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ugo Sep 25. 2020

오십 대 중반의 남자가 하는 지극히 평범한 고민


가을이 아침에 목까지 들어 찾다가는 한낮에는 멀찍이 물러선다. 점점 포위망을 좁혀오는 찬 기운을 느끼며 문득 MSG 그득한 스팸을 잔뜩 먹고 곰처럼 겨울잠에 빠지고 싶어 진다. 번잡스러운 도시의 삶은 가을을 더 공허하게 만드나 보다.


도심에서 어디 알알이 익어가는 곡식이나 과일이 던져주는 결실의 메시지를 접할 수가 있겠나. 가을에 결실을 맺을 거라고는 자기가 응원하는 프로야구가 플레이오프에 나가느냐 마느냐 정도밖에 없다.


시월 첫 주까지가 마감시한인 재산세 2 기분 독촉고지서를 바라보며 무슨 놈의 결실이 느껴지겠나. 기를 싸고 따듯한 실내로 달려드는 실성한 모기들 말고는 다이내믹한 삶의 기운이 어디에도 없는 회색빛 고층 아파트에 언제까지 살아야 할까.  


딱히 떠날 용기도 없으면서 괜스레 스쳐가는 잡념의 단상. 스쳐가는 가을바람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욱~해서 과거를 지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