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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두 팔을 뻗어 포옹을 하는 것

2025.01.06

by 김채미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Y네 어머님께서 두 팔을 펼쳐 가만히 서서 우리를 인자하게 바라보고 계셨다. 나와 친구들은 "어머님!"하고 외치고 자연스럽게 어머님 품속으로 들어가 포옹을 했다. Y보다 두 살 많은 내가, 덩치가 커다랗고 시커먼 사내놈인 SH가, 우리들에게는 다소 도도한 SR이, 어머님이 요구하는 포옹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어머님과 포옹을 하고, 쑥스러워하시는 아버님과 함께 집으로 들어가니 이미 상다리가 휘어지게 점심을 준비해두고 계셨다. 밥에 미역국에 잡채에 소고기에 돼지고기에 된장찌개에 계란말이에 콩나물 무침에 오이소박이에 우엉조림에 경상도식 김치에 멸치볶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도 미리 준비해 둔 선물들을 꺼내며 어머님 아버님께 감사인사를 드렸다. 정말 2025년이 되어 제대로 맞이하는 신년 맞이었다.


우리에게 꼭 싹싹 다 먹으라고, 과일까지 야무지게 먹으라는 말을 남기고 Y네 부모님은 5일장을 보러 밖에 나가셨다. 우리는 크나큰 감동에 어찌할 바를 몰라 인사를 드리고 Y와 함께 본격적으로 푸짐한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친구 집에서 이렇게 집밥 먹는 게 얼마만이냐며, 본격적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분위기가 나서 너무 좋고 괜히 뭉클하다며 이야기를 나누며 하나도 남김없이 밥과 반찬을 싹 비웠다. 마음이 충만해지는 순간이었다.


벌써 알고 지낸 지 12년이 되어간다며, 한 해가 왜 이리 빠르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 그간의 근황 이야기와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리고 우리는 Y의 고향이자 사는 곳인 대구에서 1박 2일 동안 다양한 체험도 했다. 난생처음 푸딩 빙수도 먹어보고, 점핑 배틀도 해보고, 공학적 테마를 지닌 방탈출도 해보고, 맛있는 솥밥도 먹고, 우리들이 만나면 필수 코스인 코인 노래방에서 노래도 부르고, 매번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일정을 꽉 채워 새해가 되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주말을 정신없이 보냈다.


지금은 흩어진 드래건볼처럼 시흥에, 부천에, 대전에, 일본에 흩어져서 살지만 일 년에 두 번, 소원을 빌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여야 하는 드레곤볼처럼 한 공간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얼마나 귀하고 행복한 시간인지 온몸으로 깨닫는 나이가 됐다. 올해도,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40대에도, 50대에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이렇게 놀 수 있길. 정신이 살짝 빠져도 지금처럼 거리낌 없이 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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