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ugo Oct 16. 2020

라흐마니노프와 맞짱 뜨는 금요일 오후

금요일 오후. 월요일부터, 아니 지난주 월요일부터  연휴없이 쌓여왔던 일의 파편들이 켜켜이 신경 뉴런들을 마비시키고 있는 지금 6시 18분 전. 나에게 최고의 선물은 음악 한 스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틀어본다.


이다지오 앱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소리와 이 글을 타이핑하는 게임용 키보드의 타닥 거리는 소리가 마치 피아노 앞에서 두 명의 협연자가 연주를 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몇 주 동안 유독 이 곡을 많이 들었다. 침대에 누워서 와이프와, 식탁에 앉아서 딸아이와, 그리고 내 혼자 잠자리 들기 전에도. 임동혁, 랑랑, 조성진, 손열음 등 내로라하는 달인들의 연주를 들으며 누구는 너무 남성적이고 누구는 사색적이고, 그리고 누구는 부석적이라는 둥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동공이 확대되며 호흡이 거칠어졌던 지난 한 주간을 마무리하며 듣는 이 한곡의 여유. 연주자가 누군들 어떠하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