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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이슬 Feb 09. 2023

원룸살이 6개월, 백기를 들다

돈 잃고 건강 잃고 시간 버리기!


<1인가구 가장입니다만> 여태까지 이야기 1줄 요약.

-대책 없이 파주 출판단지로 와서 원룸 계약 후 부어라 마셔라 하다가, 파산 직전에 취업 성공함.

(이 매거진의 첫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약 3~4년 전입니다. 글이 연재될수록 현재 시점에 가까워집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백수일 때보다는 회사 생활을 할 때 생활비 지출이 적어집니다.

회사에서 보통 점심과 커피 정도는 해결해 주니까요.(야근하면 저녁도...)

그리고 드물게 자기계발비나 교통비, 통신비 등을 지원해 주는 곳도 있으니 생활비에 한정한다면 지출이 확실하게 줄어듭니다. 수도세나 냉난방비 또한 집에 있는 시간이 확 줄어드니, 당연히 적게 나오고요.


하지만 세이브된 공과금이나 식대, 커피대보다 더 많은 지출이 생기는 건 함정이지만요...

백수일 때는 최대한 자제했던 쇼핑, 오락, 술값, 여러 취미생활... 등등.

1인가구마다 각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출은 다 다르겠지요.

(물론 제일 큰 지출은 주거비...)

저 같은 경우는 장 보는 비용이 확 줄어들고, 외식비가 두세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어쩌면 네다섯 배...?

거의 서울 살 때에 육박하는 정도로, 아니 그보다 더 많은 돈이 외식비로 나갔거든요.


실제로 통계를 살펴보면, 전체 가구 지출에 비해 1인가구의 지출은 주거와 음식 지출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아마 혼자다 보니 배달 음식을 주로 이용할 테고, 그게 아니더라도 소분되어 있는 1인가구용 식재료는 4인가구 기준의 식재료들보다 개당 단가가 높으니까요.



출처: <1인가구 10명 중 7명 연간 3000만원 못 번다…기초수급 비중 70%>, 뉴시스, 2022.12.07.



아무튼, 장 보기 비용이 줄고 외식비가 엄청나게 올라간 건 드디어 출판단지 입성 후 파주 인근에 지인들이 무척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집에 잘 안 들어가서입니다. :)


앞에 글에서 잠깐 이야기했는데, 저는 원룸이라는 공간이 주는 답답함이 꽤 견디기 어렵더라고요.

가족들이 북적대고, 24시간 반겨주던 반려동물이 있던 곳을 떠나 적막하고 답답한 좁은 원룸에서 지내자니, 도저히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서 계속 밖으로만 돌게 된 거죠.

당연히 냉장고는 텅텅 비어갔고, 집에서 식사하는 일이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냉장고도 꽉 차있고, 외식과 배달은 한 달에 한두 번 할까 말까 합니다.)


평일엔 파주에 사는 출판인들과 술자리를 가졌고, 주말엔 무조건 약속을 잡아 서울로 나갔습니다.

아마 주 4-5회는 어떻게든 약속을 만들어냈던 것 같아요. 자연스레 원룸은 잠만 자는 곳이 되어갔지요.

당연히 파산 위기를 벗어나기는커녕, 월급을 받아 고스란히 외식비와 택시비로 날려버리는 날들이 반복되었습니다. 집 꼴도 제 꼴도 피차 엉망진창이었죠.


카드값도 엉망진창이었고, 몸에서도 슬슬 술 좀 작작 마시라고 경고를 보내기 시작했고,

거의 매일 술과 안주를 먹어대니 몸무게도 서울에 있을 때보다 무려 7kg 이상 늘어났습니다.

네, 돈 잃고 건강 잃고 시간을 버리던 나날들! :)

그런 생활을 반년쯤 되풀이하던 어느 날.


단 한 푼도 늘어나지 않은 통장 잔고를 보면서,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분간 모든 술자리는 올스톱하고, 한두 달 치 월세비를 모아야겠다고 다짐했죠.

계약보다 좀 빠르게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설사 그래서 한두 달 정도 이중으로 월세를 내게 되더라도

최소 투룸 이상으로 옮기기 위해서요.


혼자 여행도 자주 다녔고,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아했고,

뷔페든 고깃집이든 횟집이든 어디서나 당당하게 혼술을 할 수 있던 저였기에

이렇게 사람을 그리워하고, 외로움을 탈 줄을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기에 별생각 없이, 고민조차 하지 않고 다짜고짜 파주로 오게 된 거긴 하지만요.

새삼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 반년이었습니다.


혹시 이런 모습을 들킬까, 부모님께는 평소보다 훨씬 더 적게 연락하게 되더라고요.

그나마 다행인 건 저희 어머니는 요리 실력이 영 꽝이라 집밥 생각은 1도 나지 않았다는 것! 후후.

아무튼, 요새는 자주 연락 드리고 있어요. 꽤 행복하거든요. :)


-to be continued






지금은 프로파주러 겸 프로혼술러, 방구석 지박령이 되어서 서울엔 한 달에 한 번 나갈까 말까 합니다.

아, 물론 출간미팅 하러는 업무시간에 꽤 자주 가지만요. :)

집에서 하는 이런저런 취미들에도 재미 붙여서,

연차를 쓰고도 집구석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사람... 바로 나야 나...

쓰고 보니 불과 몇 년 전과는 완전 극과 극인 이상한 놈이네요......


아무튼, 벌써 또 목요일이 돌아왔네요.

다들 며칠만 더 파이팅하시고, 안전 출근하셔요!



-커버이미지: 로라(@lora.210)

(제 게시글의 커버&본문 이미지 중, 출처가 적혀있지 않은 사진은 직접 찍었거나, 언스플래쉬 등의 저작권 프리 사이트들의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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