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ugo Dec 26. 2020

갱년기 스피커가 다시 젊어졌어요

스피커 리노베이션 경험


70년대 국민학생 시절에 외삼촌이 해군 복역 중 배타고 미국 다녀왔다고 의기양양하게 선물을 한꾸러미 들고 나타났다. 초록색 지우개를 머리에 이고 있는 노란색 미제연필과 연필깍기, 콤파스, 삼각자 등을 선물로 주셨다. 당시에는 저녁을 먹고나면 다음날 학교 갈 가방을 싸면서 필통에서 연필을 꺼내 끝을 뾰족하게 깍았다. 국산연필은 칼이 깊이 지나가면 훅 하고 나무가 덩어리로 떨어져 나가 앙상하게 연필심이 드러나곤 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지 미제연필은 소금물에 절인듯이 원하는 만큼만 사각사각 깍아지며 떨어져나가는것이 아닌가? 미국이 아니라 무슨 달나라에서 옥토끼가 만든 연필이란 생각이 들었다. 


샤프는 또 어땟는가? 일제 샤프를 쓰면서 국산은 왜 이렇게 못만드는지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다. 해외에서 들어온 바나나는 정말 천상계의 신들이 먹는 과일맛이었다. 봄소풍 때 한번, 가을소풍 때 한번 그렇게 일년에 두번 바나나를 먹었다. 그것도  아껴먹는라 크게 한입 베어먹지  못먹고 아마 촘촘하게 끊어 먹었던듯 싶다.  국산의 품질에 대한 선입관이 서서히 바뀌어나가는 시대를 살아왔고 그것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라떼 맞다. ㅠ)  


제네시스에서 새로운 RV차량을 내놓았는데, 독일 3사와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기도 하고 현대차의 사장점유율이 유럽 10개국에서 두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품질의 대명사였던 일본차는 디자인이 떨어져서 사고 싶지 않고, 미국차는 연비가 형편없어서 사기 싫다. 국사차의 약진으로 유럽 차량에 대한 눈 먼 사랑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반면에 음향기기는 아직도 영국사랑, 일본 사랑, 미국사랑으로 꽉 차있는 영역이며, 100년 역사의 탄노이와 마크레빈슨의 예술적인 디자인, 일제 아날로그 엠프와 튜너들의 아성은 그야말로 난공불락이다. 하지만 이도 한국인이 다양한 영역에 전문성을 발휘하며 로컬사운드의 아이덴티티를 점차 넓혀나가고 있다. 편견을 버리고 토종 사운드 장인들의 솜씨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 동안 바빳 못듣던 음악에 빠져들려고 단단히 벼르던 연말이 다가오고 낼 모레가 크리스마스인데 바깥 세상은 여전히 위험하고, 하릴없이 방에 콕 쳐박힌 생활을 하고 있자니 눈과 귀를 계속 자극하는 것들이 있다.눈을 자극하는 것은 가구이고 귀를 자극하는 것은 스피커이다. 이미 지난 여름에 북유럽 스타일로 가구를 교체하였기 때문에 결국 나의 모든 관심은 스피커를 업그레이드 하는 일이었다. 


Madisound.com에서 주문하여 샌프란시스코에서 직접 비행기 타고 들고 온 유닛과 네트웍으로 만든 제품이다. 스캔스픽의 꽤 좋은 유닛으로 구성된 것이지만, 키트 제품이라 중고시장에 팔 수도 없기에 지난 20년간  소위 바꿈질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는데, 소리가 탁해지고 투명도가 떨어지는 느낌적인 느낌 때문에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스피커를 신품으로 사려니 거실이 좁고 내다팔수도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최상의 선택은 이 놈의 네트웍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었고, 다행히' 칼라스 스피커'라는 곳에서 이런 일을 해주고 있었다. 금액을 확인해보니 만만치 않았지만단른 선택지가 없었기에 스피커에 대한 전신마취 내과수술을 맡겼다. 


기존의 2way 3 speaker 시스템은 트위터가 한개, 우퍼가 2개여서 우퍼쪽은 임피던스가 4오옴이었다. 아니 볼보자동차에 장착된 스피커도 6오옴인데, 하이파이용 스피커가 4오옴이라니...깜짝 놀랐다. 8오옴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더 단단한 소리와 섬세한 소리가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우퍼 2개 중 하나는 미드레인지로 바꾸어 달라는 요청을 드렸고 결과는 대성공이다. 


[결론]

달라진 점 : 

. 고음은 꾀꼬리같이 화사하면서도 샤프하게 고공행진을 시작했고(조수미님이 식사 후 힘차게 부르는 노래로 바뀜, 전에는 식사 전 이었음)

. 중음은 든든하게 중심을 잡아주고

. 저음은 풍부한 폭포수같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 전반적으로 음의 밀도감, 해상도, 양감, 스테이징이 좋아지면서 벨런스가 좋아서 오래 들어도 피곤하지 않다

. 스피커 주변에 맴돌던 소리가 내 귀까지 풍부한 소리를 전달한다.

. 피에르푸르니에의 바하 무반주 첼로 소리가 야노스 슈타커 같이 변했다. 짐승같이 울어대는 저음이 무릅을 두드린다. 


비용에 대한 흥정을 미리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조금 든다. 변경 후 소리를 듣고서는 비용을 깍을 수가 없었다. ㅎㅎ


아래는 사진에 대한 설명이다. 

장기교체 수술을 앞두고 잠시 기절해있는 스피커


저역, 중역, 고역이 함께 만들어내는 곡선을 체크하는 모습


새로운 네트웍을 장착한 모습. 콘덴서가 장난 아니게 추가됨


* 참고자료 :

1. Maidsound 솔리스트(Solist) Kit 사양 : https://www.notion.so/hyokee/Madisound-Solist-DIY-Speaker-Kit-Audioholics-6ad6def7a1b5429980f098e1fb64e421

2. 리노베이션 담당했던 칼라스 스피커에서 올린 글과 영상 : https://cafe.naver.com/callasspeaker/2766


매거진의 이전글 라흐마니노프와 맞짱 뜨는 금요일 오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