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선*동 실비김치를 아시나요?
엄청엄청 맵기로 유명한 김치인데, 어느 정도냐면 평소 매운 걸 즐기지 않는 분이 도전한다면
'아, 내가 이렇게 육두문자를 찰지게 쓰는 사람이었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우유나 주스 2L 폭풍 원샷을 가능케 하는 맛이랄까요...
본론에 앞서 간단하게 뽀로로즈의 식성을 설명해 드리자면,
육류파가 셋, 해산물파가 둘,
맵찔이(매운 걸 전혀 먹지 못하는)가 셋, 전형적인 한국인(매운 음식을 적당히 즐기는)이 둘,
면파가 셋, 밥파가 둘,
주류파가 셋, 비주류파가 둘...
예, 대체로 모두가 만족하는 한 끼를 하기란 쉽지 않아서 놀러 가면 해산물파는 해산물을 사고, 육류파는 육류를 사고, 외식을 해야 한다면 최대한 다양한 재료를 취급하는 식당을 가는 등... 나름 조율을 거쳐야 했는데요.
그래도 절대로 갈 수 없는 종류의 식당은 있기 마련이죠.
가령, 참치집이라든지(육류가 전혀 없으니...), 아주 매운 음식만 파는 곳이라든지 하는 곳들이요.
캡사이신파는 매운 닭발, 매운 갈비찜, 매운 냉면 등등을 함께 먹고 싶은데...!
사실 그냥 갈비찜, 냉면은 다섯 모두 먹을 수 있지만 앞에 '매운'이 붙으면 그렇지 못하기에 늘 양보할 수밖에 없었죠(매운 음식파는 저와 막내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기필코 뽀로로즈들과 매운 음식을 먹으러 가리라...! 벼르던 막내가 마침내,
주말에 모이기로 한 날 선*동 실비김치를 사서 온 것입니다...!
사실 이 실비김치는 비주얼부터 살벌하기 때문에, 이대로 상에 올리면 맵찔이 셋이 절대 먹지 않을 게 뻔했습니다. 빨갛기도 하지만 양념이 일반 김치의 몇 배는 될 정도로 많기 때문에 보기만 해도 엄청나게 매워 보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인터넷엔 이 양념들을 긁어모아 다시 파김치를 담그고, 게장도 담그고, 만두소도 만들고 하는 레시피들이 있는데요. 그중에서 만두소를 보고 '이거다!!!' 싶었답니다. :)
당장은 나가 놀아야 해서 어려우니, 다음 날 아침에 해장국으로 만둣국을 끓여야겠다는 완벽한 계획을 세웠죠. 후후.
일단 밖으로 나가, 가볍게 생맥주로 시작해 소주 → 노래방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코스.
뽀로로즈들은 곧 싸이 흠뻑쇼에 갈 예정이라, 만나면 노래방을 꼭 들러서 싸이 전곡을 연습하고 있답니다. :)
하지만 어느새 하나둘 죽어버린 뽀로로 친구들... :(
죽어버린 뽀로로들은 버리고, 살아남은 사람들끼리 한두 시간 더 놀다 귀가! :)
그리고 대망의 다음 날!
전날 미리 모아서 통에 담아두었던 실비김치 양념과 양파, 마늘, 부추, 다진고기 등을 한데 모아줍니다. 속재료는 집에 있는 것 어떤 거라도 상관없습니다.
(옆에서 맵찔이들이 양념 조금만 넣으라고 잔소리하길래 넷플릭스 틀어줬더니 이내 조용해졌습니다. 계획대로. 후후.)
그리고 전 기어이 발라냈던 양념 전부를 넣고! 뽀로로들이 보지 않을 때 실비김치도 조금 썰어서 넣었죠. :)
김치양념만 해도 매우 맵고 자극적일 게 뻔했기에 고기에 후추랑 소금 간만 아주 살짝 해줬습니다.
빛깔이 아주 영롱하지 않나요. :)
이제 만두를 빚을 시간!
곧 고통받게 될 것도 모르고 만두 몇 년 만에 빚어본다며 신나서 재잘대던 우리 뽀로로들. :)
반은 찌고, 반은 만둣국으로 만들었는데요.
참고로 전날 새벽 3~4시까지 술을 마신 터라, 이게 첫 끼이자 해장 메뉴였답니다. 후후후.
저랑 막내는 아주아주x100 만족스럽게 먹었습니다! 진짜 맛있었어요...!
신라면이나 불닭보단 맵지만 죽을 정돈 아니고 딱 스트레스가 풀리는 매운맛이랄까요...
만둣국은 사골국물이 어느 정도 매운맛을 중화해 주므로, 엽떡... 정도 드실 수 있으면 충분한 맵기였고요.
만두찜은... 그보단 좀 난이도가 높았습니다.
맵찔이들은 만둣국을 몇 술 뜨더니 곧 고기를 구워 먹었답니다...
그래도 고기랑 같이 아주 천천히, 할당량을 다 먹긴 하더라고요!
아래 셋은 맵찔이들의 반응인데요...
Q. 다음 셋 중 가장 인성이 나쁜 사람은...?
맵찔이1: 저것들을 당장 내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다.
맵찔이2: 다시는 실비김치를 쳐다도 보고 싶지 않다.
맵찔이3(대장): 좀 남지 않았나. 싸달라. 동생들에게도 이 지옥불맛을 보여줘야겠다...!
만두를 총 60개 정도 빚었는데... 절반은 아침으로 먹고
남은 절반은 대장이 인성질한다고 집에 가져가고, 남은 건 저희 집 냉동실에 남게 되었답니다.
전 조만간 어떤 사람에게 먹여야 할지 고민 중이고요. :)
맵찔이들이, 한동안 화장실을 수시로 들락거린 건 안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