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멋모르고 시작했던 첫 자취, 작은 원룸을 벗어난 지 어느새 벌써 3년 차가 되었습니다.
지금 머물고 있는 건물엔 얼추 열 가구 이상이 살고 있는데, 사실 어쩌다 마주쳐도 바삐 제 갈 길을 갈 뿐
서로 인사는커녕 눈조차 마주칠 일이 없는 게 대부분이었죠.
(사실, 요샌 다 이렇지 않나요?)
3년째 아랫집엔 누가 사는지, 옆집엔 누가 사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가끔 이삿짐이 들어오고 나가는 걸 보면서 또 누가 나가는구나, 또 누가 들어오는구나,
정상적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잠깐 생각할 뿐.
제 출근 루틴은 항상 일정한 편입니다.
앞쪽을 생략하고 가장 마지막만 이야기하자면, 차에 타기 전 5-10분 정도 담배 한 개비를 태웁니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 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와 담배를 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건너편에서 작은 개 한 마리가 꼬물대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르긴 했지만 평일 출근 시간인지라, 차들이 적지 않게 왔다 갔다 하고 있었고
조금 지켜보자니 강아지가 슬금슬금 차도 쪽으로 나오고 있던 터라 꽤 위험해 보였습니다.
몇몇 차들이 아슬아슬하게 피해 가긴 했지만 워낙 작은 아이라 계속 그런 행운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였고요.
차가 지나가지 않을 때 박수를 살짝 치며 오라고 손짓했더니 꼬리를 흔들며 금방 근처까지 다가오더군요.
그런데 그때 갑자기! 지나가던 어떤 분께서 걸음을 멈추곤 저와 강아지를 유심히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목줄도 안 하고, 강아지 옆에서 담배나 꼬나문 꼬락서니 좀 봐라...' 하는 마음의 소리가 들린 건 제 착각이었겠지요...? 서둘러 담배를 끄고, 어쩔 수 없이 먼저 말을 걸 수밖에 없었습니다.
"혹시, 아는 강아지인가요?"
그분은 그제야 오해가 풀린 얼굴로 '어떡해!'를 외치며 본인도 처음 보노라 하셨고, 이내 저희 둘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품종견이었고, 사람을 이렇게 잘 따르는 게 보이니 분명 주인이 있는 강아지라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급한 대로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히 간식과 물을 먹이고 난 후, 발만 동동 구르던 찰나.
(둘 다 출근길이었으므로...)
다행히 근처 카페에서 사정을 들으시곤 흔쾌히 잠시 보호하고 있겠다 하셔서 고민을 덜 수 있었습니다.
전 아이의 사진을 찍어 당근마켓 등에 올렸죠.
그날 밤 강아지는 무사히 주인 품으로 돌아갔답니다. :)
(이날, 거의 사라져 가던 인류애를 꽤 많이 충전할 수 있었습니다!)
제목과 내용을 보고 짐작하셨겠지만, 이날 함께 강아지를 케어한 분은 무려 옆집 이웃이었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하려고 나선 날, 그분과 딱 마주쳤거든요.
"어?!" 하고 놀라시더니 먼저 인사해 주셔서, 저도 어렵지 않게 며칠 전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죠.
그렇게 그날 이후, 옆집 분과 마주치면 자연스레 인사를 건네는 사이가 되었답니다.
어쩌다 마주치면 편하게 인사하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3년 만에 1인가구에게도 이웃사촌이 생겼네요. :)