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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이슬 Dec 08. 2022

2023년 출간계획이 끝났다

새해를 맞이하는 편집자의 자세


어느 직종이든, 한 해 중 가장 바쁘고 정신없다는 연말연시다.

특히 이슬이를 좋아하는 나는, 술 약속이 겹치지 않도록 이리저리 조정하느ㄹ... 이건 아니고.


대부분 마찬가지겠지만, 연말이면 출판사들도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본다.

올해 우리 출판사를 견인한 베스트셀러는 무엇이었는지,

판매 상위권 도서들의 힘은 기획이었는지 디자인이었는지, 작가였는지 마케팅의 승리였는지,

목표를 초과 달성한 팀은 어디인지, 반대로 미달인 팀은 어디인지 등등.


어느 팀은 초상집일 수도 있고, 어느 팀은 인센티브를 받을지도 모르고,

칭찬받고, 질책받고, 잘한 팀은 내년에도 이대로만, 아닌 팀은 내년에 어떻게 분골쇄신할지 등등.


작년엔 나도 마찬가지였다.

BEP를 넘긴 책과 아닌 책이 딱 반반이었던 터라 잘한 건 칭찬받고 아닌 건 반성하고, 개선점을 찾는.


올해는 조금 다르다. 중간 입사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칭찬이든 질책이든, 실적이든 판매량이든 2022년 종합 결산에서는 한 발짝 떨어져 있다.

입사해 마감한 책들이 몇 권 있긴 하지만, 전임자의 계약 건이나 위에서 떨어진 원고였다.

즉 올해엔 내가 기획하고 편집한, 오롯이 내 책임의 도서가 한 권도 없었단 이야기다.




2022년도에 한해선 조금 자유로울지 몰라도 당연히 2023년 계획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

4/4분기 내내 조금씩 내년 출간 계획을 확정하기 시작했고, 현재 대부분 마무리된 상태다.


에세이 네 권과 소설 네 권.

당장 다음 달인 1월부터 12월까지 출간 예정 도서들로 빡빡하다.

개인적으로 한 명의 편집자가 도서를 출간하는 텀은 2~3달 정도가 딱 적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열두 달에 여덟 권이면 지나치게 촘촘한 감이 없잖아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미리 세운 1년치 출간 계획이 예정대로 나올 가능성은 1%도 안 된다는 사실을

대표님도 알고, 나도 알고, 작가님도 알고, 번역가님도 알고, 독자님도 알기 때문이다.


어떤 원고는 번역이 조금 늦춰질지도 모르고,

어떤 원고는 작가님이 갑자기 잠수를 탈지도 모른다.

또 다른 원고는 시장 분위기에 따라 출간일이 조정될 거고

또 그 옆의 원고는 계약 자체가 엎어질지도 모른다.


갑자기 대표님이 잘될 책이라면서 희한한 원고를 드랍하고 나몰라라 할지도 모르고

지금 당장 0순위로 출간해 마케팅해야 할 원고가 생길지도 모른다.


8권 모두 계약을 마치고 출간 월까지 얼추 조율했지만,

막상 내년에 출간되는 원고는 2권일 수도 있고 4권일 수도 있다.

그 자리는 생각지도 못했던 다른 원고들이 채울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내년에 출간될 도서들은 모두 올해 입사한 후로 기획하고 계약한 책들이다.

잘되든 못되든, 올해처럼 나 몰라라 팔짱 끼고 있을 수 없단 이야기다.


그렇다고 기획은 아예 손 놓고 편집에만 집중할 순 없다.

원고 청탁을 당장 내일 해서 계약한다고 해도,

원고가 언제 나올지는 작가님도 모르고 나도 모르기 때문이다.

외서는 계약만 하면 당장 내 손에 원고가 쥐어지지만, 번역가님들의 스케줄이 변수다.

벌써 2023년 일정이 꽉 찼다며 손사래 치는 분들이 많더라.


나만 해도, 내년은 다행히 편집 일정이 꽉 찼지만 어쩌면 2024년은 손가락만 빨지도 모른다.

내년에도 올해만큼만, 눈에 띄는 작가님과 원고들이 많아지길 기원할 뿐...!


아무튼 뭐, 내후년은 그때의 일이고.

2023년에도 작가님들과 번역가님들, 그리고 디자이너님들, 마케터분들, 인쇄소 분들... 등등등등이

책을 예쁘게 만들 수 있게 도와주셨으면... 정말 좋겠네애애애애애... 정말 좋겠다아아아아... ㅠ-ㅠ




물론 그 전에, 올해보단 나은 편집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읍니다...!

예비 작가님들과 첫 이직을 준비하는 출판인들께 참고하실 만한 이야기를 하나 공유드리자면...

먼저 미팅이나 면접 전에 지난 1년간 출간 종수와 텀을 꼭 살펴보시고 가셔야 합니다...!

그리고 편집팀의 규모를 꼭꼭! 파악해보시고

올해(혹은 내년) 남은 출간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슬쩍 물어보시면 좋습니다.


편집자 대비 출간 종수가 지나치게 적거나 많은 경우,

혹은 별다른 출간 계획이나 방향도 정해지지 않은 느낌을 받으신 경우.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치세요...☆


출간 종수가 적은 경우, 기획과 내용에 엄청나게 정성을 쏟는 곳도 분명 있으니

출간된 도서 몇 권을 미리 찾아보시는 편도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매달 [편집자 X 1배수]가 넘는 도서가 출간되고 있다면

당장 도망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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