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돼... 멈춰...
서울에서 태어나 초중고대를 모두 서울에서 다녔습니다.
첫 직장이었던 출판사도 서울이었고, 두 번째, 세 번째 출판사도 서울이었습니다.
한 살부터 서른이 넘을 때까지, 30년 넘게 서울에만 살아온 거죠.
당연히 단골 술집도, 자주 걷는 거리도, 친한 친구들도 모두 서울에 있습니다. 아니, 있었습니다.
항상 독립을 꿈꿨지만, 서울 어딘가의 다른 구(區) 정도를 예상했지
아예 서울을 벗어나게 될 거라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벌써 파주살이 4년째가 되었습니다.
곧 해가 바뀌면 5년째가 되겠네요.
파주에는 친척이나 지인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파주 출판단지에 위치한 출판사에 합격한 후에 온 것도 아닙니다.
50% 정도는 홧김에
25% 정도는 혼자 살아보고 싶어서
25% 정도는 출판인이라면 역시 파주에 한 번쯤 있어봐야지! 싶은 마음에...?
파주로 이사 온 건 늦봄쯤이었는데, 그 시기엔 몇 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
다니던 출판사는 몇몇 팀들이 갑자기 공중분해가 되었는데, 네, 그중엔 저도 있었습니다.
에라이 이직이나 하자, 싶어 몇 곳 면접을 봤는데 시원하게 떨어졌습니다. 그것도 꼭 최종까지 올라가서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꽤 오래 만나던 친구와 서로 제 갈 길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뭐, 에잇 거지 같은 서울 출판사들, 됐다. 난 기회의 땅 파주로 가련다!
하고 그대로 출판단지 근처 부동산을 몇 곳 방문했고,
10평도 채 안 되는 작은 원룸들을 몇 군데 구경했고,
그날 계약서를 썼습니다. 네, 철도 없고 겁도 없었죠... ^-^...
직장도 없고 애인도 없고 기반은 다 서울에 있는 사람이
갑자기 입사할 곳도 정하지 않은 채 덜컥 낯선 곳에서 집부터 계약했으니까요.
그리고 전 이 결정을 1년 내내 후회했습니다.
파주에 온 걸 후회하는 게 아니라, 원룸을 계약한 것을요...
10평도 안 됐지만, 아무것도 없이 휑한 상태의 원룸은 꽤 커 보였습니다.
아마 본가의 제 방보단 컸을 테니까요.
이 정도면 뭐, 내 방보다 크네. 살 만하겠네 싶었죠.
그런데, 혼자 사는 게 처음이다 보니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지낼 땐 내 방과는 별개로, 분리된 거실과 부엌, 화장실이 있었다는 사실을요.
원룸은 거실과 침실, 화장실과 부엌이 모두 좁은 10평 안에 있는 구조니까요.
살아보니 혼자 살기에도 버거운 공간이었고,
부모님은 파주 한번 구경한다던 자식이 그날 부동산 계약서에 사인하고 온 것에 한 번,
형편없는 집을 계약한걸 보고 또 한 번 놀라셨습니다.(저걸 죽여 살려 하는 눈빛으로요^^)
지금은 그럭저럭 적응해서 꽤 사람답게 살고 있습니다만,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격언을 돈 날리고 체력 날리고 심력 날리면서 알아간 이야기.
하나씩 해보려고 합니다. :)
<출판직장인 이야기>와 이 매거진은 기분따라(소재 여부에 따라ㅎㅎㅎ) 번갈아가며 올릴 것 같아요.
아무튼 뭐든, 꾸준히 올려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