과 텍스트로 주로 작업을 진행하는 나는 직접적 소통을 더 다룬다고 할 수 있기에, 직접적 소통을 다루는 입장에서 J작가님에게 말을 건넸다.
"그건 매체가 가지는 고유적 특성이잖아요. 바꿀 수 없는. 영상은 아무래도 직접적이죠. 조각이나 회화나 공예 작품들보다 훨씬 더 메시지가 명확하고, 이미지가 또렷하니까요.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더 잘 전달할 수 있는데, 작가님께서 다루는 장르는 복합적이고 함축적이고 함의적인 성격이 있잖아요. 저는 그런 특성이 있기 때문에 그 장르가 빛나는 거라고 생각해요. 직접적인 소통이 주는 즐거움도 있고, 간접적인 소통이 주는 즐거움도 있죠."
"그걸 잘 알아서 텍스트가 더 부러운가 봐요.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텍스트만이 가질 수 있는 그런 명확성, 정확성. 그 심미적인 특징과 본질적인 특징이 부러워요. 그걸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게 있으니까요."
J작가님은 부럽다는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사실 모든 예술은 텍스트 위에서 건설이 되기 때문에, 텍스트가 본질적인 부분이 있다는 사실에 나도 부정할 수 없었다. 영상이든, 건축이든, 발레든, 연극이든, 공예든, 조각이든, 회화든. 텍스트로 정리된 생각과 철학, 대본과 시나리오, 콘티와 스토리보드에서 탄생하는 것이기에 나 역시 텍스트의 중요성에는 백 번 공감한다. 하지만 이미지와 텍스트는 성격과 모양이 다른 만큼 사람들에게 주는 효과도 달랐다.
"제 생각에 텍스트는 생각을 점차 다듬고, 중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넓게 퍼져있는 것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이라면, 이미지는 반대로 집약된 생각을 넓게 퍼트리는 작업인 것 같아요. 회화나 조각처럼 현실에 현현해야 하는 것들이요. 모양을 구축하고 이미지는 생성하는 작업은 텍스트를 실제로 만지고 느낄 수 있게 해야 하니까 종이에 담겨있는 생각을 넓게 퍼트려야 하는 거죠. 반대로 텍스트는 넓게 펼쳐진 이미지들, 내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들을 잘 정돈하고, 압축해서 작은 종이 안에 집중시켜야 해요. 이미지는 넓게 퍼트리는 것, 텍스트는 가지들을 잘 자르고 다듬어서 건실한 기둥을 만든다는 느낌이 드네요."
내 말은 들은 J작가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오 맞는 것 같아요!라고 외쳤다. 반짝이는 눈이 너무 웃기고 귀여웠다. 이런 예술론을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작가님들을 계속 괴롭히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