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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이슬 Nov 24. 2022

MZ세대 출판인들의 연애

출판사에도 사내 연애가 있을까


<로맨스는 별책부록>이라는 희한한 드라마가 있다.

아, 어디까지나 출판노동자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서른두 살이 편집장으로 나오질 않나(일단 얼굴이 이종석인 건 차치하고)

3년 차 편집자가 출판사의 메인 편집자이질 않나

29살의 디자이너가 촉망받는 외주 디자이너... 음...

(앗, 이건 진짜로 표지를 엄청나게 잘 뽑아주시는 2030 베셀 디자이너분들이 꽤 있으므로

그나마 현실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만들라는 책은 안 만들고 연애나 하고 삼각관계나 만들고 말이야... 아무튼. 음.


할 말은 산더미처럼 많지만, 하나만 얘기하자면...

편집장이 되려면 인턴부터 시작해서 사원, 주임,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등을 거쳐야 한다.

최소 40대 후반에서 50대란 얘기다.


만약 종석 님과 나영 님과 같은 분께서 2022년도에 출판계에 발을 들인다면,

아마도 수습 기간 안에 학을 떼고 당장 인플루언서나 유튜버, 배우로 전향하실 터다. 200%다.

(나 같아도 이런 페이스면 인쇄 안 찍고 영화 찍는다!!!)




아무튼.

출판 종사자들 수백 명이 모여 있는 한 익명 채팅방이 있다. 아마 두세 개 정도...?

잡담도 오가고, 회사 평판도 듣고, 출판계와 관련한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매일 채팅이 999+인 곳이다.

얼마 전 여기에 꽤나 핫이슈 글이 하나 올라왔는데 요약하자면 대략 이런 이야기였다.


"퇴근 후 사무실에서 애정 행각은 자제합시다.
요샌 해도 빨리 지는데, 출판단지 건물 디자인들 특성상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는 밤에는 밖에서 안이 그대로 다 보여요."


당연히 채팅방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 출판사 직원이 아니라면 무슨 상관이냐부터, 저격이냐, 건물 어딘지 알 것 같으니 지워라,

퇴근 후는 사생활이다 신경 꺼라, 아! 나도 몇 번 봤다, 난 강남에서 봤는데(?) 등등.




여기저기서 비슷한 사례를 목격했다는 반응에서 알 수 있듯, 출판계에도 사내 연애가 꽤나 빈번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 출판사 구성원의 절반 이상은 2030세대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두들 익히 예상하시듯, 야근도 많다.

+타 부서와 협업도 굉장히 많다. 아니, 필수다.


혈기 넘치는 2030 친구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일하면서 지지고 볶고, 작가님과 부장님들 뒷담화하고,

같이 밥 먹고 커피도 먹고 가끔 저녁에 맥주도 한잔하고, 고민 상담도 하고...

책 한 권을 함께 만들어 나가면서 울고 웃고, 뿌듯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희로애락을 같이 느끼는데,

당연히 서로 정도 들고 눈도 맞... 읍읍... 아무튼 그렇다.


그래서 MZ세대보다 윗세대 출판인 중에는,

출판노동자 부부를 꽤 자주 찾아볼 수 있다.

꽤나 유명한 출판사들 중에서도 부부 공동대표를 심심찮게 볼 수 있듯이 말이다.

(물론 둘 중 한 명이 낙하산인 경우는 제외)



인크루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오타는 좀 고쳐주세요.


사실 이건 어느 직장에서나 마찬가지일 터다.

그러니 설문조사 결과도 과반수가...

그럼에도, 타 직종보다는 출판계에서 사내 연애가 주목받는 이유는 두 가지일 터다.


하나, 여초 현상이 두드러지는 업종이다.

둘, 한 다리만 건너면 서로 다 알 정도로 좁아터진 업종이다.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사내 연애가 알려진다면 주목받을 가능성도 꽤 큰 편이라고 생각한다.

(이직 면접을 볼 때마다 혹시 그 회사에 전여친 전남친이 있는지 매의 눈으로... 아니 이건 아니고...)


(어느 정도로 좁은지 실감이 잘 안 나신다면...

한번은 같은 팀 동료 중, 연애 중인 분이 있었다. 알고 보니 이 동료의 연인분은 옆 건물 출판사에 재직 중이었는데, 나와 함께 일한 적이 있는 동료와 같은 팀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타 직종보다는 기를 쓰고 숨기려곤 하지만...

영화 <시월애>의 명대사처럼 사랑은 숨긴다고 숨겨지지 않더라.

탕비실이나 비상계단 등에서 다정한 분들의 모습을 목격한 적이 꽤 있고

진짜 '쟤네 연애하는 거 사무실 복사기도 알겠다' 싶을 정도로 티가 나는 커플도 봤다.


반대로, 서로 허구헌날 쥐 잡듯이 싸워대더니만 한 명의 이직이 결정된 날,

송별회에서 결혼 발표를 해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커플도 있었다...!

물론 이 케이스보다는 들킨 케이스가 훨씬 많았다.

(퇴근 후 회사 근처 데이트 절대 금지! 딴 데 갑시다!!!)




아무튼... 에... 딱히 결론이랄 게 없는 글이라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음. 저희 출판인들. 네... 책도 열심히 만들고 연애도 열심히 합니다!

MZ세대 출판인들 파이팅! 오늘도 칼퇴합시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나시면 아마 이게 제일 궁금하시겠죠...

"그래서 북이슬 님은 사내 연애 해보셨나요?!"


이 질문의 답은 초반부의 거짓말을 정정하는 걸로 대신하겠습니다.

사실 출판계에는 종석 님과 나영 님 같은 분들이 있습니다.

서로의 눈에 그렇게 보이니까 연애가 시작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


자 그럼! 오늘도 힘내서 안전하게 출근하시고!

대한민국 대표팀 우루과이전 파이팅! 손흥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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