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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이슬 Mar 09. 2023

강아지 인간의 홀로서기


강아지 vs 고양이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0.0001초도 망설이지 않고 강아지를 외칠 수 있다.

어쩔 수 없다. 30년이 넘도록 강아지와 함께 살아온, 내추럴 본 강아지 인간이라서다.

사실 고백하자면, 부모님보다 본가 강아지 생각을 더 많이 한다.

포인핸드(유기동물 입양&실종동물 찾기 앱)에 틈만 나면 들락거리면서 강아지를 입양하는 상상을 한다.

하지만 혼자 살면서, 9to6 근무를 하는 직장인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 하나의 외로움을 덜자고, 작은 생명체의 외로움까지 더할 수는 없으니까.


아무튼. 가족 그리고 반려견과 함께 살 때는 외로움을 느낄 시간 자체가 거의 없었다.

집은 항상 생명체가 있는, 시끄럽고 북적북적한 공간이었으니까.

첫 독립, 그리고 1인가구로 살아갈 결심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외로움과 친해지는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외로움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모두의 옆에 있었는데, 새삼 그저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일지도.


비혼까지는 아니지만, 이 결심을 뒤흔들 누군가가 생기기 전까진 계속 혼자 살 생각을 굳혔다.

마당이 딸린 단독 주택에서 살기 전까지는 강아지를 입양할 생각도 없다.

최소 10년, 20년은 쭉 강아지 인간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집값이 계속 미쳐 날뛴다면 어쩌면 평생)


연애할 때는 혼자 차분히 지낼 시간이 절실했고, 헤어진 뒤에는 조용한 시간들이 좋았다.

내게 2023년의 세 달은 그런 의미였다. 다시 혼자가 되어, 방치해 두었던 외로움과 인사하던 시간.


지난주에 롱패딩을 입고 출근했더니 옆자리 동료가 씩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더라.

"이제 롱패딩은, 놓아줘도 될 것 같지 않아요?"

그래서 주말엔 두꺼운 옷들도 정리하고, 새로운 독서모임도 시작하고, 유기견 봉사활동도 알아보았다.

파주는 참 독서모임도, 봉사활동모임도 활발한 곳이다. 그 사실에 새삼 감사하며.



세상엔 동물들을 유기하고 학대하는 사람들도 참 많고, 죽는 순간까지 함께하거나 동물 관련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참 많다.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도, 주말에 시간을 내 열정적으로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도 있다. 외로움을 자주 타는 사람도, 거의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뿐이다.

그리고, 새삼 봄이다.(이거시 바로 봄비가 내리고 있는 아침 갬성! 병가 내고 소주 한잔하면 정말 좋겠네에 정말 좋겠네에 하지만 오전엔 기획회의가 있었지참...)






아주 오랜만에 <1인가구 가장입니다만> 매거진을 발행하려고 마음먹었다가,

콘셉트를 제대로 잘못 잡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출판직장인 이야기>는 정보 전달 겸 개인 감상 겸 그런 이야기를 쓰는 게 맞습니다.

제가 잘 아는 분야고, 현재까지도 몸담고 있는 출판계 이야기니까요.


하지만 1인가구 이야기는, 저보다 훨씬 더 자세한 자취 꿀팁이나 다양한 정보들을 주는 전문가들이 많기에,

팁이나 정보, 조언 따위의 이야기로 시작했으면 절대 안 됐다는 걸 이제야 깨닫습니다.

그리하여 1인가구 이야기는, 얼렁뚱땅 이렇게 짤막한 감상과 에세이로 대체됩니다. :)


한 줄 정리: 원룸에서 개고생 후 후다닥 탈출해서, 주방이 널찍한 곳으로 옮겨 3년째 잘 살고 있습니다.

(주방이 넓어졌으므로 제철 요리나 혼술 안주 레시피가 간혹 올라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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