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월요일부터, 아니 지난주 월요일부터 연휴없이 쌓여왔던 일의 파편들이 켜켜이 신경 뉴런들을 마비시키고 있는 지금 6시 18분 전. 나에게 최고의 선물은 음악 한 스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틀어본다.
이다지오 앱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소리와 이 글을 타이핑하는 게임용 키보드의 타닥 거리는 소리가 마치 피아노 앞에서 두 명의 협연자가 연주를 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몇 주 동안 유독 이 곡을 많이 들었다. 침대에 누워서 와이프와, 식탁에 앉아서 딸아이와, 그리고 내 혼자 잠자리 들기 전에도. 임동혁, 랑랑, 조성진, 손열음 등 내로라하는 달인들의 연주를 들으며 누구는 너무 남성적이고 누구는 사색적이고, 그리고 누구는 부석적이라는 둥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동공이 확대되며 호흡이 거칠어졌던 지난 한 주간을 마무리하며 듣는 이 한곡의 여유. 연주자가 누군들 어떠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